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역·英 연령 차등…‘단일 적용’ 우리와 비교되는 두 최저임금
영국, 21세 미만 임금 수준 나눠 지급
한국, 노사 반발 커 제도 첫 해만 구분
“과거 보다 미래 지표 활용하기 시작”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지난달 시작됐다. 올해도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저임금 근로자와 영세소상공인을 앞세워 치열한 임금 수준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해외와 우리나라 제도의 가장 큰 차이는 구분 적용이다. 단일 적용인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과 영국은 각각 지역, 연령별로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두 국가의 최저임금 제도를 살펴봤다.
2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주요 국가 최저임금 제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1947년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최저임금 실시 근거를 뒀지만, 당시 경제 상황을 고려해 현행과 같은 최저임금 제도는 1988년부터 시행됐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최저임금제도 비슷하다.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매년 시급 단위로 결정한다. 매년 6월 심의에 착수하고 근로자 생계비, 유사 노동자의 임금, 임금지급능력을 고려하는 점도 닮았다. 우리처럼 국내총생산, 실업률, 소비자물가지수 등 거시지표도 참고한다.
일본 최저임금 제도와 우리 제도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지역·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정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최저임금액 목표치를 제시하면 지방최저임금심의회가 구체적인 수준을 정한다. 우리의 지방자치단체인 47개 도도부현은 중앙심의회가 제시한 3개 목표치에 맞춰 3개 그룹으로 임금 적용을 나눈다. 우리는 1988년 최저임금 시행 첫 해만 업종별 구분을 한 차례 적용한 후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해왔다. 최저임금 수준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헌법 가치를 반영한 결정이다.
일본의 최저임금 고민은 우리처럼 고물가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해 실질임금은 3년 연속 마이너스였다. 결국 일본은 지난해 최저임금을 전년 보다 6%로 역대 최대폭으로 올렸다. 2021~2022년 3%대였던 최저임금은 2023년 4.5%, 2024년 5.1%로 추세적으로 오르고 있다.
영국은 여러 국가 중에서도 최저임금 제도의 합리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국가로 평가된다. 임금 결정은 노사 자율이 원칙이지만, 여성 근로자, 연소 근로자 등 저임금 근로자 보호를 위해 1909년 임금위원회법을 제정했다.
영국의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저임금위원회는 임금액 권고을 모두 전원합의로 결정해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원합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끝장 토론’을 하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이 회의는 통상 2일 이상 걸린다. 회의뿐만 아니라 참고자료도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영국 최저임금의 특징은 국가 생활임금, 국가 최저임금(18~20세·16~17세), 견습생 최저임금 등 연령과 대상에 따라 4개 구간으로 나뉘어 운영된다는 점이다. 국가 생활임금은 21세 이상 모든 근로자가 적용된다. 21세 미만은 18~20세, 16~17세, 견습생으로 구분된다. 국가 최저임금은 국가 생활임금의 적용 제외 대상인 16~20세다. 단, 자영업자, 회사 대표, 자원봉사자, 정부 사업 참여자, 군인 등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영국 최저임금의 고려 요인은 다양하다. 근로시간과 소득 통계와 평균 소득 등 국가 통계뿐만 아니라 대학과 언론 동향도 참고한다. 눈에 띄는 원칙 국가생활임금이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으로 떨어지면 안된다는 점이다. 중위임금 3분의 2 미만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산출하는 전세계적인 저임금 근로자 판단하는 기준선이다. 우리나라는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15.8%로 중위임금은 월 352만 원이다.
보고서는 “과거 데이터를 기초로 최저임금을 정해왔던 영국은 올해부터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생활임금 등 미래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며 “현실에 가까운 생활임금을 위해 예측기법을 점점 발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노사의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공방은 치열할 전망이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지난달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첫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 “실질임금이 후퇴하면서 최저임금의 기본 기능인 분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2.9% 오른 1만 320원이다. 정부 출범 첫해 인상률 기준으로는 김대중 정부 이후 두 번째로 낮다. 경영계는 대폭 인상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자영업자 부채가 크게 늘었고 중동 전쟁의 충격이 국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내년도 최저임금이 동결되더라도 현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년 최저임금은 업종별 구분 여부를 결론 짓고 임금 수준 심의에 돌입한다. 권순원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최저임금은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 노동의 가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지불 능력, 고용 여건, 경제 상황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종곤 고용노동전문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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