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아파 응급실 간 60세男…심장마비라니, 어떻게 이럴 수가?

김영섭 2026. 5. 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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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통증 없는 ‘급성심근경색’ 사례 충격적…골든타임 무색케 하는 ‘전이통’(Referred pain)의 함정
남성이 골프 때문에 발생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팔꿈치가 아파 병원에 간 60세 남성이 느닷없이 급성심근경색(심장마비)으로 밝혀진 충격적인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검사 수치의 과신은 금물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소 건강하던 60세 남성이 갑자기 팔꿈치에 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이 환자는 당시 혈압(120/70 mmHg), 심박수(68 bpm), 산소포화도(97%) 등 활력징후가 모두 정상이었다.

의료진은 이 환자가 팔꿈치만 아프다고 하자 심장병이 아니라 테니스 엘보와 같은 '근골격계 질환'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팔에 외상이 전혀 없는데도 팔꿈치 통증이 사라지지 않자 3시간 후 뒤늦게 심전도(ECG)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이 환자는 뜻밖에 급성심근경색(심장마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탈리아 움베르토1세 병원 연구팀에 의하면 이 환자는 심전도 검사 결과 '하부 ST분절 상승 심근경색'인 것으로 확인됐다. 심장의 바닥 쪽 혈관이 완전히 막혀, 심장 근육이 죽어가고 있는 심각한 응급 상태였다.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서둘러 이 환자를 심장내과 중환자실로 보냈다. 연구팀은 여러 가지 사정상, 이 환자의 이후 상태나 치료, 예후 등에 대한 정보를 심장내과에서 얻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사례 연구 결과(Inferior ST-Segment Elevation Myocardial Infarction Presenting as Isolated Elbow Pain: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응급실 의료진이 이 환자의 상태를 근골격계 질환으로 가볍게 여긴 것은 겉으로 드러난 팔꿈치 통증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환자는 '전이통'(Referred pain)이라는 비교적 드문 사례에 속했다. 이미 급성심근경색을 일으켰으나 전이통 때문에 심장에서 발생한 통증 신호를 팔꿈치에서만 느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심장 감각을 맡는 신경과 왼쪽 팔의 감각을 맡는 신경은 척수의 같은 부위(상부 흉추 1~5번)에서 만난다. 하지만 뇌는 심장에서 오는 강력한 통증 신호를, 평소 익숙한 피부나 팔·어깨·턱 등의 근육에서 오는 통증으로 착각할 수 있다. 이는 일종의 신경 신호 혼선에 해당하며 전이통이라고 부른다.

이 환자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중요하다. 가슴 통증(흉통)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외상이 없는 팔·어깨·턱 등의 통증이 이상하게 지속되거나 고령자나 심혈관병 위험 인자가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반드시 심전도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극심한 가슴 통증 같은 전형적인 증상이 없는 급성심근경색도 전체의 약 3분의 1이나 되지만, 많은 사람은 이를 잘 모른다.

일반인도 이 환자 사례와 같은 활력징후의 함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환자가 응급실에 올 당시의 혈압과 맥박이 정상이었던 것은 심장의 보상 메커니즘 덕분이었다. 심장 근육 중 일부가 죽어가더라도 나머지 근육은 신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강하게 펌프질을 한다. 이 때문에 검사 수치로는 정상처럼 보였을 뿐이다. 환자는 혈압이 뚝 떨어지면서 쇼크가 닥치기 직전의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

평소 건강하던 환자에게 이런 날벼락이 떨어진 원인은 '죽상판 파열'에서 찾을 수 있다. 죽상판(콜레스테롤 찌꺼기)이 혈관의 20~30%에만 끼어 있어도 이런 뜻밖의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얇은 기름 막이 갑자기 터지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혈전(피떡)이 생기고 혈관이 막히면 건강했던 사람도 금방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될 수 있다.

특히 하벽(하부) 심근경색의 경우 심장의 손상 부위가 횡격막 및 부교감 신경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증상이 매우 기만적이다. 심장이 아픈데도 뇌는 엉뚱하게 '체했다'거나 '팔꿈치가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 환자가 착각하게 만든다. 하벽 심근경색 환자들이 가슴 통증 없이 응급실에 왔다가 소화제만 처방받고 귀가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종종 보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팀은 자신들의 판단 착오를 기록으로 남겨, 의료계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응급실 의료진이 원인 불명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심전도 검사 문턱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뜻으로 '오답 노트'을 작성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자주 묻는 질문]

Q1. 심근경색인데 왜 가슴이 아니라 팔꿈치가 아픈가요?

A1. 심장 신경과 왼쪽 팔의 신경은 척수의 같은 경로를 공유합니다. 이 때문에 심장에서 오는 강력한 통증 신호를, 뇌가 평소 더 익숙한 부위인 팔꿈치의 통증으로 오인하는 '전이통'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Q2. 혈압과 맥박이 정상인데도 심근경색일 수 있나요?

A2. 네, 가능합니다. 심장의 나머지 건강한 근육이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을 때는 활력징후가 일시적으로 정상 범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안심하기보다는, 원인 불명의 통증이 지속되는지 여부를 더 중요하게 살펴야 합니다.

Q3. 평소 건강한 사람에게도 갑자기 심근경색이 올 수 있나요?

A3. 예, 그렇습니다. 혈관 내부에 쌓여 있던 미세한 기름 막(죽상판)이 갑자기 터지면 혈전이 순식간에 혈관을 막아버립니다. 이는 평소 검진 수치만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일종의 사고와 같습니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 즉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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