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물에 그 밥 아니라고?! 용문산 달인들에게 배운 나물 제대로 먹는 법

장회정 기자 2026. 5. 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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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은 땅과 물의 기운, 햇빛과 바람을 머금고 있어요. 우리 대신 햇빛을 받고 고난의 추운 겨울을 견뎌내어 영양분을 만들었어요. 이 나물을 먹는다는 것은 곧 우주의 생명을 먹는 거예요.”

지난 4월25일 선재 스님은 양평 용문산 산나물축제(산나물축제) ‘내 몸을 살리는 산나물 음식 비법 공유회’에서 바로 지금 산나물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산나물을 사랑하는 이들이 지난 계절부터 손꼽아 기다렸던 산나물축제가 4월24일부터 3일간 용문산 일대에서 열렸다. 저렴한 가격에 ‘나물 사치’를 부리기 좋은 산지에서 ‘나물 달인’들에게 산나물을 제대로 즐기는 노하우를 들었다.


양평 사람들의 ‘산나물 부심’은 대단하다. 산나물축제에서 ‘양평서원 산나물학부’ 프로그램을 진행한 숲해설가 신동명씨는 “같은 전호나물도 양평 강가에서 뜯으면 쓴데, 용문산 계곡에서 난 것은 쓰지 않다”고 자랑했다. 5월까지 정상에 눈이 내릴 정도로 높은 산세가 빚은 무수한 계곡의 토질이 좋을 뿐만 아니라 극심한 일교차가 질 좋은 나물이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왕사남’ 덕에 핫한 나물 된 어수리
가성비 원하면 ‘잡어회’ 같은 막나물 공략
서울 호텔서 먹는다는 병풍취도 추천

일단 나물의 기초는 그냥 먹을 수 있는 것과 삶아 먹어야 하는 것, 그리고 말려 먹으면 더 영양가가 좋은 것을 아는 것이다. 생으로 먹기 좋은 대표적인 나물은 곰취다. 겨울잠에서 깬 곰이 제일 먼저 뜯어 먹었다고 전해지는 나물로 잎 가장자리가 톱니처럼 생겼다. 신씨는 “생김새가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데, 줄기를 만졌을 때 모서리 같은 각이 느껴지면 곰취, 줄기가 동글동글 매끈하면 곤달비”라고 알려줬다.


16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단종이 맛있게 먹은 어수리는 가장 ‘핫’한 나물이 됐다. 정순왕후의 분 냄새와 같다고 해서 단종이 더 좋아했다는 어수리에서는 화한 숲 향이 난다. 영월에서는 영화에 등장한 나물밥이 인기다. 데쳐서 나물로 먹어도 좋지만, 생으로 먹으면 식감이 경쾌하다.

산나물엔 소금보다 장이 궁합 더 잘 맞아
향이 강한 나물엔 들기름 넣고 약하면 참기름을


명이나물로 잘 알려진 산마늘은 마치 생마늘을 씹는 듯 알싸한 맛이 일품이다. 장아찌도 좋지만 생으로 고기에 곁들이면 한도 없이 먹을 수 있다. 아삭한 식감의 두메부추는 부추와 닮았지만 매운맛이 덜하고 향이 좋아 샐러드에 넣어도 위화감이 없다. 쌈밥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당귀는 보혈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신씨는 대패삼겹살을 먹을 때 같이 구워서 먹는다고 전했다.

두릅이나 오가피순처럼 어린순을 먹는 나물은 대체로 데쳐 먹는다. 통통한 참두릅은 산나물의 제왕으로 불리는 봄나물이다. 땅두릅으로 불리는 독활은 진정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두릅으로 친숙한 엄나무순은 특유의 청량한 맛으로 입맛을 돋운다. 다래순, 옻순도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장아찌, 전, 튀김으로 즐긴다.

“두릅이나 오가피순은 인삼과 같은 집안이에요. 사포닌 성분이 많지요. 밥을 지을 때 이런 나물을 삶은 물을 조금만 넣으면 나물 향과 함께 그 영양을 섭취할 수 있어요.”

나물전마다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눈개승마는 인삼·두릅·고기 맛이 난다고 해서 삼나물로도 불린다. “가격 대비 좋은 나물”로 추천받은 눈개승마는 갱년기 증상 완화제로도 쓰인다. 데쳐 먹거나 장아찌 재료로도 좋다. 고기가 부럽지 않은 식감으로 채식 육개장 재료로도 사랑받는다. 가죽나물도 데쳐서 먹으면 씹는 맛이 좋다. 선재 스님은 “단백질이 풍부해 국물을 낼 때 쓴다”며 “따뜻한 성질이 있어 몸이 냉할 때 먹으면 좋다”고 말했다. 참취를 비롯한 일부 취나물은 생으로 먹기보다 데쳐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씨는 수산(옥살산) 성분 때문에 생으로 섭취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데쳐서 바로 먹는 것보다 햇빛에 말려서 ‘묵나물’로 먹으면 영양 효율이 높아지는 나물도 있다. 부지깽이나물로 알려진 섬쑥부쟁이가 대표적이다. 영월·정선에서 많이 나는 곤드레나물도 봄철에 삶아 말려두었다가 물에 불려 밥에 넣거나 볶아 먹는다. 한국의 키위라 할 수 있는 다래의 순은 소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씨는 “맛이 밍밍한 편이라 묵나물로 먹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가성비를 노린다면 ‘막나물’을 공략하라는 조언이다. 마치 횟집의 ‘잡어회’처럼 여러 가지 나물이 섞여 있어 맛은 다양하지만 가격은 저렴하다. 다만 산나물 채취에 나서는 어르신들이 줄어서 갈수록 귀해지고 있다고 한다. 산도라지를 취급하는 자칭 ‘나물 감별사’ 상인은 “(산나물축제에서는) 마트나 백화점에는 없는 것을 사라”며 두릅을 살 때는 반드시 “산두릅(야생두릅)인지 물어보고 사라”고 강조했다. 용문산에서 난 것 중 꼭 사야 할 나물로는 “서울 J호텔 한식집에서나 먹을 수 있는 거”라며 병풍취를 추천했다. 병풍취는 선캡으로 써도 될 만큼 이파리가 널찍했다. 판매 상인은 “장아찌도 좋지만, 쌈으로 먹어도 되고 긴 줄기는 껍질을 벗긴 뒤 초고추장이나 된장에 찍어 먹고, 심지어 마요네즈와도 어울린다”고 말했다.

▶요리법 기초 뗐다면 실전으로

산나물만두


나물 요리법의 기본을 익혔으면 이제 실전 편이다. 현지인들이 산나물 요리를 팔고 있는 먹거리 장터를 둘러봤다. 용문사 신도회에서 운영하는 부스에서는 산나물 만두를 빚는 손길이 바빴다. 만두소에는 데친 취나물과 곤드레나물을 다져 넣었다. 불자들이 만들지만 일반 고객을 위해 고기를 “양념처럼” 넣었다. 두부가 그 공백을 잘 채워 담백하고 푸근한 맛이 난다. 산나물전에는 10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당근, 버섯, 부추, 쪽파, 양파에 돌미나리, 참나물, 취나물, 전호나물이 포인트다.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양평 새마을회 부스의 인기 메뉴는 참나물을 넣은 산나물 김밥과 산나물 튀김이다. 신선한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두릅이 별미다. 산나물 떡갈비, 산나물 잔치국수, 산나물 해장국, 산나물 치아바타로도 응용력을 발휘했다.

나물전 주인들에게 “어떻게 먹으면 맛있느냐” 물어보면 하나같이 친절하게 일러준다. 다수가 “산나물은 양념 많이 할 필요 없이 집간장(국간장)과 들기름으로만 무쳐도 맛있다”고 답했다. 산나물은 소금보다는 발효를 거친 장과 궁합이 잘 맞는다. 취나물 상인은 “삶아서 된장과 참치액젓으로 간한다”며 “향이 강한 나물은 들기름, 향이 약한 나물은 참기름” 공식을 알려줬다. 어수리를 파는 휴앤숲 영농조합법인 부스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레시피를 배웠다. 판매자는 “데친 산나물은 송송 썰어 양념한 뒤 주먹밥을 만드는 게 가장 쉽다”며 “위에 치즈를 얹거나, 안에 약고추장이나 장아찌를 넣어주면 잘 먹는다”고 전했다. 두릅은 장아찌로 만들어뒀다가 김밥 재료로 활용한다.

봄나물을 좀 더 오래 즐기고 싶다면 데친 뒤 “물이 자작하게 남은 상태”로 냉동해두면 된다. 해동해 물을 꼭 짠 뒤 무쳐 먹거나, 나물밥을 만든다. 장아찌를 만들어두면 반찬 걱정도 덜 수 있다.

엊저녁, 살짝 데친 어수리를 국간장과 들기름에 무친 뒤 뜸 들이는 밥 위에 올려 솥밥을 지었다. 두메부추로 만든 양념간장을 넣고 비빈 밥에 오가피순 장아찌를 얹어 크게 한술을 떴다. 아직 봄인데도, 벌써 내년 봄이 기다려졌다.

글·사진 장회정 선임기자 long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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