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현장] "경기 때마다 와주셨던 우리 할아버지, 항상 날 자랑스러워하셨다"… '김천 골잡이' 고재현이 서울전 이후 '꼭 하고 싶었던 말'

<베스트일레븐> 서울-조남기 기자
"인터뷰 기회가 있으면,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6 11라운드 FC 서울-김천 상무(이하 김천)전이 킥오프했다. 경기 결과는 3-2, 난타전 끝에 김천이 역전승을 거뒀다. 김천은 전반 30분 고재현, 후반 26분 박태준, 후반 29분 김인균의 연속골로, 전반 37분 야잔, 후반 15분 바베츠가 각각 한 골씩 넣은 FC 서울을 제압했다.
김천의 '킬러' 고재현은 이날 귀중한 첫 골을 터뜨렸다. 골킥→ 강민규 순서로 선 굵게 들어온 볼을 세심하게 다듬은 뒤, 구성윤 FC 서울 골키퍼가 움직이는 각도를 보고 정교한 슛을 날렸다.
고재현이 쏜 볼은 수문장이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날카로운 궤적을 그렸다. 이날 많은 골이 터졌다. 그렇지만 고재현의 선제골이야말로 김천이 서울에 '도전할 만한 힘'을 갖췄다는 걸 입증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뛰어났다. 만일 고재현이 아닌, FC 서울로부터 먼저 골이 나왔다면 김천은 어려운 시간을 보냈을 확률이 높았다. 승리도 요원했을 것이다.

주승진 김천 감독은 승장으로 참여한 기자회견에서 고재현의 '골 넣는 후각'에 대해 극찬하기도 했다. 주승진 감독은 "(고재현은) 확실히 골에 대한 감각이 있다. 크로스가 올라오면 골문 앞에 나타난다. 그만큼 부지런하다는 뜻이다. 심지어 수정도 빠르다. 지도자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받아준다. 고재현 같은 선수 덕분에 김천은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얻는다"라고 말했다.
골은 물론이고 찬사까지 받은 고재현을 경기 후 믹스트 존에서 마주했다. 먼저 고재현은 "FC 서울을 이겨서 좋다. 준비했고,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왔다. FC 서울 원정에서 항상 결과가 좋았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믿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골 장면에 대해서는 "강민규가 헤더를 한 게 내게 왔다. 잔디가 미끄러워서 살짝 미끄러졌는데, 그래서 컨트롤을 할 때 앞으로 하려던 걸 옆으로 옮겼다. 동시에 골대를 확인했다. 구성윤 형을 보니 가까운 쪽으로 밀면 들어갈 수 있을 듯했다. 그대로 본능적으로 찼다"라고 긴박했던 순간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고재현은 대구 FC(이하 대구) 시절 기막힌 위치 선정으로 골을 잘 뽑아내 '고자기'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골 사냥 본능이 뛰어났던 AC 밀란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필리포 인자기의 닉네임에서 따온 것이었다. 고재현은 자신의 골 본능이 재능이 아닌 '노력의 산물'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타고나지 않았다. 대구 시절에도 이근호 형이 항상 말씀해주신 게 있다. '재현아, 너는 부지런하고 성실하니까 그런 찬스가 오는 거다.' 많이 움직이려고 해서 기회도 오는 듯하다. 항상 한 발 더 뛰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공이 오는 게 아닐까"라고 분주한 움직임이 생산력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이어 "고자기라는 별명은 친근감이 있어서 맘에 든다. 다만, 오늘처럼 '잘 넣은' 골이 나올 때도 있는데, 팬 분들이 이런 것도 쉽게 득점했다고 생각하실 때가 있다(웃음). 그때 조금 아쉽다. 사실 어려운 골도 넣었다"라고 기분 좋은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 고재현은 하고 싶었던 말이 있다고 했다. 며칠 전 작고한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오늘 골을 넣고 인터뷰 기회가 있으면,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4일 전에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내가 경기할 때마다 항상 찾아와주셨던, 그리고 날 자랑스러워해 주셨던 우리 할아버지다. 갑자기 하늘나라로 가셨다. 장례를 치르다가 왔다. 오늘의 골은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늘 오셔서 경기를 봐주셨다. 오늘도 와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할아버지가 매번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부상 없이, 재밌게, 즐겁게, 축구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하셨다. 2026시즌 내 목표는 그것이다. 할아버지 말씀대로 즐겁게 뛰고 싶다."

고재현은 장례 기간 내내 대구와 김천을 계속해서 이동했다고 한다. 훈련을 하는 와중에도 조부의 마지막 가는 길만큼은 반드시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피로도가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주승진 감독 역시 고재현의 출전을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선발 출전은 고재현이 선택했다. 고재현에게 힘든 상황 속에서도 경기에 나가려 했던 연유를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할아버지라면, 내가 뛰길 원하셨을 거 같다. 그래서 뛰겠다고 했다."
서울전의 고재현은 조부를 위해 달린 셈이었다. 그는 멋진 골을 터뜨려 손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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