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몽몽(?-2026.05.01), 편안히 쉬길 바란다" / 유재연
유재연 2026. 5. 2. 12:40


몽몽이를 처음 본 건 조천의 숲을 지나던 어느 오후였다. 차창 너머로 나무 사이에 묶인 흰 개가 보였다. 차를 세우고 견주에게 물었다. 왜 이곳에 개를 묶어두냐고. 돌아온 대답은 짧았다. 접근하지 말라고.
그날부터 나는 매일 밤 군고구마와 개껌을 들고 그 숲으로 갔다. 견주의 눈을 피해서. 개는 갈비뼈가 앙상했고 배는 복수로 가득 차 있었다. 병이 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열흘 뒤, 제주동물권 행동 나우의 김란영 대표와 함께 견주를 찾아가 설득했다. 어린 강아지 때부터 5년 동안 이름도 없이 숲에 묶여 있던 개를 데려왔다. 나는 그 개에게 몽몽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동물병원에서 진단이 나왔다. 심장사상충이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였다. 몽몽이는 나우가 운영하는 고양이 도서관으로 갔다. 아픈 몸으로, 다른 개들과 사람에게 꼬리를 흔들었다. 몽몽이는 그곳에서 하루를 머물고 세상을 떠났다.

나우의 조 팀장이 말했다. 몽몽이를 쓰다듬으며 "이제 걱정하지 말고 푹 쉬렴"이라고 했는데, 그게 몽몽이가 살아서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고.
나는 쓰레드에 몽몽이의 심장사상충 치료를 위한 모금을 했는데, 하루만에 315만원이 모였다.
몽몽이의 죽음으로 이 돈을 쓸 데가 없어서 환불해주겠다고 했지만, 아무도 환불을 원하지 않고 몽몽이 같은 개를 위해 써달라고 했다.
이 돈은 나우에서 '몽몽사랑기금'으로 보관해서 훗날 몽몽이 같은 개를 발견했을 때 쓸 예정이다.
5월 2일, 시민들이 모여 몽몽이를 추모하고 화장했다.


제주도의 숲과 밭에는 아직도 수많은 개들이 묶여 있다. 이름도 없이, 병든 채로.
이 개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눈을 마주한다면, 누구나 볼 수 있을 것이다. 깊은 외로움과 그럼에도 여전한, 사람에 대한 사랑을. / 소설가 유재연


* 제주시 조천읍에 살고 있는 소설가 유재연은 매일 밭지킴견을 산책시키고 소설을 쓰고 있다. 그는 본지 매거진 [귤밭의 개들]을 연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