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수녀 넘어뜨리고 발길질…이스라엘, 또 기독교 혐오 범죄?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온산 인근에서 한 남성이 대낮에 프랑스 수녀를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기독교 혐오’ 범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는 가운데, 현지 경찰은 이 남성을 체포해 구체적인 동기를 조사 중이다.
1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예루살렘 시온산에 위치한 성지인 다윗왕의 무덤 인근에서 프랑스 수녀가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남성은 길을 걷던 수녀의 뒤로 몰래 다가가 갑자기 밀쳐 넘어뜨린다. 이윽고 남성은 자리를 뜨는 듯하다가,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수녀에게 다시 돌아와 발길질까지 하는 등 폭력을 이어 갔다. 당시 인근을 지나던 한 행인이 폭행을 목격하고 개입하려 하자, 남성은 이 행인과도 짧게 몸싸움을 벌인 뒤 현장을 떠났다. 영상 속 남성은 일부 독실한 유대교 남성들이 착용하는 술 장식이 달린 의례용 속옷인 치치트(tzitzit)를 입고 있었다.
이스라엘 경찰은 사건 발생 당일 영상 속 용의자를 추적 끝에 검거했다. 이름과 국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용의자는 36세 남성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용의자에 대해 “인종적 동기에 의한 공격 혐의로 체포됐으며, 현재 구금 상태”라고 밝혔다. 아울러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모두에 성스러운 도시에서 우리는 모든 공동체를 보호하고 폭력에 책임이 있는 이들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용의자의 구금 기간 연장을 요청할 예정이다.
영상이 공개되자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상당수는 이번 일을 극단적 유대교도가 벌인 일로 보고, ‘기독교 혐오’ 범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또 이미 비슷한 유형의 범죄가 반복돼 왔는데 이제야 사안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피해 수녀의 소속 기관과 협력 관계인 히브리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에 대해 깊은 충격과 규탄을 표한다”며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기독교 공동체와 그 상징물을 향해 고조되는 적대적이고 우려스러운 양상의 일부”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번 폭력을 예루살렘의 기본 가치인 종교적 다원주의와 개방적인 대화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외무부도 X를 통해 이번 일을 “수치스러운 행위”라고 표현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건국 이념인 존중, 공존, 종교의 자유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라며 피해 수녀와 예루살렘 라틴 교구에 위로와 연대의 뜻을 밝혔다.
성지 기독교 포럼의 와디 아부나사르는 이번 수녀 폭행 사건에 대한 신속한 대응은 사건이 영상에 찍혔기 때문이라며 “이런 일이 조만간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시스템에 대해 큰 분노와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이런 사건에서 체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체포되더라도 때로는 하루나 이틀 뒤에 용의자들이 풀려난다”며 “어떤 경우에는 경찰이 검찰에 기소를 권고하지 않거나, 기소하더라도 혐의가 가볍게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최근 극단적 유대교도들이 기독교 성직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차별과 폭력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종교자유데이터센터(RFDC) 등 조사 단체에 따르면 작년 접수된 기독교 성직자 등 대상 괴롭힘은 181건, 최루액 분사, 물리적 타격, 돌팔매 등 직접적 폭력은 60건에 달했다. 올해도 3월까지 예루살렘 구시가지 인근에서 33건의 유사 사례가 보고됐다. 또 교회와 기독교 공동묘지 훼손 행위는 52건이 접수됐다. 올해 3월에는 요르단강 서안의 대표적 기독교인 마을인 타이베에서 유대인 정착민 소행으로 추정되는 차량 방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레바논 남부에 투입된 이스라엘군 병사가 큰 망치로 예수상을 파괴하는 사진이 공개돼 파장이 일기도 했다. 당시 이스라엘군 측은 자국 병사가 맞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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