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적들이 두려워하는”… 트럼프가 극찬한 기업, 주가는 왜그럴까

“팔란티어는 호재가 있어도 내리고, 악재가 있으면 더 내리고, 이러나저러나 내리는 주식인가요?”
테슬라, 엔비디아와 함께 서학개미들이 가장 신뢰하는 ‘미국 주식 3대장’으로 군림했던 팔란티어(PLTR)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AI 시대의 CIA’라 불리며 찬사를 받았던 팔란티어는 최근 고점 대비 32% 가까이 급락하며 투자자들에게 깊은 배신감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2월 52주 신고가인 207.52달러를 기록했지만 불과 두 달 만에 130달러 선까지 후퇴했다.
실적은 ‘역대급’, 주가는 ‘글쎄’

시장에서는 5월 4일(현지 시간) 예정된 1분기 실적 발표를 ‘심판의 날’로 보고 있다. 과거 팔란티어는 실적 발표 후 주가가 8% 급등하거나 12%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매우 컸다.
현재 월가가 예상하는 팔란티어의 성적표는 우수하다. 매출은 전년 대비 74% 성장한 15억4000만달러, 주당순이익(EPS)은 0.28달러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정부용 AI 플랫폼인 ‘고담(Gotham)’의 강력한 수주 잔고와 더불어 10분기 연속 시장 예상치를 상회해온 팔란티어의 ‘어닝서프라이즈’ 역사는 이번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씨티그룹이 내놓은 분석 보고서는 시장의 배신감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보여준다. 씨티그룹의 타일러 라드케 애널리스트는 팔란티어의 목표주가를 기존 260달러에서 21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표면적으로는 악재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팔란티어라는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보다는 ‘소프트웨어 섹터 전반에 대한 불신’이 주된 이유다.
현재 시장은 ‘멀티플 압착(Multiple Compression)’ 공포에 휩싸여 있다.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생성형 AI 기업들이 급부상하면서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파이를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AI가 코딩을 직접 수행하고 자동화된 비서가 업무를 대체함에 따라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핵심 수익 모델인 ‘사용자당 과금(Per-seat)’ 방식이 근본적으로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팔란티어의 펀더멘털은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 2025년 4분기 실적에서 확인했듯이 미국 상업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37% 폭증했다. 알렉산더 카프 CEO가 “테크 업계 역사상 최고”라고 치켜세웠을 정도다. 이번 1분기 역시 미국 상업 매출이 137% 급등하며 정부 부문의 덩치를 턱밑까지 추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팔란티어가 공공기관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 민간 기업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주가가 밀려나는 이유는 팔란티어가 소위 ‘완벽함을 강요받는 주식’이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1600%라는 비현실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뒤 찾아온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호재를 집어삼키고 있는 것이다.
인베스팅닷컴 프로 분석에 따르면 팔란티어의 주가수익비율(P/E)은 225배에 달한다. 회사가 1년에 버는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225배나 높게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다만 성장성을 고려한 PEG 비율이 0.91이라는 점은 현재의 가치 평가가 미래 성장 대비 아주 터무니없는 수준은 아님을 시사한다.
‘트럼프의 극찬’이 불러온 묘한 긴장감
이 기업의 독특한 성격도 기회이자 위기다. 팔란티어는 일반적인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시장점유율과 가입자 수에 매달릴 때 국가의 안보와 정보전 영역에서 몸집을 키워왔다. 이는 강력한 해자가 되는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정치적 리스크라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팔란티어가 주간 기준 14% 폭락하며 1년 만에 최악의 한 주를 보내고 있을 때 뜻밖의 구원 투수가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팔란티어는 위대한 전투 능력을 스스로 입증했다”며 “궁금하다면 우리 적들(이란)에게 물어보라”고 발언했다.
미군이 중동 지역 표적 식별에 팔란티어의 AI 플랫폼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을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팔란티어는 명실상부한 ‘미국 국가 방위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인텔이 반도체 패권주의의 상징으로서 국가적 지원을 받듯 팔란티어 역시 대체 불가능한 국가 전략 자산으로 대우받으며 주가가 치솟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실제 트럼프의 발언 이후 팔란티어의 주가는 단기적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를 떠올린다. CEO의 강한 정치적 색채와 발언이 기업가치에 상시적인 변동성을 부여하는 ‘정치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카프 CEO는 과거 트럼프를 비판하고 바이든 캠프에 기부했던 이력이 있으나 현재는 차기 행정부와 그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적 줄타기’가 내부 균열과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카프 CEO가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을 때 이에 반발한 일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팔란티어의 홍보 책임자가 트럼프 행정부로의 정치적 쏠림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언급한 인터뷰 영상이 돌연 삭제된 사건은 회사 내부에서도 이 문제를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팔란티어는 현재 미국 내 매출의 절반 이상을 국방부(DoD)와 이민세관집행국(ICE) 등 정부 기관으로부터 벌어들인다. 정부가 바뀌어도 정보 시스템을 통째로 갈아치우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이는 ‘보장된 현금흐름’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민자 감시나 군사작전 등 도덕적·윤리적 논쟁의 중심에 설 때마다 주가는 정치적 외풍에 흔들릴 수도 있다.
월가의 엇갈린 시선
전통 투자은행들의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웨드부시는 팔란티어를 ‘AI 30’ 목록에 유지하며 향후 시가총액 1조 달러에 도달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베어드와 로젠블랫 역시 11분기 연속 매출 성장 가속화를 예상하며 ‘매수’ 등급을 재확인했다. 특히 미국 농무부(USDA)와 체결한 3억달러 규모의 ‘국가 농장 보안 실행 계획’ 계약은 팔란티어의 영향력이 농업 현대화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씨티그룹 역시 팔란티어에 대해 ‘매수(Buy)’ 의견을 유지했다. 2027년과 2028년 실적 추정치 역시 시장 컨센서스보다 5%포인트 이상 높게 잡았다. 팔란티어가 AI가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AI 인프라 및 운영체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에어버스와 스텔란티스 같은 글로벌 제조 거물들과의 대규모 재계약 성공은 팔란티어의 솔루션이 대체 불가능함을 입증하는 증거다.
김재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팔란티어의 성장세와 수익성 개선 속도는 기존 밸류에이션 관점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2025년보다 향후 2~3년 매출 성장과 수익성 추이가 더욱 강한 모멘텀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도 높다”고 판단했다.
반면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견한 마이클 버리는 팔란티어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다. 그는 단기적인 반등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팔란티어 테크의 가치가 현재 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버리는 “이 회사의 기본 가치가 주당 50달러 미만이라고 믿기 때문에 풋옵션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을 권고한다. 유중호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소프트웨어 섹터가 흔들렸던 만큼 단기 수급에 의한 일시적 반등은 가능하다”면서도 “순수 AI 기업들의 경쟁 심화와 성장률 둔화 우려는 여전히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객사들의 AIP 소프트웨어 도입률과 해외(미국 외) 성장이 관건”이라며 “양자컴퓨터 상용화 등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가 팔란티어의 최적화 서비스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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