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강하다' 삼성 라이온즈의 숨은 힘, 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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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중지추'(囊中之錐)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박승규가 꼭 그렇다.
지난 4월 10일 박승규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펄펄 날았다.
하지만 박승규는 주저 없이 3루까지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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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팀 우선하는 마음이 더 돋보여

'낭중지추'(囊中之錐)다. 주머니 속의 송곳.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남의 눈에 띈다는 말이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박승규가 꼭 그렇다. 자신을 앞세우려 하지 않는데도 빛이 난다.
삼성은 안방에서 3루 쪽 덕아웃을 쓴다. 덕아웃 한쪽 벽에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이 적혀 있다. 스포츠계에선 오래된 격언. 다 함께 마음에 새길 말을 선수들이 적어두곤 하는데 최근 이 문장이 적혔다. 박승규가 몸으로 이 말을 실천한 뒤 그리 됐다.
박승규는 주전이 아니다. 우익수 김성윤이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메우려고 투입됐다. 지난 4월 10일 박승규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펄펄 날았다. 1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홈런 1개, 3루타 2개) 4타점을 기록, 팀의 8대5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특히 8회말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4대4 동점이던 2사 만루 기회에서 박승규가 타석에 섰다. '히트 포 더 사이클(사이클링 히트·한 경기에서 1, 2, 3루타와 홈런을 치는 것)'을 눈앞에 둔 상황. 2루타만 하나 더 치면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박승규의 방망이는 힘차게 돌았다. 큰 타구가 중견수를 넘어갔다. 금세 2루를 밟았다. 이종욱 3루 코치뿐 아니라 덕아웃에 있던 선수들도 멈추라고 아우성쳤다. 하지만 박승규는 주저 없이 3루까지 내달렸다. 그리고 후속 타자 류지혁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팀에 1점을 더 보탰다.
선수생활에 한 번 세우기도 쉽지 않은 기록. 아쉬울 만했다. 이 상황 직후 박진만 감독도 웃으며 아쉽다고 했을 정도. 하지만 경기 후 만난 박승규의 대답은 간결했다. 그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후회하지 않는다. 점수를 더 보탰고, 팀이 이겼으니 됐다"고 했다.

박승규는 빠른 발과 강한 어깨, 폭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외야수. 대기록을 '쓰지 않은' 뒤에도 꾸준히 활약했다. 김성윤이 부상을 털고 복귀한 뒤에도 꾸준히 1군 경기에 모습을 비쳤다. 방망이도 날카롭게 돌아 부진에 빠진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1일 안방에서 박승규가 또 한 건 했다. 결정적인 홈런을 날린 데 이어 경기 막판 호수비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이날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삼성은 5회까지 0대3으로 밀리며 고전했다. 상대 선발 윌켈 에르난데스(5이닝 무실점)에게 꽁꽁 묶였다.
삼성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에르난데스가 팔꿈치 통증으로 마운드에 더 오르지 못하게 됐다. 삼성이 한화 불펜을 공략, 2점을 만회했다. 2대3으로 추격한 7회 2사 2루에서 박승규가 2점 홈런을 터뜨렸다. 박승규의 타구는 외야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4대3 역전.

9회초 삼성은 김재윤을 마운드에 올렸다. 최근 김재윤은 안정감이 떨어진 상황. 이날도 볼넷을 내주는 등 2사 2루 위기에 몰렸다. 허인서의 빗맞은 타구가 내·외야수 사이로 향했다. 동점을 허용하나 싶었다. 한데 중견수 박승규가 몸을 날렸고, 공은 그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다.
승리의 일등공신 박승규는 경기 후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하기보다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다. 공이 글러브 안으로 들어와 다행이다"며 "항상 의지가 사람을 움직이는 것 같다. (김)재윤이 형이 고맙다고 안아주셨다. 항상 잘 챙겨주셔서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삼성의 전설 중 3루수로 뛴 김한수 전 감독에게 붙었던 별명이다. 조용하고 침착했다. 화려해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호수비와 해결사 역할로 공수에서 팀에 큰 보탬이 됐다. 박승규가 보여주는 모습도 그렇다. 돋보이려 하지 않아도 눈에 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