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중심 위성 데이터 시장 급팽창…전 산업 활용 시대 본격 개막

류준영 기자 2026. 5. 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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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우주포럼 : 뉴스페이스 기폭제, 에이전틱 AI]
AI 도입으로 위성 데이터 분석시간 단축, 정확성 높아져
위성에서 데이터 가공하는 온보드AI, 엣지 AI 기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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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 퍼시픽 팰리세이드 지역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여의도 면적의 약 35배에 달하는 지역을 태우며 수천 채의 건물을 파괴, 사상 최대 수준의 보험 손실을 초래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IB)인 JP모건은 이번 산불로 인한 보험사 손실 규모를 약 200억~300억 달러(29조~44조원)로 추산했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들은 사고 이전부터 인공위성 데이터서비스로 해당 지역의 화재 위험도를 정밀하게 모니터링 해왔다. 식생 상태, 토양 수분, 기온, 바람 패턴 등을 종합 분석해 발화 가능성과 확산 속도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물 단위의 위험 지도를 구축한 것이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이를 근거로 인수 제한, 조건 강화, 보험료 차등 적용 등의 전략을 시행하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했다.

이는 위성 데이터가 보험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위성 영상데이터 전문기업 텔레픽스는 자체 개발한 위성 특화 생성형 AI 챗봇 '샛챗(SatCHAT)'을 활용해 팰리세이드 산불 피해지역의 위성 영상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에 전달했다.

조성익 텔레픽스 대표는 "LA 산불과 같은 재난은 지상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지만 위성 영상을 활용하면 보다 신속하고 구체적인 대응 전략 수립과 피해 규모 예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험산업의 역할이 위성 데이터 덕분에 사고 이후 보상 중심에서 사고 이전 위험관리로 이동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리스크를 위성 데이터를 통해 얼마나 정밀하게 예측하고 해석하느냐가 보험사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성익 텔레픽스 대표이사(오른쪽 두번쨰)가 24일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진행된 '2026 키플랫폼' 특별세션4 '제1회 K-우주포럼: 뉴스페이스 시대 기회와 도전-뉴스페이스 기폭제, 에이전트 AI' 패널토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보는 정보'에서 '시장 신호'로 진화
우주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한때는 로켓 발사 성공 여부가 산업의 핵심 지표였다면 이제는 위성이 만들어내는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를 실제 의사결정과 수익으로 연결하느냐가 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를테면 투자은행들이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광산 개발 상황, 항만 물동량, 원자재 저장 수준을 관측 분석하고 이를 투자 판단에 반영하는 형태다. 우주산업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노바스페이스에 따르면 지구 관측 위성서비스 시장은 2024년 52억5000만달러(약 8조원)에서 연평균 5.4% 성장해 2033년 80억달러(12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복직 K-우주포럼 의장(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은 "대형 유통매장의 주차 차량 밀도, 항만의 컨테이너 물동량, 원유 저장탱크 지붕의 그림자 각도 등은 시장 공시보다 앞서 움직이는 '선행 신호'로 활용된다"며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이미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줬던 대표적인 사례는 코로나19 시기 글로벌 물류 대란이다. 당시 미국 롱비치 항구에는 하역을 기다리는 선박들이 장기간 정체하면서 해상 운임이 급등했다. 이때 일부 기업은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항만에 정박 중인 선박의 수와 이동 속도를 분석했고, 이를 통해 물류 병목이 언제 해소될지를 예측했다.

미국 롱비치 항구를 촬영한 위성이미지/사진=스텔라비전


위성 데이터는 단순한 관측 정보를 넘어 시장보다 먼저 움직이는 신호로 기능한다. 이승철 스텔라비전 대표는 "최근 중동 호르무즈 해협처럼 지정학적 긴장이 높은 지역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활용이 가능하다"며 "선박 이동, 저장 시설 변화, 물동량 흐름 등을 위성으로 추적하면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텔라비전은 SAR(합성개구레이다) 위성 영상을 AI로 분석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데이터 기업이다. 이승철 대표는 "과거에는 정부나 군, 일부 대형기관만 제한적으로 접근 가능했던 정보가 이제는 민간기업의 의사결정 도구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위성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은 농업 분야에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작물 생육 상태 △토양 수분 △ 기후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측하면 생산량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이는 곧 가격변동과 공급망 관리로 이어진다. '비가 오면 특정 작물 가격이 오른다'는 경험적 판단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밀한 예측이 가능해진 것이다.
폭증하는 데이터, 인간 대신 AI가 분석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엔 AI가 있다. 위성 데이터 양은 이미 인간이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이승철 대표는 "하루에도 페타바이트(PB) 단위의 영상이 생성되는 상황에서 사람이 일일이 분석해 의미를 도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성익 대표는 "이전 가자지구 피해 분석 프로젝트에서 AI를 활용해 약 11만채 건물의 피해 여부를 식별했다"며 "이러한 규모의 데이터를 기존 방식처럼 사람이 일일이 분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작업이며 AI와 딥러닝 기반 기술이 아니고서는 수행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목받는 기술은 '온보드 AI'와 '엣지 AI'다. 온보드 AI는 위성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지상으로 보내기 전에 기기 내부에서 1차적으로 분석하는 기술이다. 엣지 AI는 항공기나 드론 등 다양한 장비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승철 스텔라비전 대표이사가 24일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진행된 '2026 키플랫폼' 특별세션4 '제1회 K-우주포럼: 뉴스페이스 시대 기회와 도전-뉴스페이스 기폭제, 에이전트 AI' 패널토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유럽우주국(ESA)도 '위성 데이터 기반 AI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대회에는 전통적인 우주·항공 분야 전공자가 아닌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이 참여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성익 대표는 "경영학 전공자가 중심이 된 팀이나 고등학생이 참여한 사례도 있었다"며 "이는 위성 데이터 분석이 생성형 AI와 맞물리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더 이상 특정 전문 영역에 국한된 분야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동화를 통해 위성 데이터 생산 비용이 낮아지고, AI를 통해 해석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시장 경쟁의 기준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제는 "누가 더 좋은 위성을 보유하고 있느냐"보다 "누가 더 의미 있는 질문을 먼저 던지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위성 데이터 AI'가 있다. 기존에는 주차장 차량 수 분석, 항만 컨테이너 계산, 원유 저장탱크 그림자 분석 등 용도별로 각각 다른 AI 모델을 별도로 개발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IBM이 공동 개발한 지구관측 파운데이션 모델처럼 수억 장의 위성 영상을 사전 학습한 범용 모델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한계가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이 모델은 지구 표면의 물리적 패턴을 미리 학습하고 있어 새로운 분석 과제가 주어지더라도 처음부터 모델을 다시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이복직 의장은 "파운데이션 모델은 새로운 질문을 설계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며 "이를 통해 더 많은 기업과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이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산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흐름이 가속화될수록 위성 데이터 산업은 기술 중심 경쟁에서 아이디어 중심 경쟁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복직 K-우주포럼 의장(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24일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진행된 '2026 키플랫폼' 특별세션4 '제1회 K-우주포럼: 뉴스페이스 시대 기회와 도전-뉴스페이스 기폭제, 에이전트 AI' 패널토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풀어야 할 과제 '불확실성의 벽·해상도 규제'
다만, 이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이복직 의장에 따르면 위성 데이터는 구름, 촬영 각도, 센서 노이즈, 계절 변화 등에 따라 동일 지역에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AI 시스템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단일한 결과만 제시하는 구조다. 불확실도를 정량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위성 데이터는 참고자료 이상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제도적 한계도 풀어야 한다. 글로벌 상업 위성은 이미 30cm급 고해상도 영상을 자유롭게 유통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오랜 기간 4m급 해상도 규제에 묶여 있다가 2022년에야 1.5m급으로 완화됐다. 방향성은 맞지만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군사시설이나 국가 핵심 인프라가 포함된 영상에 대해 별도의 보안 심의가 필요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그 범위와 절차가 민간 기업의 데이터 활용을 과도하게 지연시키는 병목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4일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머니투데이 주최로 열린 '2026 키플랫폼'에서 특별세션4 '제1회 K-우주포럼: 뉴스페이스 시대 기회와 도전-뉴스페이스 기폭제, 에이전트 AI'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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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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