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일타 강사는 없다, 남몰랐던 준비가 있을 뿐… 지독한 연습 벌레, 정근우 업적 재현할까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의 차세대 주전 2루수로 낙점을 받은 정준재(23)는 시즌 초반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 최근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시즌 첫 8경기에서 안타를 하나도 치지 못해 코칭스태프까지 당황하게 했던 이 선수는, 첫 안타가 나온 이후 정상궤도를 찾으며 팀의 2루 고민을 깨끗하게 지우는 중이다.
정준재는 4월 8일 이후 17경기에서 타율 0.375, 1홈런, 8타점, 4도루, 출루율 0.455, 장타율 0.500, OPS(출루율+장타율) 0.955로 대활약하며 팀 타선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높은 출루율, 언제든지 베이스를 훔칠 수 있는 빠른 발을 가진 정준재는 올 시즌 전 기대대로 더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며 타율에서도 순항 중이다. 0에서 고정됐던 시즌 타율도 어느덧 0.290까지 올라왔고, 출루율도 0.380에 이른다. 팀이 기대했던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한 차례 난감한 일을 겪기도 했다. 바로 ‘사설 아카데미 효과’ 논란이었다. 정준재의 타격감이 올라올 당시, 한 아카데미에서 정준재의 타격 훈련 영상을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타이밍이 절묘했다. 팬들은 당연히 이 사설 아카데미의 지도가 정준재의 타격을 바꿔놨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설 아카데미 지도자를 코치로 영입하라”는 주장까지 나오기까지 했다. 시설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으나 이는 자연스럽게 1군 코칭스태프 무용론으로 이어졌다. 영상도 예전에 촬영됐던 것이 하필이면 잘 맞아나기 시작한 시점에 업로드돼 혼선이 있었다. 정준재가 급격히 당황한 이유다.

정준재가 남는 시간 이 시설에서 타격 훈련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시설에서 타격폼을 뜯어고치거나 어떤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준재는 “그간 임훈 타격 코치님과 1군 코칭스태프와 했던 것을 계속 이어 갔던 것이지, 특별한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즌 초 부진했을 때와 지금이 다른 것은 타격 메커니즘이 아닌 히팅 타이밍일 뿐이다. 이는 심리적인 부분과 연관이 있었다”고 진화했다. 이숭용 감독 또한 “자신감이다”고 차이를 잘라 말했다.
이 해프닝은 하나의 귀중한 시사점을 준다. 물론 코치나 아카데미, 혹은 선배들의 원포인트 레슨은 효과를 볼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전에 어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 또한 무용지물이다. 토대가 없는 선수를 원포인트 레슨으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정준재의 타격 성적을 바꾼 것은 어떤 ‘일타 강사’의 조언이 아닌, 오랜 기간 꾸준한 반복 연습과 자신감이었다.
실제 정준재는 지난해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부터 지독한 훈련 벌레로 이름을 날렸다. 이숭용 SSG 감독조차 깨끗하게 인정할 정도였다. 비시즌 훈련을 거치며 플로리다 캠프에 왔을 때는 상당 부분 다른 선수가 되어 있다는 칭찬을 모으기도 했다. 시즌 들어 방망이가 잘 맞지 않을 때, 다른 선수들보다 더 늦게까지 남아 경기 시작 직전까지 남몰래 홀로 방망이를 돌리기도 했다. 그렇게 몇 개월 이상 준비한 결과가 지금 나오고 있을 뿐이다. 기적이 아니라 준비가 있었다.

이제 정상궤도로 올라온 정준재 덕에 SSG는 라인업을 짜기가 편해졌다. 사실 타율만 어느 정도 뒷받침되면 여러 타순에 잘 어울리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9번에 있으면 4할에 가까운 출루율로 1번 박성한 앞에 주자가 된다. 2번에 있으면 쳐도 되고, 작전 수행을 할 수도 있다. 공격에 불이 붙자 시즌 초반 문제였던 수비도 살아난다. 최근 들어 수비에서 실수를 한 기억을 찾아볼 수 없다. 계속 실책이 없이 갈 수는 없겠으나 고비를 넘겼다는 점은 분명하다.
내친 김에 구단 역사상 세 번째 3할 2루수에도 도전한다. SSG 프랜차이즈 역사상 3할 2루수는 구단 역대 최고 2루수로 손꼽히는 정근우 외에는 2016년 김성현(.319) 현 1군 플레잉코치 정도만 있었다. 4할 출루율은 2009년 정근우(.437) 외에는 한 번도 없었다. 정근우 또한 SK 유니폼을 입은 시기 4할 출루율 달성은 2009년이 유일했고, 즉 구단 2루수가 3할 타율, 4할 출루율 동시 달성이 이때밖에 없다. 중간중간 이가 빠진 SSG의 2루수 계보를 정준재가 다시 만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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