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열의 테크 오디세이] 첫 번째 인공지능의 꿈과 몰락
[파이낸셜뉴스] 1958년 7월, 미국 해군 연구소의 한 실험실. 심리학자이자 과학자인 프랭크 로젠블랫이 인류 역사상 가장 도발적인 기계를 공개했다. 이름은 '퍼셉트론(Perceptron)'. 8t(톤)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에 수천 개의 전선이 엉켜 있는 이 괴물 같은 기계는 인간의 뇌세포 '뉴런'을 기계적으로 구현하려 한 최초의 시도였다.
로젠블랫은 자신 있게 선언했다. "이 기계는 머지않아 스스로 걷고, 말하고, 글을 읽으며 심지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해군이 스스로 생각하는 기계의 배아를 공개했다'고 대서특필했다. 사람들은 인간과 똑같이 생각하는 로봇이 거실을 차지하게 될 날을 꿈꿨다.

퍼셉트론이 특별했던 이유는 그 구조에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컴퓨터는 사람이 일일이 입력한 규칙에 따라 움직였다. 그러나 퍼셉트론은 달랐다. 인간의 뉴런이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학습하듯, 기계 내부의 연결망에서 스스로 정답을 찾아갔다. 처음에는 틀리더라도, 실수를 반복할수록 회로의 연결 강도를 조금씩 수정하며 마침내 사각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로젠블랫은 이 단순한 원리가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찬란한 기대는 뜻밖의 장소에서 무너졌다. 인공지능 학계의 또 다른 천재이자 로젠블랫의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했던 마빈 민스키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1969년, 민스키는 동료와 함께 퍼셉트론의 수학적 한계를 증명하는 책을 발간했다. 그가 제시한 숙제는 단순했다. 'XOR(배타적 논리합)' 문제. 어린아이도 이해할 법한 이 논리 구조를 퍼셉트론은 풀 수 없었다. 민스키는 냉정하게 판결을 내렸다. "신경망 연구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으며, 더 이상 연구할 가치가 없다."
이는 퍼셉트론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연구비를 지원하던 정부와 기업들이 일제히 등을 돌렸고, 인공지능 연구소들은 문을 닫았다. '신경망'이라는 단어를 논문에 쓰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다. 인류 최초의 인공지능(AI) 연구자들은 졸지에 '가짜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혔다. 이를 '제1차 AI 암흑기'라 부른다. 퍼셉트론의 아버지 로젠블랫은 자신의 꿈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다 1971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혹독한 겨울이라고 해서 나무가 봄을 포기하는 법은 없다. 대중의 주목도, 국가적 지원도 끊긴 메마른 땅에서도 일부 과학자들은 조용한 연구실에서 사유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 맹목적이고도 숭고한 믿음이 훗날 딥러닝이라는 거대한 부활을 이끄는 보이지 않는 동력이 되었다.
퍼셉트론은 실패가 아니었다. 너무 이른 시기에 등장해, 너무 큰 기대를 짊어졌을 뿐이다. 오늘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AI 기술의 내부에는 60여 년 전 한때 폐기되었던 그 아이디어들이 오롯이 녹아있다. 기술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퍼셉트론은 실패가 아니었다. 너무 이른 시기에 등장해, 너무 큰 기대를 짊어졌을 뿐이다. 로젠블랫은 끝내 자신의 꿈이 옳았음을 증명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AI 기술의 심장부에는, 그가 차가운 실험실에서 밤새워 설계했던 바로 그 아이디어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기술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준비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 우리는 그 봄을 맞이하고 있다.
김도열 웹케시그룹 미디어전략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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