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의 미학·의도된 어설픔…요즘 신조어 ‘중티·밤티’
부정적 평가가 ‘밈’으로, 복합적 감각 전달

신조어는 일정 시간이 지나며 소모된다. 반복되는 순간 감각은 무뎌지고, 결국 힘을 잃는다. 그런데 최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번지는 ‘중티’와 ‘밤티’는 이 경로를 거스른다.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의미를 덧입으며 확장되고 있다.
부정적 신조어가 살아남는 법
요즘 온라인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중티’란 단어는 ‘중국 티 난다’의 줄임말이다. 이 표현은 한·중 커플 크리에이터 ‘여단오’의 영상에서 비롯됐다. 그는 중국인 남자친구의 패션이나 말투, 행동에서 느껴지는 과한 스타일을 자조적으로 ‘중티’라고 표현했고, 이 짧고 직관적인 단어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빠르게 퍼져나갔다.
‘밤티’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형성된 표현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밤티’라는 아이디를 쓰던 한 유저의 아바타가 긴 머리와 수염, 정돈되지 않은 스타일 등으로 눈길을 끌었고, 이를 본 다른 이용자들이 “못생겼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해당 외형이 하나의 밈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이 단어들은 소셜미디어를 거치며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동했다. ‘중티’는 단순히 조악함을 지적하는 표현을 넘어, 화려하고 과장된 연출과 키치한 감각을 가리키는 말로 변주됐고, ‘밤티’ 역시 ‘어리바리’하고 투박한 분위기를 지칭하면서 그 어설픔 자체를 유머로 소비하는 감각적 용어로 확장됐다. 두 표현은 모두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영상 연출이나 제품 디자인, 패션 등 전반적인 스타일을 설명하는 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부정적인 뜻의 언어가 취향의 언어로 재구성된 셈이다.
변화의 배경에는 중국 드라마, 이른바 ‘중드’ 콘텐츠의 확산이 자리한다. 과거에는 과장된 CG와 과도한 색감, 비현실적인 연출이 ‘촌스럽다’는 평가로 이어졌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 과함 자체가 하나의 스타일로 받아들여진다. 현실과 동떨어진 미감, 과잉의 연출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연예인들이 ‘왕홍 메이크업’에 도전하고, 뷰티 유튜버들이 중국식 화장법을 튜토리얼로 다루는 일이 흔해졌다. 중국 남성과 오토바이를 타고 사진을 찍는 이른바 ‘중티 남친’ 콘텐츠 역시 밈처럼 퍼지고 있다. 한때 지양했던 미감이 이제는 일부러 드러내는 스타일로 소비된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으로 대표되는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의 급속한 확산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했다.

‘밤티’의 확장도 같은 맥락 위에 있다. 다만 방향은 조금 다르다. ‘중티’가 과잉의 미학이라면, ‘밤티’는 불완전함을 즐기는 감각에 가깝다. 어색한 헤어스타일, 균형이 맞지 않는 코디, 어딘가 엇박자인 표정과 연출은 더는 감춰야 할 결점이 아니다. 오히려 웃음을 유도하고 공유를 촉발하는 포인트가 된다. 중요한 것은 완성도가 아니라 ‘의도된 어설픔’이다. 공감과 재생산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밤티’는 하나의 참여형 콘텐츠 포맷으로 기능한다.
변화에 불을 붙인 건 소셜미디어다. 틱톡과 릴스, 쇼츠 같은 짧은 영상 플랫폼에서는 설명보다 강한 인상이 중요하다. 과장된 연출과 어색한 스타일은 눈에 띄는 콘텐츠로 소비됐고, 이용자들은 이를 패러디하고 변주하며 하나의 스타일로 굳혀갔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김정호 문화사회학 박사는 “‘중티’와 ‘밤티’는 복합적인 감각을 전달하는 압축된 용어다. 같은 콘텐츠를 소비한 이용자들 사이에선 그 맥락이 이미 공유돼 있어 설명 없이도 의미가 통한다. 단어 하나가 문장 이상의 구실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노골적인 서열화 대신, 맥락과 뉘앙스를 통해 평가가 이뤄지는 경향이 강해졌다. 직접적으로 ‘좋다’ ‘나쁘다’를 말하기보다 특정 감각 용어로 그렇게 느끼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소통한다”며 “이는 갈등을 피하려는 문화와도 맞물려 있으며, 동시에 더 정교한 취향 기준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결국 ‘중티’와 ‘밤티’는 촌스럽다고 밀어냈던 감각이 어떻게 유행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완벽히 다듬어진 스타일보다 과하고 어설픈 매력까지 즐기는 흐름이 생긴 것이다. 취향의 기준이 달라진 건 아니다. 다만 더 노골적인 평가 대신, 밈과 감각의 언어로 작동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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