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기분 따라 동맹 바뀌나"… 트럼프, 군 철수·관세 부과로 유럽에 화풀이
獨 메르츠 비판 발언 뒤 감정 터트린 트럼프

미국·이란 전쟁을 둘러싸고 이어져온 대서양 동맹(미국·유럽) 간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수입하는 자동차·트럭에 25% 관세를 추가 부과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유럽 주둔 미군의 대표격인 주독미군 병력도 전격 감축 수순에 들어갔다. '우리 전쟁이 아니다'라며 미국의 전쟁 수행 동참을 거부한 유럽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이 '뒤끝'을 보이고 있다.
관세 인상·미군 철수… 유럽 흔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EU가 함께 합의한 무역 협정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기반해, 다음 주부터 EU산 자동차와 트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기로 했다고 기쁘게 전한다"면서 "관세는 25%로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대법원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상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미국이 새로 부과한 관세가 기존 합의 위반이라 주장해온 EU에 추가 관세를 매기고 나선 것이다. 다만 공식 문서가 아닌 SNS를 통한 발표인 만큼 세부 사항은 추후 발표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미국은 주독미군 병력 감축도 공식화했다. 숀 파넬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한국일보에 보낸 성명에서 현재 3만6,000명 수준인 주독미군 병력을 향후 6~12개월 간 5,000명 감축해 미군의 다른 해외 주둔지나 본토로 재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독미군은 8만~10만 명 규모의 유럽 주둔 미군의 중심 축 역할을 수행해왔다.
메르츠 "미국 전략 없다" 발언에 발끈?

미국은 두 조치를 두고 각각 '유럽의 관세 협정 미이행', '전략적 군사 재배치'라는 이유를 댔지만 이면에는 미국의 대(對)이란전 수행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온 유럽에 대한 복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란 지도부, 특히 일명 '혁명수비대'라 불리는 이들에게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가 모욕당하고 있다"며 미국을 직접 비판한 것이 계기가 됐다. "미국은 진정으로 설득력 있는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는 강경한 비판과 함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그동안 쌓인 감정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는 29일 "독일 주둔 병력의 가능한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며 주둔군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어 30일에는 "독일 총리는 이란 문제에 간섭 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망가진 자기 나라를 고치는 데 집중하라"며 비난했다.
미군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금지하는 등 미국·이란전에 가장 비판적이었던 스페인이나 교황 레오 14세의 반전 발언 이후 충돌을 빚어온 이탈리아를 향해서도 악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스페인·이탈리아 주둔 미군 철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마 그렇게 할 것 같다. 안 될 이유가 있겠는가"라며 "이탈리아는 어떤 도움을 주지 않았고, 스페인은 (우리를) 끔찍하게 대우했다. 정말 끔찍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기분 따라 동맹관계 바뀌나" 비판 이어
직접적인 조치는 없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내비쳐온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직후인 지난달 1일과 6일 두 차례에 걸쳐 2만8,000명 수준인 주한미군 규모를 과장하며 "우리가 험지에, 핵보유국 바로 옆에 4만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한국은 우리를 돕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후 관심이 유럽 국가 쪽으로 쏠리면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을 향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군 철수가 미국의 '제 살 깎아먹기'가 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잭 리드(로드아일랜드)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미국의 동맹에 대한 약속이 대통령의 기분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며 "동맹과 장기적 군사 안보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 전에 이 무모한 행동을 즉시 중단하라"고 밝혔다.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브래들리 보우먼 연구원도 AP에 유럽 주둔 미군이 "러시아의 추가 침략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지중해, 중동, 아프리카로 미군 군사력을 투사하는 거점으로도 작동한다"고 꼬집었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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