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中 감시 뚫고... 아프리카 수교국에 갔다
지난달 방문 직전 인도양 섬나라 영공 통과 불허로 무산
중국 감시 피해 극비리 ‘방문 작전’ 펼친 듯
아프리카 유일의 대만 수교국 에스와티니를 방문하려다 인접 국가들의 영공 통과 불허 조치로 출발 직전 일정을 취소했던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2일 에스와티니 도착 사실을 알렸다. 라이칭더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행기 입구에서 손을 흔드는 사진과 함께 자신이 현재 에스와티니에 도착했다고 알렸다. 대만 언론들도 라이칭더의 에스와티니 방문 소식을 긴급 속보로 타전했다.

라이칭더는 “친절한 에스와티니에 일찍 도착했다”며 “(예정됐던 순방 일정이 불발된 뒤) 며칠 외교관과 국가안보팀의 극비리에 일정을 추진해 성공적으로 도착했다”고 했다. 이어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두려워하지 않고 대만을 위해 목소리를 내준 에스와티니 국가원수 음스와티 3세 국왕과 에스와티니 정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라이칭더의 에스와티니 순방이 일정 하루 전 전격 취소된 뒤, 대만 정부가 중국의 동향을 피해 극비리에 순방 루트를 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라이칭더는 지난달22일 직항편으로 에스와티니로 떠날 예정이었지만 비행 경로에 있는 인도양 섬나라인 모리셔스·세이셸·마다가스카르 정부가 영공 통과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대만 정부는 세 나라가 중국의 압박으로 영공 통과 조치를 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라이칭더의 에스와티니 방문 사실을 중국 측도 확인했다. 중국국제방송 등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라이칭더는 이란(宜蘭)에서 지진이 발생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지역 내 민생을 외면한 채, 몰래 외국 전용기에 올라탔다며 그는 세금을 낭비하며 ‘밀항식’ 외유 소동을 벌여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었고, ‘타이완 독립’의 추악한 행보를 또 하나 추가했다”고 비판했다.

남아프리카의 내륙국 에스와티니는 1968년 독립 직후 대만을 승인한 뒤 지금까지 공식 외교 관계를 유지해왔다. 음스와티 3세는 1986년 즉위 후 대만을 18차례 방문할 정도로 대만 정부와 우호 관계를 맺어 왔다. 라이칭더는 음스와티 3세 즉위 40주년 행사의 주빈으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칭더의 전임 차이잉원 전 총통도 재임 중이던 2023년 9월 에스와티니를 방문한 바 있다. 에스와티니는 면적은 한반도의 12분의 1에 불과하고 인구는 120만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지만, 유엔에 가입된 주권 국가라는 점에서 대만의 아프리카 외교의 거점 역할도 해왔다.
앞서 대만 정부는 라이칭더의 에스와티니 방문 일정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출발 직전 중국과 수교한 인도양 도서국가들의 영공 통과 불허 조치로 전격 취소되면서 무산되는 것으로 보였지만, 라이칭더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격 도착 사실을 발표하는 등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양안의 치열한 외교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중국의 외교 공세에 고립돼 수교국이 12곳에 불과한 대만 입장에서 정상 간 상호 방문 외교는 국제사회 내 입지를 유지하는 수단이다.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게 된 ‘에스와티니’는 공용어인 스와티어로 ‘스와지족의 땅’이라는 뜻이다. 스와지족은 전체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주류 민족으로, 이전 국호 ‘스와질랜드’ 역시 서구식으로 스와지족 땅이라는 의미다.
음스와티 3세는 2018년 독립 50주년을 맞아 나라 이름을 에스와티니로 바꿨다. 외국인들이 ‘스와질랜드’를 유럽의 스위스와 혼동하는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사하라 이남에서 유일한 절대 왕정국가다. 영국 식민 지배의 영향으로 국민의 90%가 기독교 신자이지만, 부족 사회 전통이 사회 전반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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