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도 블록체인으로…토큰증권 새 먹거리 되나
블록체인 기술로 파리협정 ITMO 활용 가능
국내 금융화 난항, 제도 정비·관할 조율 과제

탄소배출권 시장이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금융 상품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글로벌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시장 파편화와 결제 비효율 문제를 해결할 수단으로 블록체인 기반 토큰증권(STO)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배출권거래제(ETS·Emission Trading Scheme)와 민간 주도의 자발적 탄소시장(VCM·Voluntary Carbon Market)이다. ETS는 국가가 기업별 온실가스 배출 한도를 설정하고, 한도를 초과하거나 남은 배출권을 거래하는 구조다.
아시아개발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전 세계 36개국에서 해당 시장을 운영하고 있고 22개국이 도입을 준비 중이다. 한국은 2015년 아시아 최초로 ETS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문제는 시장 효율성이다. 현재 탄소배출권 거래는 결제일이 T+2 형태로 이뤄진다. 거래 체결 이틀 뒤에 결제가 완료되는 방식이다. 주식 시장에서도 점차 실시간 결제가 논의되는 흐름과 비교하면 뒤처진 구조다. 여기에 국가별로 시장이 파편화돼 있어 국제 거래의 효율성도 크게 떨어진다.
최근 부상한 탄소세와 탄소 관세 이슈도 변수로 작용한다. 수입품에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화되면 탄소배출권의 국제 호환성 문제는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국가 간 제도 차이도 ETS 시장 통합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한국은 절대 총량 기준으로 배출 한도를 설정하지만, 일본은 경기 변동에 따라 기준이 유동적으로 달라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제도적 설계 자체가 달라 서로 다른 국가의 ETS 시장의 단순 연계만으로는 시장 통합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VCM 시장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포함되지 않는 탓에 동기적 유인이 줄어든다.
이에 ITMO를 통한 게이트웨이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파리협정 6.2조 의무인 ITMO는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서 달성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자국 목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국제 탄소 거래의 핵심 제도로 꼽힌다.
ITMO를 뒷받침하는 것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거래 이력의 투명성 확보와 이중계산 방지, 실시간 정산이 가능해 ITMO 기반 국제 탄소 시장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허규만 아시아개발은행(ADB) 박사는 "파리협정에서 채택된 ITMO(국제이전감축량·Internationally Transferred Mitigation Outcomes) 체계로 나아가야 국가 간 탄소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선 블록체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토큰증권과의 접목 가능성도 열려 있다. 탄소배출권을 디지털 자산 형태로 토큰화하면 소액 분산 투자가 가능해지고 유동성도 높아진다.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에서는 탄소배출권을 이미 금융 상품에 준하는 자산으로 취급하고 있어 제도적 기반도 마련돼 있다.
다만 국내는 탄소배출권이 환경부 소관으로 묶여 있어 금융 상품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과 환경부 간 관할 조율, 관련 법령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 시장의 금융화와 디지털화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제도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석 연세대 교수는 "국내 규제만으로 국경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디지털자산은 본질적으로 국경을 넘는다"며 "시장 구조 설계는 아직 초기 단계다. 싱가포르는 자산 결제 인프라를 통합했고 홍콩은 크로스 보더 구조를 설계했다. 일본은 기존 금융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한종욱 기자 onebell@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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