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닉이 쏘아올린 성과급 축포…삼성·현대기아 '몸살'

엄하은 기자 2026. 5. 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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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 저희가 자세히 톺아볼 소식은 산업계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성과급 지급 관련 노사 갈등입니다. 

SK하이닉스의 통 큰 성과급 합의 이후 이게 사실상 새로운 기준선이 되면서 경쟁사 삼성전자는 물론, 자동차 등 주요 산업으로까지 확산하고 있습니다.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투자와 공급망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산업부 엄하은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엄 기자, 요즘 하느님 위에 '하이닉스느님'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하이닉스가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확실히 성과급 기준선을 확 끌어올린 분위기죠? 

[기자] 

그렇습니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기로 하면서 사실상 성과급의 상한선을 없애버렸기 때문입니다. 

내년 영업이익이 400조 원 안팎으로 전망되면서 성과급 재원만 40조 원대에 이를 수 있단 관측도 나오는데요. 

1인당 아파트 한 채 값의 성과급이 거론되면서 산업 전반의 보상 기준선을 단숨에 끌어올렸습니다. 

[앵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경쟁사 삼성전자겠죠.

분위기가 심상치 않던데요? 

[기자] 

네, 삼성전자 노조는 한술 더 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며 상한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갈등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다음 달 총파업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지난주 결의대회에만 4만 명이 모였습니다. 

[최승호 /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 (지난 23일) : 가장 중요한 산업에서 일하는 인력에게 정당한 보상이 없다면 그 누가 미래를 책임지겠습니까. 삼성전자의 잘못된 제도를 바꾸고 대한민국 이공계 미래를 바꾸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으로 인재 제일 원칙을 되살려야 (합니다.)] 

다음 달 21일부터 18일간 파업이 시작되는데요. 

노조 측은 파업 시 최대 30조 원의 손실이 날 수 있다며 배수진을 친 상태입니다. 

[앵커] 

이게 단순히 기업 내부 이슈에 그치는 문제가 아닙니다. 

워낙 파급 효과가 큰 국가 주력 산업이다 보니 보다 못한 정부가 나섰죠? 

[기자] 

그렇습니다. 

산업통상부 장관이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에 우려를 표했는데요.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삼성전자의 성과가 과연 노사만의 결실인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수많은 인프라와 협력업체 등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 낸 결실이란 건데요. 

실제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컸습니다. 

정부는 K-칩스법을 통해서 반도체 설비 투자와 장비 도입 시 세액 공제를 확대해 왔는데요. 

세제 혜택 규모만 수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박상인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 2023년 같은 경우에 업황도 안 좋았지만 엄청난 특혜를 줬거든요. 그래서 2023년에 삼성전자가 (법인) 세금을 한 푼도 안 냈어요. 세액 공제 같은 것들 여러 가지 보조금 통해서 국민들이 그동안 삼성전자에게 엄청난 혜택을 준거예요. 정책적인 배려라는 게 사실은 국민 돈이 들어간 거거든요.] 

국민 혈세로 체력을 키워놓으니 이제 와서 노사 간 '박 터지는 밥그릇 싸움만 하느냐'는 비판인데요. 

이재명 대통령도 일부 조직 노동자들의 과도한 요구를 지적하며 "'나만 살자'가 아니고, 노동자 모두가, 국민 모두가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연대 의식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데요.

파업이 현실화되면 반도체 공급 차질로 전 세계 IT 기기 가격이 뛸 수 있다는 외신 경고도 나왔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 파업이 AI 데이터센터부터 스마트폰에 이르는 전 산업에서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그럼 반도체 말고 다른 산업분야는 어떻습니까? 

월급 받는 직장인이라면 성과급 더 많이 받고 싶은 건 매한가지잖아요. 

[기자] 

자동차업계도 가세하는 분위긴데요.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이 10조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3조 원 이상을 성과급으로 나눠야 합니다. 

노조 측은 최대 실적을 경신해 온만큼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처럼 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LG유플러스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기업들은 뭐라고 하나요? 

[기자] 

기업들은 단기 실적을 정해진 비율대로 성과급으로 나누는 방식은 위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당장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분기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약 30% 가까이 줄었습니다. 

미국발 관세 부담과 글로벌 수요 둔화 등 수익성 악화 요인이 반영된 결과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 지급할 경우 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옵니다. 

[이호근 /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 지금 상황에서는 지속적으로 신규 개발이나 로봇 택시, AI 등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요구되고요. 해외 공장 설립이나 현지화에 투자를 해야 되는 시기기 때문에 30% 정도 되는 수익을 노조 측에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하면 미래 성장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그런데 여기서 전선이 끝나는 게 아닙니다.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하청까지 번질 수 있단 얘기도 나온다고요? 

[기자]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하청 노조도 원청을 상대로 직접 단체교섭에 나설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원청 직원에 국한됐던 성과급 요구가 협력업체로까지 확산될 수 있단 건데요. 

삼성전자 하청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성과급 논의에 배제된 것과 관련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요. 

실제로 HD현대중공업 하청 노조는 정년퇴직 노동자의 성과급 지급 문제로 국가인권위 진정과 고용부 고발에 나선 상황입니다. 

[앵커] 

결국 해답은 뭘까요? 

성과를 나누자는 요구도 일리가 있고, 기업 투자 여력도 중요하잖아요. 

[기자] 

전문가들은 성과 공유 자체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방식인데요 실적이 좋을 때마다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적으로 성과급에 연결하면 업황이 꺾였을 때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성과가 났는데도 직원 보상이 따라가지 않으면 핵심 인재 유출과 노사 갈등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답은 단기 현금 보상과 장기 성과 보상을 나눠 설계하는 쪽에 있습니다. 

[송헌재 /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 일회성 보상으로 현금을 주면 세후 받게 되니까 일부 현금으로 보상받고 일부는 주식으로 보상받는 게 사실은 노조한테 더 유리하긴 하거든요.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같은 경우에는 장기근속을 어느 정도 해야지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도 당장의 현금 부담이 없고요.] 

그런데 이런 논쟁이 커질수록 또 다른 격차 문제도 드러납니다. 

큰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일부 대기업에 몰려 있어서 노동시장 안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정흥준 /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 : 사실은 이런 연말 성과급을 크게 받는 회사는 30대 그룹 정도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 안에서 편차도 굉장히 크고요. 전체적으로 보면 이중구조 문제가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이란 게 굉장히 커지는 거죠.] 

결국 SK하이닉스가 쏘아 올린 성과급 논쟁이 우리 산업 구조 전체를 흔드는 시험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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