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세액공제 내건 국민성장펀드…관제펀드 잔혹사 끊어낼까
뉴딜펀드 평균 수익률 6% 그쳐…“혈세로 손실 보전” 논란도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정부가 내수 활성화와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가 5월말 출시를 앞두고 있다. 5년간 총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이번 정책펀드는 역대 정부 가운데 최대 규모다.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3년 이상 투자 시 투자 금액의 최대 4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점도 눈길을 끈다. 다만 과거 관제펀드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둔 전례가 있는 데다, 손실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구조에 대한 논란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1차 위탁운용사 선정 절차에 본격 착수하고, 펀드를 판매할 금융사에 물량 배정을 마쳤다. 앞서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4월15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해 국민성장펀드와 관련된 세제 혜택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5월부터 국민성장펀드에 가입해 3년 이상 유지하면 최대 1800만원 한도 내에서 40%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펀드에서 나오는 배당금에 대해서도 9%의 낮은 세율로 세금을 따로 떼는 분리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국민성장펀드는 성장이 더딘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12개 핵심 미래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마중물로 75조원(첨단전략산업기금)을 출자하고, 민간기업과 금융권·일반 투자자가 나머지 75조원을 조성해 총 150조원 규모로 운용된다. 정부와 민간, 국민이 함께 투자해 신산업에서 배출되는 성과를 공유하겠다는 구상이다.
펀드 자금은 이미 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호 투자처로 신안 우이 해상풍력 사업을 찍은 데 이어, 전고체 배터리 소재 공장(이수스페셜티케미컬)과 삼성전자 평택 공장 건설현장을 각각 2·3호 프로젝트로 확정했다. 최근에는 네이버 AI 데이터센터를 넓히는 데 4000억원을 빌려주기로 했고, AI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리벨리온에는 2500억원을 직접 투자하는 등 본격적인 '돈 풀기'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반복된 관제펀드 부진…이번엔 다를까
시장 일각에서는 과거 정책펀드들의 초라한 결과물과 연관 지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된 뉴딜펀드를 비롯해 통일대박펀드, 녹색성장펀드 등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남긴 채 마무리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중 국민성장펀드의 전신으로 불리는 뉴딜펀드는 역대 관제펀드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시사저널이 펀드 평가사 KG제로인과 함께 당시 일반인들이 가입했던 뉴딜펀드 29개의 최종 수익률을 뜯어보니, 평균 6.44%에 불과했다. 이 펀드가 약 4년 동안 돈을 뺄 수 없는 구조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반 예금보다 나을 게 없거나 오히려 손해인 셈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30% 넘게 오른 것과 비교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실패한 투자'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모형 자펀드가 분산 재투자한 사모형 자펀드의 수익률은 더 처참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 보전분을 제외한 사모형 자펀드 10개의 평균 수익률은 0.75%에 불과했다. 정부 손실 보전분을 포함하더라도 평균 수익률은 2.14%에 그친다. 5% 이상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안다 뉴딜 일반사모투자신탁 제1호'(10.48%), '타임폴리오 혁신성장 디지털뉴딜 일반 사모투자신탁'(5.65%), '파인밸류 성장뉴딜 POST IPO 4호 일반 사모투자신탁'(5.65%) 3개뿐이었다. 당시 뉴딜펀드를 운용한 한 운용사는 보고서를 통해 "제한된 투자 기간과 포트폴리오 내 집중투자로 아쉬움 속에 청산을 진행하게 됐다"고 평가하며 부진한 성과를 인정하기도 했다.
과거 통일대박펀드(평균 14.23%)나 녹색성장펀드(평균 33.58%)는 겉보기에 꽤 쏠쏠한 수익을 냈다. 이는 당시 정부가 펀드 운용을 금융사에 비교적 자율적으로 맡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사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한 것이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성과 역시 '착시 효과'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실제로는 정책 취지에 맞는 기업 대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덩치 큰 우량주나 채권을 사서 수익률을 높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겨레통일'이라는 이름을 단 펀드가 22% 수익을 냈지만, 정작 바구니에 담긴 건 통일과 무관한 삼성전자나 게임주였다. 87% 수익률을 기록한 녹색성장펀드 역시 알고 보니 대형 IT 기술주들이 수익을 견인한 착시 효과였다.
정책 취지와 펀드 운용이 엇박자를 내자 투자자들 관심도 빠르게 식었다. '교보악사 우리겨레통일 증권 자투자신탁[주식]'의 운용자산은 2015년 9685억원에서 2017년 88억원으로 급감하면서 설정 4년 만에 청산됐다. '한국투자 녹색성장 증권 투자신탁 1호(주식)' 역시 순자산이 11억2000만원에서 정권 말(2012년 6월 기준)에는 6억2000만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정책성 펀드는 단기적으로 정책 모멘텀과 유동성 측면에서 인기를 끌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업종·기업의 성장과 실적에 영향을 받게 된다"며 "결국 해당 기업이나 산업이 정부 지원으로 수출과 실적에서 우상향할 수 있는지가 핵심 변수"라고 분석했다.

세금으로 손실 보전, 괜찮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의 정책펀드는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조성됐지만, 실제 자금 운용과 투자 판단은 민간에 맡겨졌다. 대부분 환매가 가능한 구조였고, 손익 역시 투자자가 온전히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성과가 부진하거나 조기 청산되더라도 '세금 낭비' 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반면 국민성장펀드는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손실 일부를 보전하는 구조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신산업 투자 특성상 리스크가 큰 만큼 정부가 손실을 대신 감내해 초기 투자 유인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상품에서 손실을 세금으로 메우는 구조는 펀드 본연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모든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자기 책임의 원칙'과 배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손실을 메워 1%대 수익을 보전받기보다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유망 산업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며 "단순히 펀드의 규모나 손실 보전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산업의 매력도와 리스크를 명확히 설명해 원금 손실 가능성을 인지하면서도 기꺼이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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