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진달래 만개" 분홍빛 융단 깔린 한라산 늦봄…산악사고 주의
![명승 한라산 선작지왓 털진달래 '만개'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2/yonhap/20260502090232582atdk.jpg)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5월 가정의 달이다.
절기는 어느덧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穀雨)를 지나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立夏)를 향해 치닫고 있지만, 한라산의 봄은 천천히 느리게 온다.
해발 1천950m 남한 최고봉 한라산 정상엔 간혹 봄이 되도록 흰 눈이 덮인 풍경을 볼 수 있다.
옛날엔 초여름인 음력 5월까지도 한라산에 잔설이 남았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다.
노란 유채꽃과 분홍빛 벚꽃, 초록초록 푸르게 돋아나는 청보리 너머로 보이는 설국의 한라산으로 인해 제주의 뛰어난 경관 10가지를 일컫는 '영주십경'(瀛州十景) 중 '녹담만설'(鹿潭晩雪)을 꼽기도 한다.
여기서 '만설'은 눈이 가득 쌓인 모습을 뜻하는 만설(滿雪)이 아닌 때늦은 눈을 뜻하는 만설(晩雪)이다.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한라산의 독특한 절기 속에 화려한 봄의 향연을 즐기려는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변덕스러운 기상 변화와 지형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탐방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고지대 수놓은 분홍빛 향연…털진달래·산철쭉 '바통 터치'
한라산 고지대에 비로소 봄을 알리는 건 '털진달래'다.
보통 4월 중하순이면 해발 1천400m 이상 고지대에서 분홍빛 꽃잎을 하나둘 터뜨리기 시작해 5월이면 만개한다.
2일 한라산국립공원에 따르면 해발 1천500m 높이의 진달래밭 대피소와 해발 1천500∼1천600m 선작지왓 일대에 털진달래가 만개했다.
한라산국립공원 관계자는 "털진달래가 10∼15일 전부터 피기 시작해 현재 완연하게 활짝 피어 만개했다"며 "예년에 비해 조금 일찍 만개했다"고 설명했다.
선작지왓은 '작은 돌(작지)들이 서 있는 들판(왓)'이란 뜻으로, 영실기암 상부와 윗세오름 사이 47.7㏊에 달하는 평원지대다.
털진달래가 절정을 이루는 5월이 되면 이에 질세라 산철쭉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털진달래와 산철쭉 (제주=연합뉴스) 한라산 선작지왓 일대에 핀 털진달래(왼쪽)와 산철쭉의 모습.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피는 게 털진달래이고, 잎과 꽃이 함께 있는 게 산철쭉이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2/yonhap/20260502090232755dibc.jpg)
산철쭉이 만개하는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 한라산은 이들 봄꽃의 향연으로 분홍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만세동산, 윗세오름, 장구목, 방아오름, 선작지왓 등 산 곳곳에 활짝 핀 산철쭉은 한라산의 다양한 지형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한라산 최대 군락지로 손꼽히는 선작지왓과 윗세오름 서북쪽의 만세동산 일대 산철쭉은 강풍과 한파에 적응하느라 수형이 거북 모양으로 납작 엎드린 고산지역의 앙증맞은 모습으로 등산객을 맞는다.
털진달래와 산철쭉은 한라산의 대표 봄꽃이다.
하지만 털진달래와 산철쭉은 비전문가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흡사해 혼동을 일으키곤 한다.
개화 시기로 구별하자면 털진달래는 4월 중하순 개화하기 시작해 5월에 절정을 이루며, 산철쭉은 5월 초중순 개화해 6월 중순까지 핀다.
모양으로 구별한다면,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피는 게 털진달래이고 잎과 꽃이 함께 있는 게 산철쭉이다.
또 꽃봉오리 아래쪽을 만졌을 때 끈적끈적한 점성이 느껴지면 털진달래다.
해마다 산악사고 잇따라…"산악사고 주의보 발령"
제주에서 봄 산행에 나섰다가 다치거나 길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전 7시 53분께 한라산 성판악 코스에서 미국인 등산객 60대 여성 A씨가 넘어지며 팔을 다쳐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같은날 오후 3시 14분께 서귀포시 안덕면 한라산둘레길을 등산하던 60대 남녀 B씨와 C씨가 길을 잃어 1시간 50여 분 만에 119구급대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사망사고도 발생한다.
![제주 한라산 낙상사고 현장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2/yonhap/20260502090232922avqm.jpg)
지난 2024년 5월 한라산 관음사 코스 5-29지점을 등반 중이던 60대 남성 관광객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소방헬기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지난해 3월에는 한라산 성판악 코스 4-21지점에서 등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60대 남성 관광객을 모노레일을 통해 한라산 입구까지 옮긴 뒤 119구급 차량으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환자는 끝내 사망했다.
사고 당시 한라산 일대에 강풍특보가 발효되는 등 기상악화로 닥터헬기 운항이 불가능해 환자 이송이 늦어졌다.
한라산에는 한해 90만명 가량 등반객이 찾으며 해마다 700명 안팎의 산악사고가 발생한다.
한라산국립공원에 따르면 한라산 응급환자는 2012년까지 73명(사망 2명)으로 연간 두 자릿수에 그쳤지만 2013년 168명(〃 4명), 2013년 774명(〃 4명), 2014년 645명(〃 4명), 2024년 722명(〃 4명), 2025년 565명(〃 2명)으로 오르며 연간 700명 안팎의 사망·부상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산악 안전사고는 봄철에 집중되고 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한라산과 오름 등 제주에서 발생한 산악 안전사고 중 44.0%가 봄철인 3∼5월에 발생했다.
사고원인별로는 조난으로 인한 산악안전사고가 전체의 55.3%로 가장 많았으며 실족·추락 15.7%, 개인 질환 10.9%, 탈진·탈수 3.8% 순이었다.
제주소방은 봄철을 맞아 사고예방을 위해 봄철 산악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하고 안전관리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과 소방 관계자는 "한라산 안전사고는 자신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산행하거나 제대로 된 탐방 복장을 착용하지 않고 등산하는 등 지병·저체온증, 음주 후 산행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며 "한라산에서는 날씨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여벌 옷과 비상식량, 생수 등을 챙겨가야 하며, 노약자는 건강을 과신하지 말고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으면 등산을 멈추고 하산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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