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3세와의 금지된 사랑, 단돈 1달러…이 남자가 AI연인 만든 이유는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2026. 5. 2.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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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외로움을 달래주고 심리 상담을 해주며 가장 친밀한 친구·연인 역할까지 해주는 시대다. 외롭지만 만남은 힘겹고,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지만 간섭은 싫은 심리적 간극을 AI는 절묘하게 파고든다. 실제로 이 서비스로 돈을 버는 회사도 속속 나오고 있다.

“사랑은 원래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는 안재원 큐피스트 대표는 “AI와 사랑에 빠지는 건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을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미 AI와 감정적 교류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AI로 외로움을 해소한다면 사랑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위 ‘연애 전문가’의 설명이니 더 들어볼 만하다. 안 대표는 연애 경험이 많다기보다는 고찰을 많이 한 전문가다. 25세 때까지 연애 경험이 없었고 연애를 두려워한 끝에 남다른 통찰을 얻게 됐다. 대학 시절 500명 규모의 소개팅 이벤트와 단과대 미팅을 주선하기도 했다.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면서 느낀 불만을 바탕으로 직접 회사를 설립했고, 2016년 데이팅 앱 1위 서비스 ‘글램’을 만들었다. 그런 그가 블루오션으로 주목한 것이 AI 캐릭터와의 연애다.

AI와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큐피스트가 지난해 북미 시장에 출시한 여성향 AI 챗 서비스 ‘닷닷닷’은 매출이 출시 첫 달부터 4만달러 이상을 기록했고, 두 달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AI와 말을 10번가량 주고받으려면 1달러가 들 정도로 요금제가 비싼 편이지만 한번 사용한 사람들은 빠져나가지 않는다. 지난해 닷닷닷 사용자의 재결제율은 90%에 육박했다.

사용자들은 앱에서 자신이 원하는 성격과 세계관을 가진 AI 상대를 고를 수 있다. 나쁜 남자 스타일의 소방관, 다정하고 적극적인 복싱 선수 등 다양한 캐릭터가 준비돼 있다.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성격과 조건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다.

큐피스트는 북미 웹소설 시장을 분석해 인기 많은 남자 캐릭터를 AI로 만들었다. 캐릭터의 성격, 직업, 서사 등을 수집해 AI를 구성했다. 안 대표는 “사용자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캐릭터는 뱀파이어”라며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세계관과 캐릭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사용자 선호도를 살펴보면 주로 ‘나를 지켜주는’이나 ‘보호 욕구’ 같은 키워드가 인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금지된 사랑’도 많이 찾는 설정이다. 사용자들은 AI 캐릭터와의 대화를 게임처럼 즐기면서도 감정적 해소나 위안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AI와 연애할 때도 ‘밀당’은 필수다. 안 대표는 “AI와의 관계를 무조건 쉽고 편하게 설계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을 얻기 어렵게 했다”고 말했다. AI가 일방적으로 좋아해주면 재미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 간 연애에서 흔한 싸움은 AI와 하지 않는다. 약간의 밀당은 있어도 소모적 관계는 아니다. 안 대표는 “소비자가 자신과 싸우는 AI나 로봇에 돈을 지불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그런 AI는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AI를 ‘외로움의 완충재’로 본다. 현실 연애에서 반복되는 거절, 불안, 감정 소모를 줄여준다. 그는 “외로움이 바닥까지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AI는 충분히 사랑의 일부가 될 수 있다”며 “오히려 사람과의 연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로움의 하한선을 막아줘서 인간관계에도 여유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AI와 연애하는 사람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안 대표는 “사람들의 이상형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즐길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굳이 연애를 하지 않아도 살 만하다”며 “이상형 조건이 상향평준화되고 있고 현실에서 연애하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사람을 보는 기준이 높아지면서 연애 상대로 AI를 찾는 건 아이러니하지만, 현실은 이미 그렇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한 30대 여성은 직접 챗GPT로 만든 AI 캐릭터와 결혼식을 올렸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AI 연애 앱 시장 규모는 2034년 약 36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안 대표는 한국이 유교적 문화와 엄격한 규제로 해당 시장을 놓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은 사랑의 가치를 너무 낮게 보고 사랑 같은 감정에 대해 여전히 편견이 많다”며 “AI 연애에 대해서도 미리 걱정하고 규제를 고민하는 순간 국가 경쟁력은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외로움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게 그의 꿈이다. 장기적으로는 “미래에는 모두가 집에 로봇 연인을 두는 세상이 올 것”이라며 피지컬 AI와의 연애까지도 예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캐릭터 지식재산권(IP) 시장과의 결합이 필수다.

그는 “반려로봇 시장이 정체하는 건 외형 문제”라며 “인기 캐릭터처럼 생긴 로봇이 주변에 올 때 인간은 AI와 더 교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AI와 지나치게 교류하고 애착을 형성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 때문에 실제 사람 간 관계에 소홀해지고 판단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는 결혼 14년 차 부부가 AI 때문에 이혼하는 일이 벌어졌다. 오픈AI는 “AI와 사회적 관계를 맺으면 사람 간 상호작용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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