일곱번 멈춘 심장, 모두 잃은 혈액…장애인 스포츠계 영웅 알렉스 자나르디, 59세 별세

김세훈 기자 2026. 5. 3.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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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자나르디가 2013년 5월 24일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제97회 인디애나폴리스 500 연습 주행 행사에서 1998년 CART 챔피언십 우승 머신 앞에 앉아 있다. AFP

모터스포츠와 패럴림픽 역사에 모두 이름을 남긴 알렉스 자나르디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59세.

자나르디의 가족은 지난 2일 자나르디가 전날인 1일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발표했다. 2020년 핸드바이크 자선 레이스 도중 대형 교통사고로 심각한 두부 손상을 입은 뒤 약 6년간 이어진 긴 투병 끝이었다. 이탈리아 스포츠계는 모든 경기 시작 전 묵념으로 그를 추모했다.

자나르디는 한 종목의 영웅이 아니었다. 그는 서로 다른 두 세계에서 정상에 오른 드문 선수였다.

1966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태어난 자나르디는 1990년대 초 F1(포뮬러 원) 무대에 데뷔했다. 조던 그랑프리, 미나르디, 로터스, 윌리엄스 레이싱에서 뛰었지만 포뮬러 원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신 미국 무대에서 꽃을 피웠다. 자나르디는 CART(현 인디카의 전신)로 무대를 옮긴 뒤 전성기를 맞았다. 1997년과 1998년 연속 챔피언에 오르며 미국 오픈휠 레이싱의 상징적 존재가 됐다.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주행, 과감한 추월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러나 인생은 2001년 멈췄다. 독일 라우지츠링에서 열린 경기 도중 피트아웃 과정에서 스핀했고, 시속 300㎞를 넘는 속도로 달려오던 경쟁 차량과 충돌했다. 차량 앞부분이 찢겨 나갔고, 자나르디는 양다리를 잃었다. BBC는“ 심장은 일곱 차례 멈췄다. 몸속 혈액 대부분을 잃었다. 생존 가능성 자체가 낮았다”며 “하지만 그는 살아남았다”고 전했다. 그리고 병상에서 처음 한 말이 그의 인생을 설명했다. 그는 “다리가 뭐가 중요한가. 살아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 말은 이후 자나르디를 상징하는 문장이 됐다.

알렉스 자나르디가 2016년 4월 10일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인근에서 열린 제22회 로마 마라톤에 핸드사이클을 타고 참가하고 있다. AFP

대부분의 선수에게 그 사고는 끝이었지만 자나르디에게는 아니었다. 그는 의족을 착용한 뒤 재활했고, 손으로 조작하는 특수 차량으로 다시 레이스에 복귀했다. 월드 투어링카 챔피언십에서 4승을 거두며 다시 경쟁자로 돌아왔다.

그의 가장 위대한 2막은 트랙이 아니라 도로 위에서 시작됐다. 자나르디는 핸드사이클 선수로 전향했고, 2012 런던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따냈다. 이어 2016 리우 패럴림픽에서도 다시 금메달 2개를 추가했다. 패럴림픽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세계선수권 금메달 12개. 그는 장애인 스포츠 역사에서도 지배적인 선수였다.

알렉스 자나르디가 2012년 9월 7일 영국 런던 브랜즈 해치 서킷에서 열린 2012 런던 패럴림픽 남자 개인 도로 사이클 H4 결승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EPA

자나르디는 자신의 사고를 비극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삶의 다른 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가능’이라는 단어를 현실에서 지워낸 사람이었다. 두 다리를 잃고도 세계 정상에 올랐고, 다시 또 큰 사고를 겪고도 끝까지 삶과 싸웠다.

자나르디가 남긴 기록은 숫자로 정리할 수 있다. 포뮬러 원 41경기, CART 챔피언 2회, 패럴림픽 금메달 4개, 세계선수권 금메달 12개. 이탈리아 언론들은 “하지만 그의 진짜 유산은 숫자가 아니라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가능성”이라며 “알렉스 자나르디의 삶은 그것 자체로 하나의 증명이었다. 그의 경기는 끝났지만, 그의 이야기는 오래 남을 것”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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