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의 메디컬나우] ‘김국일’ 복지부 실장의 관운과 생명력
상사 의중 파악 후 직원에 전달···靑수석보좌관·장관비서관
관운 엎치락뒤치락, 결국 승진···양성일·이기일 이을지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국어 선생님이 되려고 국문과에 입학했던 청년이 보건복지부 5인자 자리에 올랐다. 상사 의중 파악에 일가견이 있고 후배들에게 인기가 있던 김국일 복지부 실장은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으며 관운의 부침이 심했다. 공교롭게 이름에 '일'자가 들어간 복지부 인사과장 선배 양성일 전 제1차관과 이기일 전 제1차관에 이어 그가 향후 차관으로 발탁될지 주목된다.

복지부의 행정고시 43회 중 최고령(1968년생)인 김국일 실장 분석 포인트는 상사 모시기와 후배 직원들과 관계, 그리고 관운으로 요약된다.
우선 김 실장 경력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돼 당시 노연홍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비서관의 보좌관을 역임한 것과 박근혜 정부 시절 문형표 장관비서관으로 활동한 부분이다. 두 번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복지부 장관을 보좌한 그의 경력은 우연이 아니고 후술하겠지만 관운과 직간접 연결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복지부 퇴직자에 따르면 과묵한 성격의 김 실장은 윗사람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후배들에게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부분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같은 그의 장점은 2022년 5월 복지부에 제1차관으로 부임한 후 같은 해 10월 장관에 취임했던 조규홍 전 장관과 근무하는 과정에서 힘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복지부에 인맥이 적었던 조 전 장관과 역시 국무조정실에서 전입한 김 실장은 타 부처 출신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2021년 10월 복지부 인사과장에 임명됐던 김 실장은 2022년 10월 물러났다. 인사과장은 기본적으로 장차관과 대면할 기회가 많은 직책이다.
상사 모시기와 연결되는 후배 통솔도 돋보인다. 상사 의중을 파악해 직원들에게 정확히 전달하니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돼 같이 일하려는 직원들이 적지 않았다. 그는 과장 시절부터 후배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운은 고위직으로 승진한 이후부터 본격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인사과장에 이어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연구기획조정부장으로 옮겼던 그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육 파견을 마치고 복지부에 복귀했다. 필수의료지원관에 이어 보건의료정책관으로 활동했던 그는 2024년 하반기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차기 복지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면서 거취가 주목되는 인물로 꼽혔다. 노연홍 회장이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으로 활동할 때 그를 보좌한 경력 때문이었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바로 보건의료정책실장에 승진한 사례는 몇 번 있었다.
하지만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이 이듬해 4월 탄핵으로 이어지는 사태 속에서 그의 운신 폭은 다소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정권이 교체되며 정은경 복지부 장관 부임 후 청와대에 추천된 실장 승진자 후보군에 그의 이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복지부 퇴직자는 "아무리 현 정부가 실용주의를 내세웠어도 직전 정부에서 핵심인 보건의료정책관으로 활동했던 김 실장의 정권 출범 직후 승진은 쉽지 않았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 거취와 연결된 부분도 눈길을 끌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유력한 복지부 장관 후보는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었다. 한 보수언론이 정 전 청장 배우자 문제를 보도하면서 위기를 맞았던 그는 복지부 장관, 제2차관 발표 전날 다시 역전, 장관 후보자로 확정됐다는 것이 복수의 정치권 소식통 전언이다. 이에 복지부 장차관 3명을 모두 여성으로 임명할 수 없이 제2차관 유력후보였던 정경실 단장이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의 관운은 올 들어 다시 역전했다. 적합한 인구정책비서관을 찾지 못해 면접까지 봤던 청와대가 임호근 복지부 기조실장을 전격 발탁한 것이다. 이같은 발탁은 본인인 임 비서관은 물론 당시 김 기획관에도 직접 영향이 전달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정책기획관으로 활동했던 임 비서관이 기조실장으로 3달 근무한 것은 청와대 파견 근무를 마치고 복지부에 복귀할 때 제1차관 승진 가능성을 높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실장 승진자 후보군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던 김 실장 역시 이번에 기조실장 후보로 추천되며 불운에서 벗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 인사과장 경력도 그의 승진 분석에서 중요 사안이다. 인사과장으로 1년 활동했지만 적지 않은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복지부 퇴직자는 "행시 동기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김 실장이 인사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진중하고 겸손했다"며 "직원들 고충처리를 많이 들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인사과장 특성으로 인해 마음고생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적 부분을 빼면 사적으로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복지부 행시 출신 중 흔치 않은 국문과 출신인데 당초 국어 선생님이 되기 위해 선택했다고 한다.
역대 복지부 인사과장 중 비교적 재임기간이 길고 영향력도 강했던 인물로는 양성일 전 차관과 이기일 전 차관이 꼽힌다. 이름에 '일'자가 들어간 인사과장 선배들처럼 향후 차관으로 승진할 수 있을 지 여부는 그가 기조실장 직책에서 어떤 업무능력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 관가 소식통은 "정권이 교체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직업관료가 평상심을 유지하고 업무에 올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묵묵히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면 기회는 온다는 사실을 김 실장이 증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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