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실손이 온다…낮아진 보험료, 커지는 비급여 부담

김효인 기자 2026. 5. 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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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5일 보편·중증 치료 중심 5세대 실손 출시 발표 예정
비중증·비급여 보장↓…보험료 인하 후 손해율 안정 효과 주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5세대 실손보험 출시가 임박하면서 낮아지는 보험료와 커지는 비급여 부담 사이에서 소비자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새 상품은 보편적 의료비와 중증 질환 치료비 보장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한편, 과잉 이용 우려가 큰 비중증 비급여 보장은 줄이는 구조로 설계됐다. 보험료 부담 완화 효과는 기대되지만 실제 비급여 이용이 잦은 가입자에게는 병원비 부담이 더 크게 체감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5일 보편적·중증 치료를 중심으로 한 5세대 실손의료보험 출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실손보험을 낮은 보험료로 정말 필요할 때 도움 되는 상품으로 재편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5세대 실손보험은 보편적 의료비와 중증 질환 치료비 보장을 중심에 두고, 비중증 비급여 보장은 축소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전망이다.

그간 실손보험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대표적인 민영보험으로 자리 잡았지만, 일부 비급여 진료의 과잉 이용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실손 보장을 통해 실제 부담이 낮아지고,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비급여 진료 수요가 유지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보험금 지급 규모가 커졌다는 것이다.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면 보험사의 손해율이 오르고, 이는 다시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1·2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장 범위가 넓고 자기부담이 낮아 보험사의 손해율 부담을 키운 요인으로 꼽혀왔다. 정부와 보험업계가 5세대 실손보험을 통해 비급여 보장 구조 개편에 나선 배경이다.

보험료 낮추는 대신 이용자 부담 확대

5세대 실손보험의 핵심은 보험료 부담을 낮추면서 보장 구조를 보편적 의료비와 중증 치료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있다. 다만 과잉 이용 우려가 제기돼 온 비중증 비급여에 대해서는 가입자가 부담하는 몫을 키우는 방식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병원을 자주 이용하지 않거나 비급여 진료 이용 가능성이 낮은 가입자에게는 기존 세대 실손보다 보험료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보험료 부담으로 기존 실손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일부 가입자에게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보험료가 낮아지는 만큼 보장 구조가 달라진다는 점은 소비자가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가입 시점에는 월 보험료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분명해 보이지만, 실제 의료 이용 단계에서는 본인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비급여 주사 등 비중증 비급여 이용이 잦은 소비자라면 보험료 인하 효과보다 보장 축소에 따른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5세대 실손보험은 기존 상품보다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보장 구조가 달라지는 만큼 가입자별 유불리는 다를 수 있다"며 "특히 비급여 진료 이용이 잦은 소비자는 보험료 인하 폭과 향후 본인부담 증가 가능성을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실손보험 손해율 관리 측면에서는 비중증 비급여의 자기부담을 높이는 구조가 일정 부분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만족도는 보험료뿐 아니라 보험금 청구 시 보장 범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5세대 실손보험은 소비자에게 단순히 '보험료가 싸진 상품'으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보험료와 보장 범위, 개인의 건강 상태와 의료 이용 패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비급여 진료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 가입자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향후 의료 이용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에게는 보장 축소가 더 민감하게 다가올 수 있다.

상품 개편만으로 손해율 잡을까

보험업계가 5세대 실손보험에 기대하는 효과는 손해율 안정이다. 기존 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온 만큼, 비급여 이용을 조절하는 구조가 정착될 경우 장기적으로 보험료 부담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새 상품 출시만으로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가 모두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가입자의 의료 이용 행태뿐 아니라 비급여 진료 구조, 건강보험 체계, 의료기관의 진료 관행 등과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정 비급여 항목의 보장을 줄이더라도 다른 항목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과거 백내장, 도수치료 등 특정 항목의 보험금 청구가 급증했다가 관리가 강화되면 또 다른 비급여 항목이 부각되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는 점에서다.

최근 도수치료 등 주요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전환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보험상품 구조를 바꾸는 것과 별개로 비급여 진료 자체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5세대 실손보험은 보편적 의료비와 중증 치료비 보장을 중심에 두면서 비중증 비급여 이용을 조절하려는 시도이지만, 손해율 안정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출시 이후 소비자의 의료 이용 변화와 비급여 청구 흐름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5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를 낮추는 대신 의료 이용 단계에서 소비자가 부담하는 몫을 키우는 구조"라며 "가입 시점의 가격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실제 비급여 진료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는 비용이 더 크게 체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전체 가입자가 넓게 부담하던 실손보험 재원을 실제 의료 이용자가 더 부담하는 방식으로 옮겨가는 것"이라며 "과잉 이용을 줄이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필요한 치료까지 미루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이민환 교수는 "실손보험은 초기 상품 설계 단계에서 손해율과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부 가입자나 의료기관의 과잉 이용이 보험 구조상 전체 가입자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이 실손보험의 핵심 문제"라며 "5세대 실손이라는 새 상품만으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보험과 비급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특정 과잉 진료를 제어해도 다른 항목으로 옮겨가는 일이 반복되는 만큼, 항목별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