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해상병원 사망사고’ 손배 판결에도 ‘과실치사’ 불송치

고경태 기자 2026. 5. 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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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정신병원 격리실 환자가 침대와 벽 사이에 끼인 채 방치됐다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민사 법원이 병원 과실을 인정한 가운데, 경찰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간호조무사 1명만 입건한 뒤 결국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유족이 공개한 경찰의 수사결과통지서를 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해상병원을 운영하는 재단법인 한국산업보건환경연구소의 최영호 대표와 간호조무사 정아무개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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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과 사망의 인과관계 인정할 증거 부족”
간호조무사 불송치하며 의사는 언급도 안해
2024년 4월19일 아침 서울 영등포구 해상병원 격리실에서 침대 머리맡과 벽 사이에 하반신이 끼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피해자 박아무개(58)씨. 박씨는 전날 입원해 이 병원 격리실에서 4시간 동안 이렇게 방치된 채 숨졌다. 폐회로 텔레비전(CCTV) 갈무리

2년 전 정신병원 격리실 환자가 침대와 벽 사이에 끼인 채 방치됐다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민사 법원이 병원 과실을 인정한 가운데, 경찰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간호조무사 1명만 입건한 뒤 결국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유족이 공개한 경찰의 수사결과통지서를 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해상병원을 운영하는 재단법인 한국산업보건환경연구소의 최영호 대표와 간호조무사 정아무개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정씨만을 대상자로 검토한 뒤 “형사상 요구되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송치했다.

앞서 2024년 4월18일 자해를 해 다른 병원 응급실에서 봉합 처치를 받고 서울 영등포구 해상병원에 오후 9시45분께 응급입원한 박아무개(58)씨는 이튿날 아침 격리실 침대 머리맡과 벽 사이에 하반신이 끼인 채 발견돼 6시19분께 현장에서 사망판정을 받았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제922민사단독 송승용 부장판사는 박씨의 아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병원 의료진의 경과 관찰상의 과실로 인해 사망했다”며 병원이 유족에게 1억28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병원 쪽의 ‘과실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로에 있는 해상병원.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이다. 2011년 엔젤병원으로 개원해 2016년 4월 27살 남성이 35시간 격리·강박 당한 끝에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뒤 해상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고경태 기자

하지만 경찰은 대한의사협회 등의 감정 결과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불송치의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경찰은 수사결과통지서에서 “의료감정 결과에서 피의자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이 있다”며 “사망 진단서 및 부검 결과에서도 ‘사인 불명’ 소견이며, 부검 참고사항에서는 피해자의 만성알코올중독의 사망 기전이 사망에 관여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의견 등이 있다”고 밝혔다. 감정 의견를 낸 기관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의사들의 이익단체인 대한의사협회다.

이런 결론을 두고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 대표)는 “형사책임이 더 엄격한 증명 원리가 작동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면서도 “의료감정의 일부 의견과 부검결과는 민사판결에서 인정된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근거로 부족해 보인다”고 짚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도 “수사 과정에서 의료단체 의견에 의존하는 구조는 판단의 균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판단이 골든타임 방치와 같은 중대한 문제를 면책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의사와 병원장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유족들은 2024년 9월 고소장 제출 당시 ‘성명 불상의 당직의와 보호사’도 고소 대상에 포함했으나, 수사결과통지서에는 빠졌다. 간호사나 보호사 등은 의사의 지시를 따르게 돼 있는데 사건 당일 당직의와 이에 대한 감독권한을 지닌 병원장의 책임은 살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상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한 적 있는 ㄱ씨는 한겨레에 “심야에 응급 입원된 환자를 격리실에 넣은 뒤엔 의사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게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게 돼 있다. 당직의의 책임도 당연히 물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격리·강박지침에 따르면 격리시 최소 1시간마다 관찰 및 평가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해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피고소인을) 모두 입건해 조사했으나 범죄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유족을 대리하는 법무법인(유한) 대륜의 한민영 변호사는 “이의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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