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400원에 지하철 지연 보험, 월 500원에 거북목 ‘미니보험’···보험사는 왜?[경제뭔데]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월 500원’, 1년을 다 해도 6000원밖에 되지 않는 ‘커피 한잔’ 수준의 보험료만 내면 핸드폰 파손, 식중독, 중고거래 사기 등 일상 속 위험을 보장해주는 ‘미니 보험’들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가입도 쉽습니다. 보기에도 부담스러운 수십장짜리 계약서와 머리를 아프게 하는 기나긴 약관 설명서 없이 모바일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보험사들은 다양한 타겟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결합한 상품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저렴해도 너무 저렴해서 이를 파는 보험사들에 ‘과연 돈이 될까?’ ‘돈이 안되는데 왜 팔까’라는 물음도 따라오는데요. 이번주 <경제뭔데>에서는 ‘미니보험’을 알아보겠습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휴대폰 보험의 ‘첫 달 보험료 100원’ 이벤트를 다음달 31일까지 진행합니다. 아이폰과 갤럭시 전 기종이 대상이며, 통신사와 관계없이 자급제 단말기와 알뜰폰 사용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카카오페이손보의 휴대폰보험은 꽤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반 보험사 가운데 휴대폰 보험을 단독 상품으로 판매하는 곳은 현재 이 회사가 유일하거든요. 대부분 소비자는 통신사 가입 시 부가서비스로 파손보험을 선택하는데, 이 틈새를 파고든 겁니다.
전략은 나름 통했습니다. 2024년 3월 이후 2년 만에 누적 가입자가 약 12.5배 늘었습니다.
스마트폰 가격이 나날이 비싸지다 보니 망가뜨렸을 때 수리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이 300만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액정·카메라·메인보드가 동시에 파손되는 ‘복합 파손’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보상 한도를 최대 500만원으로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번아웃·중고거래 사기·지하철 지연도 보상
이는 2030세대를 겨냥한 ‘미니보험’ 확산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미니보험이란 1000원에서 1만 원 내외의 보험료로 골프·여행·독감·운동 등 생활 밀착형 위험을 보장하는 소액 단기보험을 뜻합니다. 모바일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어 젊은층에게 진입 장벽이 낮죠.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험에 접목한 상품이 많습니다.
롯데손해보험의 ‘덕밍아웃 보험(팬덤안심상해보험)’은 콘서트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골절이나 무릎 인대 부상 등 상해를 보장하는 상품입니다. 굿즈 중고거래나 티켓 사기 피해도 보장해줍니다. 아이돌 팬덤을 겨냥한 상품이죠. 지난달 BTS의 광화문 광장 공연을 앞두고 열띤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보험료는 일일 가입시 1000원 수준입니다. 단기 특약처럼 하루 계약 상품입니다.
카카오페이손보와 함께 국내 양대 디지털보험사 중 하나인 교보라이프플래닛(교보라플)의 경우 공황장애·우울증 같은 질환에 걸렸을 때 소액의 진단금을 내어주는 ‘번아웃 보험’, 온열질환·식중독 등 야외활동에서 생길 수 있는 질병을 보장해주는 ‘아웃도어 보험’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시력장애·거북목처럼, 오랜 기간 같은 자세로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다가 생기는 질병을 보장하는 ‘독서 실속보험’도 있습니다. 이 상품은 30대 후반 남성 기준 보험료가 월 479원(잠정)에 불과합니다. 1년에 6000원도 안 되는 가격입니다.
심지어 삼성화재는 수도권 지하철이 30분 이상 지연되면 택시·버스 등 대체 교통비를 월 1회 최대 3만원까지 보장하는 ‘지하철 지연 보험’도 판매 중입니다. 보험료 1400원으로 한번 가입하면 1년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미니 보험’이다보니 보험금이 크진 않습니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최대 50만원 안팎입니다. 소비자로서는 금액이 크진 않지만 아주 작은 돈을 내고 ‘사건’이 발생하면 소소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셈이죠.
저렴해도 ‘너무 저렴’…수익성은 한계
그러면 보험사는 이런 상품을 왜 만들까요. 보험료 규모가 작아 수익성 확보에 한계가 있는데 말이죠.
일단 디지털 보험사라는 틀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페이손보나 교보라플 같은 디지털보험사들은 보험업법에 따라 전체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비대면 채널로 모집해야 합니다. 모바일 비대면으로 월 10만원씩 매달 내야하는 보험 상품에 가입하라고 광고하긴 쉽지 않겠죠. 그렇다보니 미니보험 위주의 상품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험업계에선 당장은 수익성이 낮아도 일단 사람들을 끌어모아 장기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취지라고 이야기합니다. 일종의 ‘미끼 상품’이기도 합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미니보험은 그 자체로 수익성이 있다기보다는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는 등 무형의 자산을 쌓는 차원”이라며 “큰 매출을 일으키는 장기보험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디지털 보험사들은 수익성과 적자 누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손보와 교보라플 지난해 합산 당기순손실은 약 725억원에 이릅니다. 보험 가입자 증대로 매출(외형)은 늘고 있지만,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때 디지털손보사로 분류됐던 신한EZ손보·하나손보는 ‘디지털’ 간판을 내리고 대면 중심의 전통 영업모델로 방향을 틀었고, 캐롯손해보험은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한화손해보험에 흡수되기도 했죠.
결국 보험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장기보험’ 같은 전통적인 상품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장기보험은 보험료 납입기간이 3년 이상이며 상해·질병 등 신체나 생명의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을 말합니다. 운전자 보험,
디지털 보험사들도 장기보험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카카오페이손보의 장기보험 원수보험료는 2024년 3억7700만원에서 2025년 43억7500만원으로 약 열 배 넘게 늘었습니다.운전자보험, 영유아보험, 건강보험 등으로도 상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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