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서 마라도나 막은' 박경훈이 북중미 월드컵 후배들에게[1인칭 월드컵 시점①]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6월12일(이하 한국시간) '세계인의 축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한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같은 날 체코와의 A조 1차전을 시작으로 월드컵 일정을 소화한다.
스포츠한국은 월드컵을 앞두고 '특집-1인칭 월드컵 시점'이라는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한다.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스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월드컵 경험담과 일생일대의 무대를 앞둔 후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1편의 주인공은 한국 축구 대표팀의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시작이었던 1986 멕시코 월드컵서 아르헨티나의 '원조 축구 천재' 디에고 마라도나를 봉쇄했던 박경훈(65)이다.
한국이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세 경기(체코-멕시코-남아공)를 모두 멕시코에서 치르는 가운데, 박경훈은 무려 '40년 전' 멕시코 땅에서 먼저 월드컵을 경험한 '대선배'다. 그는 고지대인 멕시코에서 조심해야 할 점과 대표팀을 향한 응원을 아끼지 않고 전했다.

▶'2000m 이상 고지대'서 '마라도나 막은' 박경훈의 족집게 강의
1986 멕시코 월드컵은 한국 축구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 대회다. 축구대표팀이 1954 스위스 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이뤄낸 월드컵 본선 진출이었다. 또한 한국의 월드컵 역대 첫 득점(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 1-3 패, 박창선 득점), 첫 승점(조별리그 불가리아전 1-1 무승부, 김종부 득점), 첫 다득점(조별리그 이탈리아전 2-3 패, 최순호-허정무 득점)을 모두 기록한 대회였다.
박경훈은 첫 경기인 아르헨티나전에서 당대 최고의 선수였던 마라도나를 온몸을 던져 막아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대 아시아 최고 풀백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킨 순간. 또한 아르헨티나가 결국 이 대회에서 월드컵 첫 우승을 이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박경훈의 활약이었다.
"당시 언론에서도 '마라도나를 막을 선수는 박경훈'이라는 얘기가 있었고, 체격도 비슷해 '정말 내가 막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몸을 잘 만들었어요. 하지만 경기 종료 약 15분을 남긴 시점에서야 제게 기회가 왔어요. 2000m 이상 고지대에서 1-3으로 끌려가고 있었지만 제대로 막아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마라도나 앞에서는 전력으로 막다가, 뒤돌아서면 숨을 몰아쉬었죠(웃음). 마라도나 역시 힘들어했지만 공을 잡으면 순간적으로 세계적인 선수의 수준을 보여주더라고요. 그래도 전담 마크를 했던 시간 동안 잘 막아내서 다행이었습니다."
박경훈은 그때 당시 열악했던 경기 준비 환경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도 함께 풀었다.
"데이터 분석 자료는 말할 것도 없고, 상대 팀 경기 영상조차 없어서 못 보고 월드컵에 나갔어요. 마라도나처럼 누구나 아는 선수를 제외하면 상대에 대한 정보 없이 경기에 뛰어야 했죠. 물론 상대도 한국을 잘 몰라서 가장 유명한 차범근 선수만 집중 마크를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경기 전날에 몸을 풀 시간도 없었고, 경기 당일에도 운동장에서 워밍업을 못하게 했습니다. 아르헨티나전을 예시로 들자면, 경기 전에 분리되지도 않은 실내 복도를 한국과 아르헨티나가 나눠서 워밍업 공간으로 썼어요. 우리는 숨죽여서 준비하는데 아르헨티나는 음악을 크게 틀고 마라도나를 가장 앞에 세워서 워밍업을 하더라고요. 심지어 한국 대표팀은 지금처럼 피지컬 코치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감독 1명, 코치 1명이 코칭스태프의 전부여서 선수들이 알아서 몸을 풀어야 했어요. 한 팀에 의무 트레이너, 장비관리사 등 지원 스태프도 여러 명인 지금과는 차원이 달랐죠."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를 모두 멕시코에서 치른다는 점은 많은 걱정을 동반한다.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에서 체력 문제는 물론 공의 속도·비거리·궤적 변화를 모두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40년 전에 먼저 겪어본 박경훈은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멕시코 월드컵을 앞두고 독일에서 친선 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익힌 뒤, 고지대 적응을 위해 미국 콜로라도로 넘어갔어요. 하지만 멕시코 현지에 입성했을 때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훈련장에서 공을 보고 헤딩을 하는데 머리에 정확히 맞지 않더라고요. 공기 밀도가 낮은 고지대에서는 공의 속도와 궤적이 평소 익숙했던 감각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훨씬 빠르고 다루기 어려웠어요. 이번 월드컵에서도 선수들이 그 부분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또한 경기 사이 공백(최대 6일)이 긴 만큼 컨디션 관리도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홍명보 감독-선수들, '한몸'처럼 뛴다면 16강 이상도"
멕시코 대회에 이어 1990 이탈리아 대회까지 월드컵에 두 차례 출전한 선배답게 후배들에 대한 조언을 물었다. 박경훈은 '원팀'을 강조하며 대표팀의 선전을 기대했다.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많아졌고 구성이 잘 돼가고 있다고 봅니다. 가장 중요한 건 '하나가 돼서 뛰느냐'입니다. 그라운드 안에 있는 11명이 감독의 전술을 철저히 이행하며 한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또한 동료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메워주며 함께 끈끈하게 싸워야 합니다. 결정지을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그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몸을 던질 줄도 알아야 합니다. 모두가 그런 헌신을 보인다면 16강 이상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요."
"홍명보 감독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2패라는 아쉬운 결과를 맞이했지만, 감독으로서 월드컵에 한 번 나서봤다는 것은 매우 값진 경험입니다. 그 이후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보완해온 시간도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왔기에 이번에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월드컵이 어떤 의미인지 묻자 박경훈은 '희망'이라고 답했다. 그와 함께 후배들에게도 희망이 함께하길 기원했다.
"제게 월드컵은 '희망'이었습니다. 선수, 감독, 행정가로서 축구인의 삶을 살며 언제든 월드컵의 기억을 되돌아보고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멕시코 월드컵이 한국 축구의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시작점이 됐다는 점도 의미 있게 생각합니다. 한국이 다음 월드컵에도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된 것이니까요.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 나설 선수들도 희망을 안고 후회 없이 뛰었으면 좋겠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겠습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 국민 생중계 혼례 중 아이유 실신…공승연 비밀 폭로 '충격'('21세기 대군부인') - 스포츠한국
- 변우석의 '이안대군' VS 김혜윤의 '호러퀸', 장르 씹어먹는 차기작 성적표[스한:이슈] - 스포츠한
- 하지원 "45kg까지 감량에 나나와 동성 키스신 소화도… 매장면이 클라이맥스였다"[인터뷰] - 스
- "클래스는 영원하다" 지드래곤·태양·대성, 사라지지 않는 별…빅뱅 [스한:초점] - 스포츠한국
- "천재인가, 페이커인가" 장동민, '베팅 온 팩트' 씹어 먹는 소름 돋는 설계 [스한:초점] - 스포츠한
- 김용빈, 두 눈으로 지켜본 할머니 임종 "되게 아파해…도착 5분 만에 숨 멈춰" ('편스토랑') - 스포
- '탈퇴' 주학년, 더보이즈 콘서트 갔다…관객석에서 찍은 무대 사진 공개 - 스포츠한국
- 송중기♥케이티 부부, 야구장 데이트 넘어 첫 공식 일정 포착 '특별출연' - 스포츠한국
- '이 옷 어떻게 입어?'…영탁도 입었다, 이동휘 '품바옷' 대적할 파격 '누더기' 패션 - 스포츠한국
- 1500억 금괴 향한 황금빛 사투… 박보영, 범죄 장르물 첫 도전으로 디즈니+ 신기록 쓸까[스한: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