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미 더 머니” 치트키 변천사 [겜스파일]
'겜스파일'은 게임 속 역사와 사건, 업계의 굵직한 이슈부터 이용자가 만들어낸 흥미로운 밈까지 아카이브로 짚어보고자 합니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온라인 게임 문화를 기록으로 남겨 훗날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일종의 '게임 문화 데이터베이스'를 지향합니다. [편집자주]
치트키는 게임에서 정상적인 진행으로 얻어야 하는 자원, 체력, 시야, 무기 같은 조건을 특정 입력으로 바꾸는 명령어를 뜻한다. 영어권에서는 보통 '치트 코드(Cheat code)'라고 부른다. '치트(cheat)'라는 말에는 부정행위라는 뜻이 있지만 싱글플레이 게임에서는 개발자가 넣어둔 명령어를 이용해 게임 조건을 바꾸는 방식으로 사용되어 왔다. 어차피 혼자 노는 게임인 만큼 무적이 되건 모든 지도를 다 밝히건 설정된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 않아서다.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치트키를 꼽으라면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일 것이다. 많은 이가 이 문장을 곧이곧대로 '내게 돈을 보여줘'라고 받아들이기보다 실시간 전략게임(RTS) 스타크래프트의 자원 치트키를 먼저 떠올린다.
스타크래프트는 1990년대 말 전국적으로 PC방이 확산하던 시기, PC방의 핵심 게임이었다. PC방에서 친구와 실력을 겨뤘다면 집에서는 스토리 미션을 공략하거나 컴퓨터와 1대 7 대전을 벌이는 등 다양한 플레이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치트키도 같이 유명해졌다.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치트키를 먼저 활용한 게임사는 '코나미'다. 전 세계에 '코나미 커맨드'라는 용어를 알렸다.
코나미 커맨드는 1986년 4월 25일 출시된 패미컴용 게임 '그라디우스'에 처음 탑재됐다. 코나미는 코나미 커맨드의 패턴도 동일하게 유지했다. '위 위 아래 아래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B A(↑↑↓↓←→←→BA)'다. 코나미 커맨드는 만능 치트키였다.
콘솔 게임에서는 버튼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치트키를 입력했다면 PC 게임에서는 키보드로 입력하는 치트키가 퍼졌다. 1993년 출시된 클래식 '둠' 시리즈의 iddqd는 플레이어를 무적 상태로 만든다. 스타크래프트의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 '파워 오버휠밍(power overwhelming)', '블랙 쉽 월(black sheep wall)' 등은 관용구 형태다.

치트키는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 PC 게임에서는 개발자 모드나 설정 메뉴에서 콘솔 명령어를 켜고 돈, 아이템, 체력 같은 값을 바꾸는 방식이 쓰인다. 크래프톤의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도 치트 메뉴와 명령어를 제공한다.
이용자는 치트 기능을 켠 뒤 재화를 늘리거나 캐릭터 상태를 바꾸는 명령어를 입력할 수 있다. 해외 PC 게임도 비슷하다. '킹덤컴: 딜리버런스 2'는 실행 설정에 개발자 모드인 '-devmode'를 추가한 뒤 콘솔창을 열어 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이 공유됐다.
치트키가 없는 게임에서는 '트레이너'로 불리는 외부 앱이 비슷한 역할을 한다. 트레이너는 이용자가 버튼을 눌러 체력, 돈, 탄약, 경험치 같은 값을 바꾸는 프로그램이다. 위모드(WEMOD) 같은 앱은 Fling, MrAntiFun 등 트레이너 제작자와 협력해 다양한 게임의 트레이너를 제공한다. 치트해픈스(Cheat Happens)의 아우로라(Aurora) 같은 앱도 있다.
한편 치트키는 온라인 멀티플레이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게임시장에서는 전면에 나오기 어려웠다. 싱글플레이 치트키는 자기 게임 안에서만 작동한다. 반면 온라인 게임에서 치트 프로그램은 다른 이용자의 승패와 플레이 경험을 바꾼다.
멀티플레이 게임은 공정한 경쟁이 핵심이기 때문에 치트 프로그램을 원천 차단한다. 이를 뚫고 쓰면 소위 '핵'으로 불리는 불법 프로그램이 되고 제재 대상이 된다. 치트키는 어디까지나 혼자 즐기는 게임에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라서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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