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대순 시인 시 세계 포괄하는 문예지 ‘백지’(白紙) 창간 화제

광주일보 2026. 5. 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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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업회 16일 드맹아트홀서 ‘범대순 시인 12주기 백지시회’
“문예지 형태로 발간 의미”…‘주제가 있는 야생 시편’ 등 수록
고(故) 범대순 시인

“잘 가거라 백지여, 그리고 돌아보지 마라.”

올해 12주기를 맞은 광주 출신 범대순(1930~2014) 시인의 묘지명이다. 생전에 시인은 자신의 묘지명을 그렇게 새겨주길 원했다.

범 시인에게 ‘백지’ 나아가 ‘백지시론’은 그의 문학세계를 포괄하는 핵심 키워드이다. 출발이점이자 귀환점이다.

범대순 시인의 시 세계를 포괄하는 문예지 ‘백지’가 창간됐다. <문학들 제공>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임동확 시인은 범 시인의 ‘백지’에 대해 “섣불리 밖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치열하게 자신만의 세계를 추구한 구도자로서 인격 그 자체였다”며 “백지가 바로 자신이었고 그의 전부였다”고 했다.

또한 “어느 순간 백지는 그에게 하나의 대상이 아니다. 자신과 동일시된 뗄 수 없는 사물이자 하나의 인격체다”라며 “그렇지 않았다면, 마지막 지상의 시간 속에서 어찌 감히 ‘잘 가거라, 돌아보지 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범대순 시인 12주기를 맞아 고인의 시 정신의 근간이랄 수 있는 ‘백지’, ‘백지시’를 모티브로 한 문예지 ‘백지’(白紙)가 창간돼 화제다.

기념사업회는 오는 16일 오후 4시 드맹아트홀에서 ‘범대순 시인 12주기 백지시회’를 연다.

이번 행사는 추모식 및 ‘백지’ 창간 기념시회로 펼쳐지며 그의 시를 좋아하는 문단의 후배, 지인, 제자, 가족들이 함께한다.

광주서중을 거쳐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한 범 시인은 고향 광주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의문 등을 담백하면서도 감성적인 시어로 형상화했다. 지난 1958년 조지훈 시인 추천으로 문단에 나온 이후 ‘범대순 전집 6권’, 시집 ‘흑인고수 루이의 북’ 등을 비롯해 평론집 ‘백지와 기계의 시학’, 번역서 ‘현대영미시론’ 등 다수의 문학 관련 저서를 발간했다. 국민훈장 동백장, 문예한국 대상, 금호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추모식 및 12주기 백지시회는 언급한 대로 범 시인의 시 세계를 집약할 수 있는 ‘백지’, ‘백지시’를 토대로 한 문예지가 발간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송광룡 문학들 대표는 2일 통화에서 “공식적인 문예지 형태로 책이 나오는 것은 처음이다. 과거에는 자료집 형태로 발간됐는데 이번에는 문예지 형태를 갖춰 발간해보자는 뜻에서 책으로 묶어냈다”며 “‘백지시’가 어떤 특징이 있는지 등을 비롯해 범 시인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글들이 수록됐다. 향후 연간으로 발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74년 현대시학에 제목만 넣고 아무것도 안 실은 ‘백지시’는 파격적이었다. 많은 것을 상징하고 전위적이었다”며 “그런 시 정신 등을 감안해 새로운 실험적인 자세로 한번 문예지를 내보자는 취지에서 발간하게 됐다”고 저간의 창간 배경을 설명했다.

창간호에는 먼저 ‘‘백지시’를 기리며’를 주제로 한 글이 눈에 띈다. 생전 범대순 시인의 글 ‘백지(白紙)가 한 편의 시가 되기까지’, 김형중 평론가의 ‘‘백지(白紙)’의 의미: 범대순의 ‘「」’(1973)에 대하여-문학과 제도2’가 실렸다.

‘범대순, 그 야생의 시’를 주제로 한 특집에는 3명의 문인들 글이 수록됐다. 임동확 시인은 ‘‘맨발’로 걷는 무등산과 고향의 대지-범대순 시인의 시세계 입문’, 김규성 시인의 ‘영원한 청년 시인의 오도송(悟道頌)’, 김영삼 평론가의 ‘자기부정을 통한 생성의 시론’이 그 것이다.

‘주제가 있는 야생 시편’들에서는 지역에서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하는 시인들의 시를 만날 수 있다. 고성만, 김경윤, 김규성, 김미승, 김완, 김재석, 김정희, 김호균, 김황흠, 김희수, 나종영, 박노동, 박현우, 백수인, 서승현, 성명진, 양기창, 염창권, 임동확, 장진기, 전숙, 정양주, 조성국, 조진태, 한경숙 시인의 작품들은 범 시인의 야생의 시와 견줘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범 시인과의 인연을 소개한 글도 있다. 문길섭 시암송국민운동본부 대표는 ‘범대순 시인과의 만남’을, 백수인 시인은 ‘내가 읽은 범대순 시’를 풀어냈다. 범희승 전 화순전남대병원장은 ‘나의 아버지 범대순-걸어서 가기로 하였다’를 주제로 부친이자 시인이며 교육자였던 아버지를 회고한다.

이밖에 창간호에는 범대순 시문학관, 범대순 시비, 시인 연보, 기념사업회 정관 등이 수록돼 있다.

한편 범 시인은 생전에 무등산을 1100여 회 올랐던 ‘무등산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시집 ‘무등산’은 평생 시인이 무등산을 탐색하고 이를 모티브로 형상화한 무등산 관련 시들을 담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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