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가 뭐길래…‘연천 구석기 축제’, 알고 즐기면 즐거움 두 배
2일 연천 전곡리 유적에서 개막한 대한민국 대표 선사 축제 ‘제33회 연천 구석기 축제’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선사 문명을 미래의 문화로 만드는 여정이기도 하다. 교과서에서만 만나보던 구석기 시대 인류의 삶과 현장, 인류의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보고 즐겁게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구석기, 뗀석기, 주먹도끼, 전곡리 유적, 그렉 보웬…. 알듯 말듯 쉽지만은 않다. 알고 즐기면 더 유익한 구석기 축제의 역사성과 배경을 살펴봤다.
■세계 구석기 역사 뒤집은 연천 전곡리 유적…30만년 전 인류의 삶 품다

연천 전곡리 유적은 30만년 전 인류의 삶이 녹아든 세계 구석기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현장이다.
전기 구석기 시대의 유물인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동아시아 최초로 발견된 곳. 인류 진화 연구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 대표적인 구석기 유적으로 평가받는다.
주먹도끼(Hand axe)는 주먹에 쥐고 쓸 수 있는 도끼 형태의 뗀석기다. 전기 구석기시대의 대표적인 석기로 원시인들은 이것을 손에 쥐고 다용도 도구로 활용했다.
연천 전곡리 유적에 세계 고고학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건 주먹도끼 ‘아슐리안 석기’가 동아시아 최초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아슐리안 석기는 전기 구석기 시대의 전형적인 유물로, 전체적으로 형태가 좌우 대칭의 균형을 이룬다. 아슐리안(Acheulian) 석기는 프랑스 북서부 솜므강 강변에 위치한 생 아슐(St. Acheul)에서 다량의 석기가 확인되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끝이 매우 뾰족하고 단면은 양쪽이 볼록한 렌즈 모양을 띈다. 사냥, 채집, 음식 손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1978년 연천 전곡리에서 아슐리안 석기가 발견되기 이전까지 세계 고고학계에선 주먹도끼가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만 발견됐었다. 주먹도끼의 유무를 기준으로 문화권을 나눴던 당시였다. 주먹도끼가 출토되지 않은 아시아 지역은 유럽과 아프리카에 비해 문화적 수준이 떨어진다는 논리가 세계를 지배했다.
연천 전곡리에서 발견된 아슐리안 석기는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만 전기 아슐리안 문화가 발견되고, 아시아에서는 그보다 늦은 구석기시대 유물인 찍개만 발견된다”는 학설을 완전히 뒤집었다. 전 세계 구석기 역사를 새로 쓴 것과 더불어 동아시아의 명예를 회복한 셈이다.
■미군인 그렉 보웬의 발견, 고고학자들의 대중화 집념

이 주먹도끼는 1978년 당시 미군에 근무하던 한 병사에 의해 알려졌다. 고고학을 공부하다 1974년 군대에 입대한 미군인 그렉 보웬(Greg L. Bowen)은 한국 동두천에서 주한 미공군 하사관으로 근무했다.
1978년 한탄강 유원지에 한국인 여자친구와 함께 산책을 간 그는 토기편을 발견한다. 주위를 조사하던 그는 주먹도끼까지 발견하고 이후 발견 지점 등을 표기하며 프랑스의 구석기 대가인 프랑수아 보르드(Francois Bordes) 교수에게 편지로 이 사실을 알렸다. 보르드 교수의 소개로 그렉 보웬은 서울대 고고학과 김원룡 교수를 안내받고 직접 만나 전곡리 주먹도끼 발견소식을 전했다.
세계사를 뒤바꾸는 결정적인 유물이 발견됐지만 대중들에게 알려지는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국내 학자들은 힘을 모아 전곡리 유적과 선사문화를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
보이지 않는 문명의 역사를 눈으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발굴조사를 진행하던 배기동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유적관을 준비했다. 주변의 도움과 사재를 털어 발굴조사단의 현장사무실로 쓰던 공간에 전시공간을 구성하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1993년 4월11일 전곡리 구석기 유적관 건립을 기념해 ‘짐승인간들의 현대나들이’란 테마공연이 펼쳐졌다.
2일 개막한 제33회 연천 구석기축제의 첫 시작이다.
■전곡리 주먹도끼, 무엇이 달라?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따르면 주먹도끼는 형태적으로 끝이 뾰족하거나 전체적으로 둥근 타원형의 석기를 말한다. 기능적으로는 주먹에 쥐고 사용했던 석기다.
서양에서 부르는 고전적인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아몬드나 타원의 평면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끝이 뾰족하며, 단면은 양쪽이 볼록한 렌즈 모양을 띈다. 석기 주변부를 따라서 날카로운 날이 있고, 양면 전체를 떼어내어 만든다.
반면 연천 전곡리를 비롯한 국내에서 확인되는 주먹도끼의 경우에는 한쪽 면만을 가공한 경우가 많다. 석기 표면에는 손잡이 부분을 중심으로 자연면이 많이 남아 있다. 단면은 서구와 같은 볼록한 렌즈 모양이 아니고, 석기 재료의 형태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연천군은 이러한 선사 시대의 숨결이 미래로 이어지는 문화 유산이 되도록 2029년 연천 세계 구석기 엑스포를 추진 중이다. 전곡리 유적의 세계적 가치를 알리고, 지역의 평화·문화·생태·환경적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관광, 홍보, 상권 활성화 등 지역 부흥의 기회도 꿈꾼다.
■선사의 숨결 느낄 수 있는 구석기 축제, 더 유익하게 즐기는 방법

축제장 인근엔 전곡선사박물관이 자리한다. 이 곳에선 선사시대 문화와 역사가 연구 및 전시된다.
전곡리 구석기유적지에서 출토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등의 구석기 유물을 중심으로 인류의 진화와 구석기시대 문화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의 유물을 구성했다. 어린이나 어른 등 누구나 인류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고고학 체험이 가능하다.
축제가 열리는 3일엔 인공지능(AI) 기반 영상 콘텐츠를 통해 인류의 시간과 문명을 조망하는 ‘전곡선사 AI 시네마 로드’가 열린다.
동아시아 최초의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발견으로 세계 구석기 연구의 흐름을 바꾼 연천 전곡리에서 ‘과거와 미래의 연결(Fusion & Bridge)’을 주제로 한 AI 영화제다. 주먹도끼가 발견된 장소에서 최첨단 기술인 AI로 구현한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며, 인류 문명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하나의 흐름으로 제시한다.
관람객은 선사시대부터 공상과학(SF)에 이르는 다양한 서사를 따라가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다.
4일 오후엔 연천 전곡리 유적 세계구석기체험마당 중앙무대에서 ‘연천 구석기 축제와 세계 선사문화 체험의 현재’를 주제로 대중 포럼이 열린다.
연천군이 주최하고 전곡선사박물관·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한국대중고고학회가 주관하는 이번 포럼은 문화유산의 활용과 보존에 대한 담론의 장으로 마련된다. 2029 연천 세계 구석기 엑스포 개최 및 전곡리유적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원하며 각 나라의 선사문화 활용 및 대중화 방안 등이 공유될 예정이다.
축제를 즐기며 천혜의 자연경관이 살아 숨쉬는 연천 곳곳을 여행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연천군 관광과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시티투어 버스를 운영한다. 연천역을 시작으로 재인폭포~전곡시장~전곡선사박물관을 지나 구석기축제로 향하며 연천역으로 회귀한다. 요금은 1만원이지만 지역화폐를 통해 5천원을 페이백한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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