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려도 멈추지 않는다" 줄기세포의 끈질긴 생존 본능, 그 비밀은 '대체 경로'

조정민 기자 2026. 5.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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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체는 위기가 닥치면 본능에 따라 활동을 줄인다.

세포 역시 마찬가지로, 영양 공급이 고갈되거나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 처하면 에너지를 아끼려고 단백질 생산을 멈추고 성장을 중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인간 배아줄기세포는 이 순간 즉시 CBC(단백질 복합체)와 eIF2A라는 인자를 결합해 새로운 대체 경로를 연다.

대체 경로를 통해 집중적으로 생산되는 것은 세포 증식의 전령인 'YAP' 단백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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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연구진, 단백질 합성 ‘백업 시스템’ 규명으로 재생의학·항암 연구 전기 마련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대체 번역개시인자 eIF2A의 발현 양상 사진=연구재단 제공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모든 생명체는 위기가 닥치면 본능에 따라 활동을 줄인다. 세포 역시 마찬가지로, 영양 공급이 고갈되거나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 처하면 에너지를 아끼려고 단백질 생산을 멈추고 성장을 중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인체의 근간인 줄기세포는 악조건 속에서도 끊임없이 분열하며 조직을 재건한다.

국내 연구진이 줄기세포만의 특별한 비밀을 풀어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포항공대 장지원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 김윤기 교수 공동 연구팀이 줄기세포가 스트레스 환경에서도 멈추지 않고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게 만드는 핵심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기존 생물학계가 주목해온 일반적인 단백질 생산 경로가 차단될 때 가동되는 일종의 '비상 발전기'를 찾아낸 셈이다.

연구의 핵심은 'CBC-eIF2A'라 불리는 대체 경로에 있었다.

보통의 세포는 'eIF4E'라는 인자를 중심으로 단백질을 만드는데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이 경로가 가장 먼저 봉쇄된다.

그러나 인간 배아줄기세포는 이 순간 즉시 CBC(단백질 복합체)와 eIF2A라는 인자를 결합해 새로운 대체 경로를 연다.

대체 경로를 통해 집중적으로 생산되는 것은 세포 증식의 전령인 'YAP' 단백질이다. 연구팀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eIF2A가 YAP 단백질의 합성을 유지함으로써 줄기세포가 휴지기 없이 분열을 지속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위기 상황에서 평상시 움직이던 공장이 멈추자 마자, 줄기세포가 즉각 비상 발전기를 돌려 핵심 부품인 YAP을 계속 찍어내도록 설계되고 있다는 점을 규명한 것이다.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 저항성 단백질 번역 메커니즘 통합 스트레스 반응에 의해 eIF4E에 결합된 mRNA의 번역이 억제된 상황에서, CBC(CBP20/80)에 결합된 mRNA는 대체 번역 개시 인자인 eIF2A를 이용해 YAP 단백질의 번역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줄기세포는 스트레스 환경에서도 지속적인 분열과 증식을 유지할 수 있다. 사진=연구재단 제공

이번 발견은 재생의학 측면에서는 혁신적인 진전이다. 줄기세포를 환자의 환부에 이식했을 때 초기 이식 환경은 대개 산소가 부족하고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스트레스 덩어리다.

이 시기를 줄기세포가 어떻게 버티고 증식하는지 규명함으로써 향후 이식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배양 기술 개발의 토대가 마련됐다.

연구는 암세포 치료에도 전환점을 제시할 수 있다. 암세포의 비상 발전기를 억제하고 무한 증식의 대체 경로로 인위적으로 차단한다면 기존 항암제가 사멸하지 못한 끈질긴 암세포를 무력화할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다.

장지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상황에 따라 단백질 생산 방식을 전환한다는 세포의 유연한 전략을 규명한 것"이라며 "이를 조절하는 기술이 재생의학은 물론 차세대 항암 전략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nces)' 지난달 30일자에 게재됐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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