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모니아 추진선' 시대 개막…조선 빅3, 친환경 선박 기술 경쟁

안시욱 2026. 5. 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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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 ESG Now

4월 9일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진행한 중형가스 운반선 명명식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HD현대)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가 글로벌 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감축 중기 조치는 1년 늦춰졌지만,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는 이미 시행됐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암모니아와 원자력 등 차세대 연료 기반 친환경 선박 개발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중동전쟁·탄소 규제로 대체 동력 모색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IMO는 지난해 10월 제2차 특별회기에서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 조치’ 채택을 1년 연기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선박을 운영하는 선주들은 2027년 3월부터 5000톤(t)급 이상 선박을 운용할 때 연료 온실가스 집약도 기준을 맞춰야 한다.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부과금을 내야 한다.

IMO의 계획이 회원국 간 이견으로 2028년으로 연기되면서 업계에서는 글로벌 조선·해운의 친환경 전환이 일시적으로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EU에서 2024년부터 해운업계에 적용한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선주의 손익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영국 조선·해운시장 조사기관 클락슨리서치는 탄소배출권 제도로 전 세계 해운사가 연간 11조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지출할 것으로 분석했다. IMO가 설정한 2050년 해운 넷제로 목표 자체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란전쟁 여파로 인한 선박 연료비 인상도 대체 동력원 수요를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박의 주요 연료인 저유황 벙커C유 평균 가격은 올 1분기 톤당 585달러로, 직전인 작년 4분기에 비해 34%가량 상승했다. 4월 기준으로는 톤당 870달러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벙커C유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무거운 성분의 기름이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벙커C유 가격도 상승했다.

HD현대重, 암모니아 추진선 시대 열었다

차세대 동력원으로 주목받는 연료 중 하나는 암모니아다. 암모니아는 수소를 고온·고압 환경에서 촉매를 활용해 반응시키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연소 과정에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유해물질 배출이 비교적 적은 액화천연가스(LNG)조차 연소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한다. IMO가 제시한 2025년 해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게임 체인저로 암모니아가 지목되는 이유다.

HD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추진선 건조에 성공하며 암모니아 선박 시대를 열었다. HD현대중공업은 4월 9일 울산 조선소에서 4만6000㎥급 중형 가스 운반선 2척의 명명식을 열었다. 2023년과 2024년 벨기에 선사 엑스마르의 계열사인 엑스마르LPG프랑스가 발주한 암모니아 추진선 4척 중 1·2호선이다. 선박 이름은 ‘안트베르펜’과 ‘아를롱’이다. 해당 선박은 마무리 작업 이후 5월과 7월에 차례로 인도된다.

이날 공개된 선박에는 암모니아 기반 이중연료 엔진이 장착됐다. 암모니아와 벙커유 등 두 종류의 연료를 쓸 수 있다. 길이 190m, 너비 30.4m, 높이 18.8m 크기다. 선박에는 HD현대중공업이 자체 기술로 설계·제작한 화물창 3기가 들어갔다. 암모니아와 액화석유가스(LPG) 등 액화가스 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 추진엔진의 회전축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축 발전기 및 질소산화물 저감장치도 장착했다. 암모니아 누출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감지 장치와 배출 회수 장치 등 방재기술을 적용해 안전성을 높였다.

운송과 보관이 편리하다는 것도 암모니아의 강점으로 꼽힌다. 암모니아는 영하 33℃의 저온 탱크에서 보관과 운송이 가능하다. 액화암모니아는 액화수소(영하 253℃)에 비해 저온 장치의 조건이 덜 까다롭고, 저장밀도도 1.7배 높다. 수소의 장거리 운송 및 저장에도 유리한 편이다. 수소를 먼저 암모니아로 변환하고, 도착지에 정박한 뒤 다시 수소로 되돌리는 방식으로 운송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해운업계의 암모니아 연료 비중이 2030년 8%에서 2050년 46%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금까지 엑스마르, 트라피구라 등으로부터 모두 8척의 암모니아 추진선을 수주했다. 2016년 메탄올 추진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을, 2023년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운반선을 세계 최초로 건조해 인도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함정 중형선사업부 대표(사장)는 “고난도 기술력이 요구되는 암모니아 추진선을 세계 최초로 건조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글로벌 친환경 선박 시장 주도권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이용한 전기추진 실현되나

HD현대는 그룹 차원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및 전기추진 기술을 선박 건조에 응용하는 중장기 전략도 세웠다. 이를 위해 2022년 미국 원자력 기업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후 2024년 미국 테라파워, 영국 코어파워 등과 원자로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테라파워에는 SMR 연구개발팀을 파견하는 등 원자력발전선 적용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SMR은 발전 용량이 300메가와트(MW) 이하인 소형 원자로로, 농축 우라늄 등 핵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HD현대는 2025년 2월 미국 휴스턴에서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설계 모델을 공개했다.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SMR 기술을 적용한 1만5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설계의 기본인증(AIP)을 획득했다. 기본 인증은 새로운 기술이나 설계가 적용된 선박을 건조하기 전 기술적 타당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절차다.

향후 실제 선박 발주로 이어지기 위한 첫 준비 단계에 해당한다. 선박에 장착한 SMR로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운항하는 전기추진 선박을 건조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HD현대는 2025년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전기추진시스템 개념설계 인증을 받았다. 2026년에는 ABS와 전기추진시스템의 사양과 배치, 설계 분야에서 공동 개발 협약을 맺었다. 전기추진을 위한 핵심 부품인 추진 드라이브를 2028년 출시하고, 2030년이면 대형선 전기추진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삼성중공업의 암모니아 연료전지 추진 암모니아운반선(VLAC) (사진 제공=삼성중공업)

빅3, “암모니아·원자력으로 초격차 달성”

HD현대와 HD현대중공업이 암모니아와 SMR을 중심으로 선수를 치고 나가면서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경쟁사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국내 조선 빅3는 수십 년간 쌓아올린 세계 최고의 선박 건조 기술력에 수소연료전지와 원자로 등을 결합해 해양 모빌리티 시장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스타트업 아모지와 선박의 암모니아 동력원 생산을 위한 전략적 협약 관계를 2025년부터 맺고 아모지가 개발한 암모니아 파워팩을 국내에서 독점 위탁 생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암모니아 파워팩은 암모니아에서 걸러낸 수소로 전력 생산이 가능한 장치다.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발전 시스템으로, 선박용 발전기는 물론 육상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암모니아 기반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는 선박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프랑스 선급(BV)으로부터 암모니아 기반 수소연료전지 추진 원유운반선의 기본설계 인증을 확보했다. 암모니아 기반 수소연료전지는 암모니아를 수소와 질소로 분리하고, 분리한 수소를 연료전지에 담아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는 또 선박의 폐열을 재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한화오션은 고체 연료 대신 액체 상태의 소금(염)에 핵연료를 녹여 사용하는 용융염원자로(MSR) 기술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MSR은 선박 내부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배가 침몰하더라도 액체 상태의 핵연료가 바닷물 속에서 자연스럽게 고체로 굳는 것이 특징이다. 방사능의 해양 유출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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