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가장 우아한 숲 치료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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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처방전(Green Prescription)'이라는 말이 있다.
골프 코스는 인공적으로 조성되었지만 그 구조는 숲의 리듬을 그대로 담았다.
의사가 종이에 약의 이름을 적어주듯, 골프코스는 초록으로 우리에게 처방전을 보여준다.
그러고 보면 골프는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숲 치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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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녹색 처방전(Green Prescription)'이라는 말이 있다. 의사가 약 대신 숲을 권하는 처방이다. 도시 생활의 피로, 관계의 긴장, 끝없는 경쟁에 지친 사람에게 "숲으로 가십시오!"라는 이 한 문장이 약봉지보다 강력할 수 있다.
초록은 묘하다. 눈을 자극하지 않고, 마음을 밀어붙이지 않는다. 그저 감싸안는다.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고, 초록 풍경은 교감신경의 긴장을 이완시키며, 혈압과 맥박을 안정시킨다. 인간의 눈은 초록 파장에 가장 편안하게 반응한다. 그러니 숲은 눈의 휴식처이자, 뇌의 쉼터이며, 심장의 속도를 낮추는 자연의 손길이다.
골프 코스는 거의 초록으로 에워싸였다.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시야의 대부분이 초록이다. 페어웨이, 러프, 그린, 코스를 둘러싼 숲과 산. 하늘과 모래와 호수를 제외하면 온통 녹색이다.
골프 코스는 인공적으로 조성되었지만 그 구조는 숲의 리듬을 그대로 담았다. 열림과 닫힘, 넓음과 좁음, 빛과 그늘 등 숲의 리듬이 교차한다. 라운드하며 우리는 걷고 숨을 고르고,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본다. 바로 이런 행위 자체가 '녹색 처방'을 따르는 셈이다.
골프는 멈춤의 스포츠다. 서두르면 망가진다. 초록은 속도를 낮추라고 속삭인다. 그래서 그린 위에 서면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지고, 목소리는 자연스레 낮아진다. 마치 산속 사찰에 들어선 사람처럼 존재의 밀도가 달라진다.
골프는 여정이다. 숲길을 걷는 순례다. 공 하나를 치기 위해 자신의 호흡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살핀다. 이 과정이 이미 치유다.
물론 골프는 점수를 매긴다. 자연히 욕망이 개입한다. 실수하면 분노도 일어난다. 그러나 초록은 묵묵하다. 우리가 화를 내도 잔디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 침묵 속에서 문득 깨닫는다. '이곳은 싸우는 장소가 아니라 비워내는 장소'라는 것을.
초록은 우리를 이기게 하지 않는다. 대신 가볍게 한다. 그래서 골프 코스는 말 없는 처방전이다. 의사가 종이에 약의 이름을 적어주듯, 골프코스는 초록으로 우리에게 처방전을 보여준다.
'걸어라, 숨을 깊이 쉬어라, 멀리 보아라, 조용히 하라. 그리고 놓아 주어라'
우리는 공을 치러 갔다가 마음을 내려놓고 돌아온다. 스코어카드는 숫자를 기록하지만, 몸과 마음은 초록에 물든다.
그러고 보면 골프는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숲 치료다. 초록 속에서 우리는 잠시 인간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가 된다. 그리고 비로소 스윙도 마음도 녹색을 닮아 부드러워진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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