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신설로 잇따르는 고소·고발… 경찰 내부 “혼란스러워”
경기남부청 관할지역 47건 접수
검찰 넘겨진 사례 없지만 ‘위축’
수사·재판결과 불만 품고 ‘남발’
“민원성 처리, 행정력 낭비 상황”

법왜곡죄가 시행된 지 한달여만에 경찰을 대상으로 한 고소 고발이 잇따르고 있지만 검찰에 넘겨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업무가 늘어나 일선 경찰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2일까지 경기남부청 관할 지역에서 법왜곡죄(형법 제123조의 2) 위반 혐의로 접수된 고소 고발은 총 47건이다.
피소 인원은 967명으로 집계됐다. 직군별로 보면 경찰관이 306명으로 가장 많았고, 검사(67명), 판사(4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신설된 법왜곡죄는 경찰, 검사, 판사 등이 형사사건에서 적용 법령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증거를 조작해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있다.
법왜곡죄로 고소 고발이 잇따르고 있지만 검찰에 송치된 사례는 없었다. 종결된 사건도 10여건이었다.
피소 인원(967명) 중 법왜곡죄 적용 대상이 아닌 공무원이나 변호사 등 사건 관계자(554명)도 57%에 달했다. 사건을 수사·판결하는 과정에서 특정인과 공모가 있었을 것이라는 이유로 고발당한 경우다.
이는 수사나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법왜곡죄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고소 고발을 남발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경찰관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온다. 일선 경찰서 소속인 한 경찰관은 “악성 고소·고발인에게 기존의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외에 선택지를 하나 더 쥐어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경찰관 A씨도 “사건을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할 수 밖에 없다”며 “심적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경찰관 B씨는 “법리 판단이 의도적으로 왜곡됐는지를 수사해야하는 상황”이라며 “법왜곡죄 관련 사건이 일선 서에 배당됐는데 한번씩은 들춰봐야하는 사안들이라 업무가 늘어났다”고 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법왜곡죄가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중 법무법인 심우 대표변호사는 “최근 법왜곡죄 관련 문의가 적지 않다”면서도 “법왜곡죄는 고의로 법을 왜곡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게 핵심인데 수사와 재판은 해석의 영역이 존재해 법리 적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법왜곡죄가 행정력 낭비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태정 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왜곡죄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일종의 상징입법이다. 유사한 취지의 처벌 규정이 있는 독일에서도 실제 처벌 사례가 없다시피 하다”며 “민원성 고소 고발건을 처리하기 위해 행정력을 낭비하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시은 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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