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논의 끝에 "촉법소년 상한 14살 유지" 결론…배경은? [취재파일]
어려서부터 각종 미디어에 노출돼 정보를 빨아들이는 요즘 발달 환경에 더해, 누구나 24시간 쏟아지는 속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현실은, 정교해지고 대범해지는 일부 '촉법 범행' 수법을 널리 퍼뜨렸고, 분노는 공유됐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피한 특정 사건이 이슈화될수록, 범행 피해자 측 울분이 커지고 공감이 늘수록, 처벌보다는 교화에 무게를 둔 제도를 뜯어고쳐야한다는 '촉법소년 처벌 강화' 의제가 자랐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기존의 14살에서 13살로 낮출지를 놓고 두 달간 정부가 주도한 공론화 논의 결과, '현행 유지'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연령 하향 의제에 대한 공론화를 거쳐 두 달 안에 결정짓자고 운을 뗀 뒤, '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협의체'가 각 분야 전문가 토론과 200명 넘는 시민 목소리를 수렴하는 등 치열한 논의를 진행한 끝에 지난달 30일 참여위원 표결을 통해 14살 상한을 유지하는 쪽으로 권고안을 가결한 것이다. 이 달 보고될 국무회의에서 향후 최종 향방이 정해질 예정이라 권고안은 참고적 성격이 있지만, 협의체의 구성부터 절차, 과정까지 전례 없이 촘촘하고 밀도 높은 격론 속 숙의의 결과물인 만큼, 주요한 판단 근거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의 마지막 비공개 회의 뒤 보도한, '현행 유지' 결론 소식을 담은 기사에는 "여론과는 다른 결과"라거나, "공론을 제대로 모은 게 맞느냐"는 등 날 선 반응이 쏟아졌다. 모두가 일상에서 촉법소년이 저지르거나 가담한 사건 소식에 분노해본 경험이 있거나, 일부가 범행 뒤 보인 '촉법이라 처벌 안 받는데 어쩔 거냐'는 식의 적반하장을 지면이나 화면에서 접하고 쓰린 속을 삼켜본 경험을 떠올렸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번 의제를 촉발한 개별 사건의 '쓴 맛'은 보편적 경험이자, 집단기억에 가까운 듯하다. 이 대통령이 부처에 국민 의견 수렴을 지시하며 "압도적 다수의 국민들이 '한 살은 최소한 낮춰야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는 것 같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 ○ 들어가기 앞서 : 왜 '14살'? 현재는 만 14살 미만인 13살까지는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만을 받는 '촉법소년'에 해당한다. 형법상 14살 미만은 형사미성년자로 처벌이 불가능하다. 대신, 소년법은 형법에 저촉되는 짓을 한 10살~14살 미만을 촉법소년으로 규정하고, 소년부 보호사건으로 별도로 다룬다. 형사미성년자 연령은 1953년 형법 제정 뒤로, 촉법소년 연령 상한도 1958년 소년법 제정 뒤 그대로다. (2007년 소년법 개정으로 촉법소년 하한 연령만 만 12살에서 현행 만 10살로 낮춰진 바 있다.) 즉, 이번 의제는 '14살 미만'을 '13살 미만'으로 한 살 낮춰 처벌을 확대하자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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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지시와 전례 없는 '핀포인트 협의체'
이 대통령은 2월 국무회의에서, 청소년 보호와 육성을 총괄하는 성평등가족부에 "과학적인 논쟁을 거친" 공론화를 지시했다. 그러면서 두 달의 시한을 띄웠다. 시민과 전문가의 숙의를 거치는 '시민의회'의 모형이 주축이 될 것도 제시했다. 처벌과 교정을 관할하는 법무부가 업무보고를 통해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필요하다는 기관 입장을 대통령에게 건의한 직후였다.

이 대통령은 단순히 대중의 직관적인 반응을 확인하는 '여론 수렴'을 넘어,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식견, 객관적 정보와 토론이 결합된 입체적인 검토를 주문한 셈이다. 역할을 맡을 협의체는 법조인이자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을 지낸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과 노정희 전 대법관 등 2명의 위원장이 함께 이끌었다. 위원으론 연령 하향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법무부 외에도 보건복지부, 교육부, 경찰청 등 정부위원 5명, 판·검사 출신의 법조인과 여러 분야 교수, 관련 단체 대표 등 10명의 민간위원이 참여했다. '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협의체'의 명칭처럼, 안건은 연령 조정 관련 사안들로 좁혔다. 과거에도 소년범과 보호관찰관을 면담하는 현장간담회나 국회에서 열린 입법 공청회는 있었지만, 정부 주도로 이 사안에 대한 종합적 숙의가 이뤄진 첫 시도였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반대'가 우세했던 이유들
이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진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첫 번째로, 형사미성년자 범행의 사건수가 증가하고 죄질도 악화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검거된 촉법소년 수가 2021년 1만1,677명에서 지난해 2만1,095명으로 1.8배 늘었고, 특히 성폭력 검거 건수는 같은 기간 398명에서 739명으로 1.85배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촉법소년 범죄가 늘고 있고, 더 이상 보호처분으로는 억지력을 가지기 어려울 만큼 범행수법이 흉포화되고 있다는 것이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법무부의 주요 논거다.

하지만, 반대하는 쪽은 소년범죄의 흉포화 현상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는 방식으로 처벌을 확대하려면, 전제조건으로 소년범죄의 흉포화라는 현상이 있고, 이에 더해 연령을 낮춰 범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명백한 근거가 존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14살 미만이 신체·정신적으로 조숙해 범행의 질이 나빠졌다면, 입증이 가능해야 하지만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단 것.
또 반대쪽은, 연령 하향이 범죄억지력을 높일 것이란 점도 추측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2007년 촉법소년 하한 연령을 12살에서 10살로 낮췄지만, 변화가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점도 하나의 방증으로 꼽는다. 국제적으로도 처벌 연령을 낮춰 범죄가 줄어들었다는 점이 증명된 적이 거의 없다는 점도 든다.
찬성 측은 검거 건수 자체가 연간 증가 추세인 점도 강조한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가담한 촉법소년이 경찰에 검거된 수가 2021년에 비해 지난해 5년 사이 1.8배나 늘어난 수치를 든다. 이에, 반대 측은 과거 내부적으로 해결하던 사건들이 사법 영역으로 더 많이 유입되며 신고 자체가 늘어난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맞선다. 예를 들어, 최근 무인점포가 크게 늘어 소액 절도 사건이 빈번해졌는데, 통계 수치만으론 처벌 강도를 높일 정도로 죄질이 좋지 않은지, 또는 경미한지를 가려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쪽은 연령을 낮출 경우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전과기록이 남아 사회적 기회를 박탈 당하는 동시에, 범죄자 정체성을 고착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교정 시설에서 더 중한 죄를 저지른 성인 범죄자와 접촉하며 수법을 배우는 등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점도 주요하다.
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쪽은 10살 이상 14살 미만 촉법소년도 형사처벌처럼 전과가 남지는 않지만, 소년원 구금이 가능한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어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는 사실상의 처벌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주요하게 내세운다. '14살 미만은 처벌 받지 않는다'는 것은 오해이고, 보호처분을 내실화하는 방향으로 교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혁 국립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10살 이상이기만 하면 소년원에 송치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즉 소년원에 가둘 수 있는 내용까지 갖고 있는 게 보호처분"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적으로도 10살 이상부터 구금까지 가능한 국가는 많지 않다는 점도 거론됐다. 강지명 성균관대 법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시 "2016년 한 도쿄대 교수가 '한국은 정말 10살짜리를 소년원에 송치하나요?'라고 물어서 진짜라고 답했더니 '놀랍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사법개시' 연령은 굉장히 낮은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범죄 피해자 측을 향한 공감은, 대중적인 촉법소년 처벌 강화 목소리의 핵심이다. 죄를 지어 피해를 끼친 만큼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형벌을 회피한다는 인식은 촉법소년 논의에서 가장 뜨거운 지점이기도 하다. 특히, '어린아이가 실수했다'는 정도가 아니라, '법을 알고 악용했다'는 인상을 주는 사건을 접할수록 이런 인식은 더욱 강화되기 마련이다.
2007년 소년법 개정 당시 위원으로 참여한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해자 엄벌이 곧 피해자 보호라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도 국가의 책임이고, 피해자 보호도 또 다른 한 축의 국가의 책임으로 구분되는 것"이라 짚었다. 원 교수는 또 "더욱이 촉법소년 논의에서는, 소년보호주의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범죄와 비행을 다루는 사법적 영역보다 전후 보호나 치유, 교육과 예방을 먼저 생각하는 소년보호주의적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소년법은 애초 국친사상(國親思想)에 입각해 제정됐다. 국가가 모든 국민의 보호자이며, 특히 부모의 적절한 양육을 기대할 수 없는 청소년에 대해 국가가 부모를 대신해 '현명한 부모'로서의 보호와 교양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법적·사회적 관점을 반영한 것이다. 그래서 법의 목적도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 즉 재사회화라고 제1조에 기술돼 있다. 구분을 둔 것은 소년은 성인에 비해 저지른 행위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할 수 있으니, 성인과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취지다.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청소년기 뇌 기능 발달 특성 등을 종합해 형사책임 최저 연령을 최소 14살로 유지할 것을 권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려질 결론, 인기영합식 지양해야
지난 정부들에서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 안건은 꾸준히 논의됐지만 번번이 보류됐다. 그런 만큼 촉법소년의 상한 연령을 낮출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 문턱을 넘으려면 분명한 명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때론 100만 명 넘는 시민들의 국민청원으로 이어질 정도로(2020년), 때로는 대통령선거의 주요 공약에 꼽힐 만큼(2022년) 많은 이들이 외치고 있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켜온 사안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인기영합식으로 처리되어서는 안 된다. 향후 권고안을 보고 받고 어떤 쪽에 더 기울어 어떠한 판단이 내려지든, 훗날 국가의 미래가 될 아이들의 삶, 그 자체에 관한 중차대한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느 사안보다 신중한 진단과 판단이 필요하다.
한성희 기자 chef@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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