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보조금에 전기차 약진…'캐즘' 돌파 구간 진입하나

정상원 2026. 5. 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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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 ESG Now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자동차 수가 4만1918대로 집계됐다. 사진은 지난 12일 서울 시내 전기차 충전소 모습. (사진=뉴스1)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전기자동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시점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대 초만 해도 이른 시일 내에 ‘전기차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보급 속도는 예상치를 밑돌았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이 더뎠고, 각종 전기차 화재로 인한 ‘전기차 포비아(공포)’가 확산한 탓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국내 전기차 시장이 전례 없는 성장세를 보이며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최근 중동 사태로 유가가 고공 행진하고 정부가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을 확대하면서 한동안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국내 전기차 판매량 月 4만 대 넘었다

4월 20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자동차 수는 4만1918대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1만7694대)보다 2.5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난 2
월 국내 등록 전기차 수가 사상 처음으로 3만 대를 넘겼는데, 한 달 만에 4만 대 벽을 뚫게 됐다.

기차 월간 판매량이 2만 대를 넘어선 뒤 3만 대를 돌파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년 5개월이다. 자동차·배터리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시장이 전기자동차 캐즘 돌파 구간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온다.

연료별 판매량에서도 전기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 3월 등록된 신규 차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26.0%로 휘발유 차량(30.2%)과 4.2%p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작년 동기만 해도 전기차 비중은 12.2%로 휘발유차(38.5%)의 3분의 1을 밑돌았다. 하이브리드카(5만3180대)와 비교해도 전기차 판매량은 뒤지지 않았다. 이 같은 상승세에 힘입어 지난 3월 국내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101만4442대로 100만 대 고지를 넘어섰다.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전기차 판매량이 사상 최초로 30만 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22만177대였다.

전기차에 빠르게 올라탄 20대… 올해 1분기 4000대 샀다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주도한 건 20대 소비자였다. 매년 감소세를 보이던 20대의 신차 구매량은 올해 1분기 전기차 구매량 증가와 함께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0대의 신차 등록 대수(승용 기준)는 2만356대로 전년 동기 대비(1만5006대) 35.7% 증가했다. 이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증가율로, 지난해 20대의 신차 등록 점유율이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5.6%)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올해 1분기 20대의 전기차 등록 대수는 4605대로 작년 1분기(1402대)보다 3.3배 급증했다. 20대의 신규 등록 차량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한 비중은 22.6%로 지난해 1분기(9.3%) 대비 13.3%p 올랐다. 올해 1분기에 신차를 구매한 20대 4명 중 1명이 전기차를 택한 셈이다.

중고차 시장도 재편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고차 실거래 대수는 56만1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3.4% 감소했지만, 전기차 실거래 수는 1만6107대로 같은 기간 48.7%가량 증가했다. 이 중 40.2%가량인 
6473대가 이란전쟁 발발 직후인 3월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수소차와 하이브리드카 실거래 수도 전년 동기 대비 55.3%(1009대), 22.6%(3만2325대) 늘어 입지를 넓혔다. 

반면 내연기관 거래량은 약세를 보였다. 휘발유 중고차 거래 대수는 전년 동기보다 3.8% 감소한 27만4912대였고, 경유는 10.3% 줄어든 11만1514대로 파악됐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구매보조금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 따르면 최근 전국 지자체 전기차 보조금 지급 공고 대수(9만2173건) 대비 접수율은 77.5%(7만1409대) 수준이었다.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이와 관련, 정부와 국회는 지난 4월 10일 2026년도 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예산을 1500억 원 증액했다. 전기 승용·화물차 총 3만 대를 추가로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약진 중인 전기차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정부가 올해 초부터 보조금을 지급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는 보통 3월을 전후해 전기차 보조금 지침을 공개했는데, 올해는 지난 1월 13일에 발표했다. 전기차를 사길 원하는 소비자가 연초부터 구매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부터 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이 생애 첫 차로 전기차를 구매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신설된 점도 전기차 구매 심리를 자극했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의 가격 인하 경쟁도 주효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지난해 말 차량 가격을 내렸고, 중국 업체인 비야디(BYD)도 중저가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 중이다. BYD의 경우 2000만~3000만 원 수준의 전기차 구매비를 앞세운 ‘저가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중동 사태를 계기로 유가가 고공행진하자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전기차 인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유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외 주요 전기차 업체들이 잇달아 신차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4월 3일 국내에서 ‘모델 Y L’의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BYD와 지리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도 국내에서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준비 중이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아이오닉과 EV 시리즈, PV5 등 목적기반 차량을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도 전기차 등록량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자동차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 2월 유럽연합(EU)에 등록된 전기차는 15만8280대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보다 2만7005대 증가한 수치다.

독일연방자동차청(KBA)과 프랑스자동차협회(PFA) 등 주요국에서 지난 3월 신규 등록된 자동차 중 각국 내 전기차 비중이 25%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하면서 3월 EU 내 전기차 신규 등록량도 크게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NEV) 보급을 늘리고 있는 중국은 NEV 비율이 2020년 5.4%에서 2024년 40.9%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NEV 비율이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다만 전기차는 충전 과정에서의 불편함이 여전히 있고 정부가 지급 중인 구매 보조금이 조기 소진될 경우 가격경쟁력이 뒤처져 판매량 증가세가 꺾일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중국의 경우 작년 말 전기차 구매세 면제 정책을 종료하고 전기차 보조금을 올해부터 가격 비례제로 바꾸면서 올해 1월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감소한 바 있다. 미국도 전기차 세액공제를 지난해 9월 중단하면서 자국 시장 내 전기차 상승세가 꺾였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과 세제 혜택에 의존하는 시장 구조는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기차의 초기 안착 후 인프라 확충과 안전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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