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아이유’가 부른 제주도 노래 [.txt]

한겨레 2026. 5. 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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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피디의 큐시트
‘4·3 사건’ 영화 보고 제주 노래 떠올려
혜은이·최성원·재주소년을 듣다
바다·그리움·봄을 품은 노래들
‘감수광’ ‘제주도의 푸른 밤’ 노래와 ‘드라이브 인 제주’ 앨범에 실린 곡들을 들으며, 제주를 걸었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사진은 제주 바닷가를 걷는 두 사람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며칠 전 정지영 감독을 잠깐 만날 기회가 있었다. 다른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방송사에 오신 모습을 보고 쪼르르 달려가 인사를 드리고 잠시 수다를 떨었다. 마침 바로 전날 영화 ‘내 이름은’을 본 터라 반가운 마음이 더했다. 올해 여든살의 감독님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영화 재미있다고 소문 좀 많이 내주세요.”

그 부탁 때문이 아니라, 정말 영화가 재미있다. 역시 ‘4·3 사건’을 다루었던 영화 ‘지슬’과는 접근법이 완전히 다르다. ‘지슬’이 시종일관 엄숙하고 진지하게 시대의 비극을 재현했다면 ‘내 이름은’은 종종 웃기고 경쾌하게 시대의 비극을 변주했다. 두편 다 보지 못한 분이라면, ‘내 이름은’을 먼저 보고 ‘지슬’에 도전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영화와 ‘4·3 사건’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기사가 나와 있으니 굳이 내 의견을 보탤 필요는 없을 듯하다. 다만 상영관이 너무 적어 속상했다. 의미 있는 주제를 다룬 동시에 무척 재미있는 상업 영화인데, 영화가 너무 무거울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전혀 그렇지 않으니 안심하고 보시길.

여기서는 아름다운 섬 제주도와 연관된 노래 이야기를 할까 한다. 조사해보고 조금 놀랐는데, 의외로 제주도 노래가 별로 없거나 너무 오래되었다. 특정 계절이나 장소를 소재로 삼아 스테디셀러를 노리는 가수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1. 감수광 - 혜은이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그러니까 내가 갓 태어났을 때쯤 혜은이는 최고의 청춘스타였다. 요즘 방송계에서 종종 쓰는 비유는 ‘70년대 아이유’인데 기록을 찾아보면 전혀 과장이 아니다. 당시 최고의 작곡가였던 길옥윤 선생이 만든 이 노래는 1977년에 발표한 혜은이 5집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데뷔곡 ‘당신은 모르실 거야’부터 자신의 노래로 승승장구했던 그를 애제자로 생각했던 길옥윤 선생이 선물로 써서 준 노래라고 한다. 그래서 혜은이의 고향인 제주 방언으로 제목과 후렴구를 만들어주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노래는 제주 방언이라는 점도 특이하지만 고려가요 ‘가시리’를 현대음악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감수광(가시리) 감수광(가시리잇고)

난 어떡할랭(날러는 엇디 살라고) 감수광(가시리잇고)

설룬 사람 보낸시엥(셜온님 보내노니)

가거들랑(가시난) 혼저 옵서예(닷 도셔 오쇼셔)

‘70년대 아이유’의 무대는 어땠을까? ‘감수광’은 4분35초부터.

https://youtu.be/JKBuB06nVLM?si=egJRwTIvUSJk7rPR

2. 제주도의 푸른 밤 - 최성원

가요 역사상 최고의 밴드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사람마다 답이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최고의 명반을 꼽는 조사에서는 아직도 ‘들국화 1집’이 1위를 차지한다. 메인 보컬 전인권의 카리스마가 워낙 강해서 그렇지, 베이스와 작곡은 물론이고 노래도 불렀던 최성원이야말로 밴드 들국화의 든든한 기둥이었다. 들국화는 단 두장의 앨범만 발표하고 1987년에 해체되었고, 최성원은 이듬해인 1988년에 솔로 가수로 앨범을 발표하는데 여기에 이 노래가 담겨 있다. 그는 실제로 제주도에 머무르며 이 곡을 만들었고, 이후 제주도에 귀농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고 한다.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로 떠나자는, 낑깡밭 일구고 감귤도 가꿔보자는 노랫말이 말뿐이 아니라 진심 가득한 가사였던 셈.

이 노래는 양손으로 다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가수가 다시 불렀다. 원곡 못지않게 라디오에 신청이 많이 들어오는 성시경 버전도 좋고, 태연이 부른 노래도 좋다. 영화나 드라마에도 자주 삽입되었는데, 가장 최근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오에스티(OST)에 박은빈 배우가 직접 부른 노래가 있다. 위에서 혜은이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유를 언급했으니 아이유가 부른 라이브 버전으로 들어보자.

https://youtu.be/K_trY1jZVY4?si=XRDkB7CQRC94jjrl

3. 드라이브 인 제주 - 재주소년

어릴 때부터 친구 사이인 유상봉과 박경환 둘이 결성한 팀이다. 꽤 많은 사람이 이 팀 이름을 제주소년으로 알고 있는데 재주소년이 맞다. 헷갈리기 딱 좋은 이름보다 얄궂은 건, 박경환이 제주도에 있는 대학에 다닌다는 이유로 기획사 사장이 만들었다는 작명의 유래다. 그러면서 굳이 글자를 바꾸어놓아 더 혼동하기 쉽다. ‘귤’과 ‘눈 오던 날’ 등 따뜻하고 감성적인 겨울 노래가 많이 사랑받았는데, 현재는 박경환의 1인 밴드로 활동 중.

2017년 재주소년은 아예 제주도를 테마로 한 앨범을 만들었다. 타이틀부터가 ‘드라이브 인 제주’. 명확한 주제가 있는 앨범이기에 첫 곡부터 순서대로 들으면 더 좋다. 바다, 술, 친구, 연인, 추억, 그리움, 외로움. 이 앨범은 우리가 다 아는 것들을 노래한다. 그런데도 지겹지 않다. 다 아는 맛을 가진 재료들로 만든 편안한 요리랄까. 최소한의 악기 편성으로 최대한 어쿠스틱한 연주로, 거슬리는 구석 하나 없는 노래들을 듣다 보면 제주도 해안 도로를 느긋하게 달리는 기분이 든다. 마침 계절도 봄이다.

https://youtu.be/Ds724Le6cHc?si=QQCP64QGpS4cyk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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