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경기실적 0%'…홍익대의 폭거, 엘리트체육을 향한 무책임한 파기 선언이다

스포츠평론가 김정훈 2026. 5. 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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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본교 앞에서 운동부 학부모님들이 민원제기를 하는 집회 모습.(사진제공=홍익대 운동부 학부모들)




홍익대학교 본교 앞에서 운동부 학부모님들이 민원제기를 하는 집회 모습.(사진제공=홍익대 운동부 학부모들)


【발리볼코리아닷컴=김정훈 스포츠평론가】 홍익대학교가 내놓은 '체육우수자전형'은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다. 그 내용은 매우 분명하다. 경기실적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학생부 성적 100%로 선발하겠다는 기준은, 엘리트 선수 선발 구조를 사실상 무력화하겠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이는 제도의 보완이나 개선이 아니라 대학 스포츠의 근간을 스스로 허무는 선택이며, 그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한국 스포츠는 오랜 시간 동안 체육특기자 제도를 통해 유지되고 발전해왔다. 어린 시절부터 훈련과 대회를 병행하며 경쟁력을 키워온 선수들이 대학에서 기량을 완성하고, 이후 프로와 국가대표로 이어지는 구조는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 국가 스포츠 시스템의 핵심 축이었다. 그런데 홍익대는 이러한 구조를 충분한 논의나 준비 없이 뒤흔들고 있다. 특히 경기실적을 완전히 배제한 채 학업 성적 중심으로 1단계를 운영하겠다는 방식은, 선수들의 성장 과정과 특성을 외면한 채 획일적 기준을 들이대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공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 자체를 무너뜨리는 접근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결정이 추진되는 과정이다. 폐지 방침을 알린 직후 곧바로 특기자 선발을 진행하고, 입시요강 변경 과정에서는 법정 공고 기한 논란까지 불거졌다. 무엇보다 재학생과 지도자, 학부모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이는 교육기관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신뢰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행정이라 할 수밖에 없다. 입시는 학생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이며,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은 필수 조건이다. 그럼에도 홍익대는 이 최소한의 기준조차 가볍게 넘어서 버렸다.





홍익대학교 본교 앞에서 운동부 학부모님들이 민원제기를 하는 집회 모습.(사진제공=홍익대 운동부 학부모들)


학교 측의 인식 역시 심각하다. 일반 학생으로 전력을 보완할 수 있다는 발상은 대학 운동부의 본질과 엘리트 체육의 구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결국 경쟁력 저하와 팀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대학 스포츠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명백하다. 입학 이후 장학금과 기숙사 지원의 일방적 변경, 전과를 둘러싼 혼란, 그리고 선수 수급 차단에 대한 우려는 모두 실제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운동부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흐름이다.



이 문제는 대학 내부의 문제가 아니다. 홍익대는 전국체전 등 각종 대회에서 세종특별자치시의 지원을 받아왔다. 공공 자원을 기반으로 성과를 만들어온 대학이 이제 와서 그 기반을 허물고 있다면, 이는 지역사회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다.



그리고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홍익대학교 본교 앞에서 운동부 학부모님들이 민원제기를 하는 집회 모습.(사진제공=홍익대 운동부 학부모들)


최교진 장관은 누구보다 이 문제의 무게를 잘 알고 있어야 할 인물이다. 세종시교육감 출신으로서 지역 체육과 교육 생태계를 직접 이끌었던 경험이 있는 인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시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흔들리는 사안에 대해 아무런 제동도 걸지 않는다면 이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책임 방기에 가깝다.



교육부는 대학 입시의 기준과 질서를 관리하는 최종 책임 기관이다. 법정 공고 기한 논란, 선수 선발 구조 붕괴, 이해관계자 배제라는 중대한 문제가 동시에 발생했음에도 이를 방치한다면, 그 순간 교육 행정의 권위는 스스로 무너진다. 특히 지역 기반 대학 스포츠가 붕괴되는 상황을 방관한다면, 이는 국가 스포츠 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홍익대학교 본교 앞에서 운동부 학부모님들이 민원제기를 하는 집회 모습.(사진제공=홍익대 운동부 학부모들)


학부모와 선수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하다. 경기실적을 반영하고, 약속된 장학을 지키며, 예측 가능한 입시를 운영하라는 것이다. 이는 특혜가 아니라 최소한의 신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홍익대는 그 최소한조차 외면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사안이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대학이 시작하면 다른 대학도 따라갈 수 있고, 그 순간 대학 스포츠는 급격히 붕괴될 것이다. 결국 이는 대한민국 스포츠 전체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지금 홍익대가 하고 있는 일은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다. 책임 회피와 편의주의가 결합된 구조적 해체 시도다.



홍익대학교는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 전형을 전면 재검토하고, 경기실적 반영을 복원하며, 장학과 지원 정책을 원상으로 돌려야 한다. 동시에 교육부 역시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사태에 제동을 걸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결코 피할 수 없다.



지금 막지 못하면, 그 다음은 없다.



이 칼럼은 스포츠평론가 김정훈이 기고 한 글 입니다. 외부 칼럼의 경우 본지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도 있는 점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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