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단수의 세상읽기] 남아있는 이들, 귀신

2026. 5. 2. 09: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단수 김효성 명상가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많은 이들이 두려움부터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장면이 먼저 펼쳐진다고 한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생전에 가까웠던 이들의 모습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나 아버지, 또는 친척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공포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떠나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려는 마지막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간이 지나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혼자 남기를 원하게 된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한 평온한 모습을 보이며, 오히려 안심시키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마치 긴 여행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사람처럼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설명하기 어려운 설렘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이 떠오른다고 한다. 그 순간 이승에서의 기억은 서서히 사라지고, 어둠이 없는 밝은 세계 속에 서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은 특정 종교와 무관하며,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이 순리를 따르지 못하는 존재가 있다. 흔히 우리가 귀신이라고 부르는 경우다. 이들 또한 누군가의 강요를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걷고 있으며, 그 선택에 따른 대가 역시 알고 있다. 하지만 억울함과 분노에 사로잡혀 떠나지 못한 채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인간 사회에 경각심을 주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들의 행동에는 분명한 목적이 담겨 있기에 단순한 미신으로 흘려버리기보다는 일정한 이해의 시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한때 꿈을 품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려 했던 한 청춘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쉽게 성공할 수 있다는 유혹에 걸려들어 철저히 이용당한 뒤 버림받고 말았다. 주변의 냉대와 비난을 견디다 못해 결국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 그는 깊은 원한을 품은 채 이곳에 남아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 한마디, 가진 자의 헛된 욕망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협조하거나 방관자로 남았던 이들 역시 그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일지 몰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초조함과 긴장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불행에 대한 불안이 늘 따라다니며, 마지막 순간 또한 결코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어제의 실수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며 스스로 변하려는 간절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모든 영혼이 분노와 원한 속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가족에 대한 미련 때문에 잠시 이승에 남아 조용히 도움을 주려는 착하고 여린 영혼도 있다. 이들은 눈에 띄지 않게 머물며 때로는 뜻밖의 행운을 안겨 주기도 하고, 작은 배려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결혼을 앞둔 자녀를 조금 더 지켜보고 싶다며 잠시 머무르기를 원했던 한 영혼이 있었다. 그는 생전에도 조용한 사람이었고, 떠난 뒤에도 있는 듯 없는 듯 가족 곁을 지켰다. 딸이 운영하는 가게에 손님이 뜸해지면 걱정이 많아졌고, 고생하는 아내를 바라보며 말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건강을 자신했던 과거가 결국 병을 불렀지만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이며 깊은 반성의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족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자랑이었던 아들이 국가고시에 합격했고, 예비사위 역시 성실함을 인정받았다. 오랫동안 답답했던 살림살이에도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그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마침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밝은 미소를 남긴 채 조용히 말했다. 이제는 돌아가도 되겠다고.

그렇게 그는 기분 좋은 안녕을 남기고,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갔다.

[신단수 김효성 명상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