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낡은 작업복이 부른 비극…작업복 속 ‘침묵의 살인자’로 딸 암 발병[아하 미국]

이승주 기자 2026. 5. 3.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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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밤이면 무심코 걸쳐 입었던 아버지의 낡은 작업복 외투에 묻어있던 보이지 않는 먼지가 수십 년 뒤 딸의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암으로 돌아왔다.

미세한 석면 가루가 호흡기를 통해 침투해 흉막 등에 쌓인 뒤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의 긴 잠복기를 거쳐 발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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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밤이면 무심코 걸쳐 입었던 아버지의 낡은 작업복 외투에 묻어있던 보이지 않는 먼지가 수십 년 뒤 딸의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암으로 돌아왔다. 산업화의 산물인 1급 발암물질 ‘석면’이 지닌 긴 잠복기와 2차 노출의 무서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비극적 사례다.

영국 데일리미러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미네소타주에 거주하는 헤더 본 세인트 제임스(57)는 최근 자신이 겪은 악성 폐암 발병의 원인이 과거 아버지의 작업복에 묻어있던 석면이었다고 털어놨다.

헤더는 1980년대 10대 시절, 마당의 토끼에게 먹이를 주러 나갈 때면 문가에 걸려 있던 아버지의 건설 현장용 외투를 즐겨 입었다. 그는 “외투가 하얀 먼지로 뒤덮여 있었지만, 그저 아버지의 체취가 배어 있어 좋았을 뿐 그것이 발암물질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회상했다.

‘침묵의 살인자’는 십수년의 세월이 흐른 뒤 발톱을 드러냈다. 36세에 첫 아이를 출산한 헤더는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과 고열,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렸다.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석면 노출이 주 원인인 희귀암 ‘악성중피종(Mesothelioma)’이라는 진단이 떨어졌다. 수술을 받지 않으면 남은 수명은 불과 15개월에 불과했다.

생존을 위해 그녀는 왼쪽 폐를 비롯해 갈비뼈, 흉막, 심장막, 횡격막 일부를 도려내는 대수술을 감행해야 했다. 이후 4차례의 온열 항암치료와 30번의 방사선 치료를 견뎌낸 끝에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지만, 현재 한쪽 폐로만 호흡하며 평생 안고 가야 할 신체적 제약을 겪고 있다.

의료계는 이 사연이 석면의 치명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고 경고한다. 악성중피종은 흉막이나 복막, 심막 표면의 중피세포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미세한 석면 가루가 호흡기를 통해 침투해 흉막 등에 쌓인 뒤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의 긴 잠복기를 거쳐 발병한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진단 시점에는 이미 병기가 악화한 경우가 대다수이며, 진단 후 1~2년 이내에 사망할 정도로 예후가 절망적이다. 현재까지 외과적 완전 절제나 완치를 보장하는 뚜렷한 치료법도 없다.

문제는 석면의 공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석면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사용을 전면 금지(한국은 2009년)했으나, 긴 잠복기 탓에 후행적 발병은 오히려 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의료진은 “국내 악성중피종 환자 발생 곡선이 2010년부터 본격적인 상승기에 접어들었으며, 2045년경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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