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 “李 정부, 실용 아닌 실언외교…대북 억지력은 줄고, 北 도발은 키워”

강윤서·변문우 기자 2026. 5. 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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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野 외통위 간사 김건 의원 “정동영, ‘첩보’를 ‘정보’처럼 공개”
“과거엔 美 ‘정보 제한’ 오해 금방 해소…李 정부는 ‘잘못 없다’만 반복”
“한미 갈등 시험하는 北 도발 가능성도…이스라엘 SNS 글은 갈라치기”

(시사저널=강윤서·변문우 기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4월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번이 벌써 세 번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4월29일 진행한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핵시설' 언급을 단순 실언으로만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국가 안보에 대한 정부의 심각한 인식 수준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정 장관이 취임 이후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2000kg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3대 전략 핵국가"라며 아슬아슬한 발언을 반복해온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도 짚었다.

김 의원이 지난 4월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왜 정 장관을 해임해야 하는지 심혈을 기울여 설명한 이유다. 그런 와중에도 당시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서로 기념촬영을 하며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의원은 외교·안보 최종 책임자인 이재명 대통령의 역할도 지적했다. 그는 "조율되지 않은 정 장관의 독단적인 발언은 대통령과 외교부, 국방부 간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 대한 엇박자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동맹인 미국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를 엄호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도 '실용외교'가 아니라 '실언외교'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최종 책임자로서 더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번처럼 문제가 명백한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강하게 엄호하고 나서면, 결국 뒷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성 핵시설' 발언이 왜 문제인가.

"정 장관은 '첩보'를 얘기했다. 근데 장관 입에서 나오는 순간 사람들은 그것을 '정보'라고 인식한다. 그 착각을 만들어낸 것이 문제의 출발이다.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첩보와 정보를 분명히 구분한다. 첩보는 의혹, 소문, 각종 설, 이른바 찌라시까지 포함된다. 국회의원은 첩보에 기초해 질문하고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그런 활동을 위해 면책특권이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다르다. 정부는 첩보가 아니라 정보에 기초해 말해야 한다."

정부 당국자가 공개할 수 있는 정보의 기준은.

"정보의 기준은 여러 첩보 중에서도 정책에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의 신뢰성을 갖춘 것에 한정된다. 정부는 이런 정책적 고려를 반영해 여러 정보 중에서도 선택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 발언을 '전략적 메시지'라고 하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까지 체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정 장관은 정부 당국자 입장에서 해서는 안 될 발언을 너무 많이 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4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에서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건 의원이 5분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통일부는 '이미 공개된 자료'라고 해명했다.

"통일부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나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등 민간 보고서에 이미 나온 내용이라고 했다. 하지만 CSIS 보고서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 빅터 차 CSIS 한국석좌가 바로 반박했다. 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보고서도 직접 읽어봤는데, 거기에는 '추가적인 확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여러 정황상 '농축 의심 시설'일 수 있다는 분석일 뿐, '농축 시설이 있다'고 확정한 대목은 없다. 그런데 장관은 국회에서 '농축 시설이 있고 90% 무기급 우라늄을 만든다'라고까지 말했다. 민간 보고서를 근거로 확정적 발언을 한 것도 문제고, 없는 내용을 마음대로 붙인 것은 더 큰 문제다."

통일부의 후속 대응은 어떻게 보고 있나.

"이런 문제를 제기하자, 통일부는 '정보를 공유받은 바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은 통일부 장관이 국회와 국민 앞에서 정부 전체 정보가 아니라 개인 생각을 말해왔다는 뜻 아닌가. 대북 정책을 책임지는 주무 장관이 우리 정보부처로부터 관련 브리핑을 전혀 받지 못한 상태에서 발언했다면, 그게 더 심각한 문제다. 그걸 해명이라고 내놓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 장관도 책임을 인정하기보다 사실상 정치적 공방으로 몰고 가고 있다. '내 발언에 이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정보 공유가 회복되고 신뢰가 복원될 수 있다.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

미국은 왜 정보 공유를 제한했을까.

"미국이 가진 정찰 자산과 한국이 가진 정찰 자산에는 서로 다른 강점과 특징이 있고, 이 둘이 합쳐졌을 때 연합 정보 자산이 된다. 이 자산은 대북 억지력의 핵심이다. 이 체계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은 안보에 중요한 빈틈이 생겼다는 뜻이다. 그 의미를 미국도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럼에도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은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본다."

한미 안보동맹에는 어떤 리스크가 생길까.

"한반도는 북한이 핵무기로 위협하고, 우리는 동맹의 확장억제로 억지하고 있는 구조다. '안정-불안정 역설(Stability-Instability Paradox)' 속에서 우리가 압도적 억지력을 가져야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이 한미 정보 공유 등의 빈틈을 보면 '연합 억지력이 약화되는 것 아닌가'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에 한미 갈등이 심각한 상태인지 시험해 보는 차원의 도발 가능성도 커졌다. 또 한미 간 조인트 팩트시트 이행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양국은 대미 투자, 공급망과 함께 원자력 잠수함, 농축·재처리, 사용후 핵연료 등 여러 현안이 동시에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더욱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 사태를 '별일 아니다'며 다운 플레이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과거 미국이 정보 공유를 제한했던 때와는 어떻게 다른가.

"과거 노무현·이명박·문재인 정부 때도 정보 공개를 두고 한미 간 이견이 있었던 사례는 있다. 그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문제가 제기됐을 때 소통을 통해 오해가 있으면 풀고 잘못된 부분은 빨리 고쳐서 비교적 금방 해소했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 뭘 잘못했느냐'는 태도를 고수하면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잡히지 않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4월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런 가운데 미국과 쿠팡 사태 관련 논쟁도 지속되고 있다.

"저도 고민이 많아서 얼마 전 '통상 분쟁이 외교 갈등이 되는 시대: 쿠팡 사태가 싱가포르에서 발생했다면'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엔 한국에서 사업하는 미국인 기업인,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했다. 미국 기업인 입장에서는 쿠팡이 한국 정부와의 협력, 한국 법 준수, 한국 사회에 스며드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반면 한국 전문가들은 쿠팡에 대한 조치를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국인의 눈으로 쿠팡 청문회를 보면, 윽박지르고 질문해놓고 답변하려 하면 막는 장면들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양측 모두 합리적인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쿠팡 사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대응해나가야 한다. 국민 분노를 자극하기 위한 감정적 표현에만 치우친다면 사태 해결 과정에서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이 대통령의 이스라엘 SNS 발언은 어떻게 평가하나.

"가장 큰 문제는 이스라엘군의 전쟁범죄와 홀로코스트를 동일시했다는 점이다. 이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이다. 전쟁범죄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범죄에도 분류가 있다. 홀로코스트는 '제노사이드(집단 학살)'이자 '인도에 반한 죄'로, 뉘른베르크 재판을 통해 국제사회가 규정한 범죄다. 이를 일반 전쟁범죄와 동일시하는 인식은 국제적으로도 없다. 홀로코스트로 상처를 가진 이스라엘에 '당신들이 지금 하는 짓이 그때와 같다'고 말한 것이다. 이스라엘 외교부가 타국 정상 발언을 향해 규탄한다고 강하게 반응한 이유다."

대통령이 인용한 SNS 계정 자체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그 계정이 과거에도 가짜뉴스를 많이 퍼뜨리는 계정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인용한 영상 역시 실제 아이가 아니라 시신을 던지는 장면이었음에도 '아이를 던졌다'는 가짜 정보가 섞여 있었다. 일국의 정상이 이런 출처의 내용을 근거로 발언하면 나라의 체면이 서지 않는다. 정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면, 정제된 외교 성명을 통해 민간인 희생을 규탄하는 방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방식이라면 이스라엘도 공식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로 외교를 했어야 한다."

중동 사태에 대해선 우리 정부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

"중동의 역사는 매우 복잡하다.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를 단정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늘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대응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동맹국인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과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나라가 함께 전쟁을 수행하는데, 그중 한 나라만을 강하게 비판하면 '미국의 입장에도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 국제적으로 볼 때 이번 발언은 외교적으로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존재한다고 해서, 외교를 국내 정치 '갈라치기'의 연장선으로 가져가는 것은 위험하다."

이재명 정부 1년의 외교 노선은 어떻게 평가하나.

"처음에는 높이 평가했다. 그간 민주당의 감정적인 반일 선동에서 벗어나 실용주의를 앞세우고, 한일 관계를 회복해 발전시키려는 방향은 국익에 부합한다고 봤다. 과거 발언에 대한 반성 없이 진행됐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방향 자체는 지지했다. 그런데 최근 흐름을 보면 '실용 외교'가 아니라 '실언 외교'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과거 이념에 사로잡힌 외교·안보 라인 내 노선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도 건강하지 못하다. 외교는 야당 목소리도 듣고 지지를 얻는 '초당 외교'로 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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