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먹지도 못한다고?”…위암 수술의 오해와 진실[건강 팁]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2026. 5. 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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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원준 고려대구로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조기 위암, 수술·내시경절제 시 5년 생존율 90% 이상
수술 직후 합병증 생겨도 장기적인 삶의 질 영향은 미미
두려움 때문에 수술 포기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 나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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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60대 초반 남성 환자가 조기 위암 진단을 받고 외래 진료를 찾았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10명 중 9명이 수술 후 5년 이상 생존한다. 내시경과 조직검사 결과에 비춰볼 때 전형적인 조기 위암으로, 수술만 잘 받으면 완치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환자는 “수술이 너무 무섭다”며 치료를 포기했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치유해 보겠다며 병원을 떠났다. 몇 년 뒤 그 환자가 갑작스러운 토혈과 심한 빈혈 증상으로 응급실에 실려왔을 땐 위암이 진행돼 더 이상 수술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그 상태에서도 환자가 치료를 강력히 거부하는 바람에 보호자와 함께 ‘지금이라도 치료를 시작하면 생존 기간과 삶의 질을 늘릴 수 있다’고 수차례 설득한 끝에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다행히 출혈 증상은 약으로 조절됐지만 항암 치료 결과가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국의 위암 5년 생존율은 약 78%로 40% 수준이던 1990년대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국가 암검진과 내시경 덕분에 위암의 약 70%가 국소(조기 또는 국한성) 단계에서 발견되며, 이 단계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95%를 넘는다. 건강검진으로 내시경을 시행하는 것 만으로 생존율을 40% 이상 향상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이는 조기 진단을 통해 암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수술 또는 내시경 절제술을 받은 1기 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0%를 훌쩍 넘고, 1A기의 경우 94% 이상까지 보고될 정도로 치료 경과가 좋다.

위암 수술은 위 일부 또는 전체를 절제하고 림프절을 같이 떼어내야 해 환자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 그러나 한국은 전반적으로 위암 수술 성적이 우수하며, 수술 사망률과 심각한 합병증 발생률이 꾸준히 감소해 왔다. 수술 후 30일 이내에 폐렴, 누출, 출혈 등의 합병증이 생겨도 장기적인 삶의 질 측면에서 뚜렷한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설령 발생하더라도 집중 치료와 재활을 통해 회복해서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기능 보존 위절제술이나 복강경·로봇 수술이 확대되면서 완치율을 유지하면서도 합병증과 후유증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여러 코호트 연구에서 위절제술 환자들의 삶의 질이 수술 직후 일시적으로 떨어지지만, 대부분 6개월~1년 사이에 수술 전 수준에 근접하게 회복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부분 위절제술이나 근위부 위절제술과 같은 기능 보존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영양 상태와 일상 활동이 더 빨리 회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장기간 추적한 연구에서는 위를 절제하고도 전반적인 삶의 질 점수가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가며, 일부 소화기 증상이 남더라도 ‘암이 사라졌다는 안도감’과 ‘통증·출혈로부터의 해방’이 그 불편함을 상쇄한다고 보고했다. 즉 ‘위암을 수술하면 평생 못 먹고 못 산다’는 막연한 공포는 실제 데이터와는 거리가 있다. ‘위 없이 어떻게 살아요’가 아니라, 위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진료실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그 때 수술 했더라면” 하고 아쉬워하는 경우다. 치료 자체가 무서워서, 정보가 부족해서, 혹은 잘못된 이야기들 때문에 병을 방치하다가, 바빠서, 검진을 못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손쓸 수 없는 상태에 이른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위암 치료의 목적은 단순히 암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5~10년 뒤에도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생존과 삶의 질을 함께 지켜드리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위암 치료 성적과 조기 위암 수술의 예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술 이후 환자들의 만족도도 생각보다 높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도 너무 바빠서 내시경 검진을 미루거나 수술 또는 항암이 무서워서 치료를 포기하려 했던 분이 계실지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부디 혼자 결정하지 말고 용기와 시간을 내서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시길 바란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것이다’라는 말은 건강에도 해당한다.

서원준 고려대구로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사진 제공=고대구로병원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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