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중요판례분석] (8) 형법 각칙

이건주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안성훈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2026. 5. 2. 05: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카드사 앱을 이용한 자동심사 방식 비대면 대출신청의 사기죄 성부

1. 자동심사 방식의 비대면 대출에서 사기죄의 기망행위 성립 여부

대법원 2025. 3. 27. 선고 2024도18441 판결

가. 사실관계
피고인은 정상적으로 대출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자신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피해자 카드회사의 앱을 통해 자동심사 방식의 비대면 대출을 신청해 피해자 회사들을 기망해 차용금 명목으로 대출금을 송금 받아 사기죄로 공소제기됐다.

나. 사건 경과
1심은 피고인에게 거액의 채무가 있고 같은 날 다수의 카드사로부터 동시에 대출받은 점 등에 비춰 편취의 범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도 피고인이 채무초과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출을 신청한 점, 피고인이 변제 불능 상태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용인한 채 대출을 신청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편취의 범의로 대출을 신청했음을 인정해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다. 대법원 판결 요지
대법원은 형법 제347조 사기죄의 성립요건인 기망행위는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피고인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를 수반하지 않아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즉 피고인이 휴대전화에 설치된 피해자 회사들의 앱을 통해 자금용도와 보유자산 등을 입력하자 대출이 전산상 자동 처리돼 계좌로 송금됐고, 이 과정에서 직원이 대출신청 확인이나 송금 등에 개입했다고 볼 사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피고인이 직원 등 사람을 기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라. 평석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는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기계는 기망행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자동심사 방식의 비대면 금융거래에서 기망행위 및 그 대상에 관한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만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라, 종래 사람이 처리·승인하던 다수의 금융거래 절차가 점차 기계화·자동화 시스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런 경향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융거래 절차에 '사람'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사기죄의 기망행위를 부정하는 것이 디지털 금융거래 구조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신용거래 질서에 대한 형사법적 보호에 공백을 초래할 우려는 없는지에 대해서도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2. 무고죄에서 '신고된 사실' 자체가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의 원인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5도1084 판결

가. 사실관계
피고인은 경찰인재개발원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체력단련장 프런트에서 함께 근무하던 피무고자와 말다툼을 하던 중 화가 나 피무고자를 폭행했다. 이로 인해 피무고자의 손에 상처를 입힌 피고인은 무기계약직 근로자 징계위원회로부터 견책 처분을 통지받았고,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이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피고인은 피무고자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피고인이 피무고자의 왼손에 상처를 입히는 등 물리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음에도 피무고자가 허위 자료를 첨부해 경찰인재개발원에 신고함으로써 피고인을 무고했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신고해 무고죄로 공소제기됐다.

나. 사건 경과
1심은 피고인을 무고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문제된 피무고자의 행위가 무고죄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피고인과 피무고자 모두 계약직 근로자로서 경찰인재개발원과의 관계는 사법상 법률관계에 해당하고, 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인사권 행사로서의 징계처분 역시 사법적 법률행위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징계처분은 형법 제156조의 '징계처분'에 해당하지 않아 피무고자의 행위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피무고자가 무고했다'고 허위 사실을 신고한 피고인의 행위 역시 신고된 사실 자체가 형사범죄를 구성하지 않아 무고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심은 이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고, 항소심도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게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 대법원 판결 요지
대법원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행위가 무고죄를 구성하기 위해는 '신고된 사실' 자체가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허위의 사실을 신고했다 하더라도 그 사실 자체가 형사범죄 또는 징계사유로 구성되지 아니한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징계처분'이란 공법상의 감독관계에서 질서유지를 위해 과하는 신분적 제재를 말한다. 따라서 가령 허위의 사실을 신고했다고 하더라도 신고된 사실이 사법적 법률행위의 성격을 가진 징계처분의 원인에 불과하다면, 그 사실 자체는 무고죄의 성립에 있어서 징계사유로 구성되지 아니하므로 무고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라. 평석
무고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허위 사실을 신고한 행위만으로는 부족하고, '신고된 사실' 자체가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의 원인이 돼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징계처분과 관련한 무고죄의 구성요건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무고죄에서의 '징계처분'은 사법관계에서 발생하는 사적인 제재가 아니라, 공법상 감독관계에서 질서유지를 위해 과하는 신분적 제재에 해당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회사 고충처리절차를 통한 내부 신고 사례가 늘고 있다. 이때 회사 내부의 징계처분이 공법상 감독관계에 따른 신분적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신고 내용이 허위라 하더라도 신고자에게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3.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의 범위

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2도1665 판결

가. 사실관계
재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인 피고인은 재개발 사업 절차와 관련해 의견이 상충해 대립하고 있던 도시환경정비사업 지주협의회 회장인 피해자가 지주협의회의 입장을 게재한 현수막을 떼어내어 위력으로 피해자의 지주협의회 입장 홍보 업무를 방해했다고 봐 업무방해죄 등으로 공소제기됐다.

나. 사건 경과
1심은, 적법하게 승인받은 정비사업조합 추진위원회가 있음에도 피해자가 임의로 지주협의회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별도로 재개발사업구역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피해자의 정비사업에 관한 업무는 위법성이 중하고 반사회성을 띠는 경우에 해당해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고 볼 수 없다고 봐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피해자가 지주협의회를 운영하면서 행한 현수막 게시를 통한 홍보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이 위력으로써 피해자의 지주협의회 입장 홍보 업무를 방해했다고 봐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다. 대법원 판결 요지
대법원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란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해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한다. 직업이나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단순한 의사표현의 일환으로서 일회적 또는 일시적으로 현수막 등을 설치해 어떠한 사실이나 의견 등을 알리는 것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인 '업무'라고 할 수 없다. 현수막 등을 설치해 어떠한 사실이나 의견 등을 알리는 것이 일회적 또는 일시적인 사무라 하더라도 그것이 계속성을 갖는 본래의 업무수행의 일환으로서 또는 본래의 업무수행과 밀접불가분의 관계에서 행해지는 것이라면 업무방해죄에 의해 보호되는 '업무'에 해당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업무에 해당하는지는 본래의 업무의 종류와 성격, 현수막 등의 설치 시기와 장소, 경위와 목적, 현수막 등에 기재된 내용과 방해된 업무 사이의 관련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설시하면서, 피해자가 현수막을 설치해 지주협의회의 입장을 지주들에게 알리는 것이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지주협의회 입장 홍보 업무가 방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라. 평석
이 대법원 판결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해당 업무가 '일회적' 또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성을 갖는 본래의 업무수행의 일환 내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그 범위를 엄격하게 판단한 것이다.

최근 집회·시위나 선거·정치활동, 재건축·재개발 현장 등에서 현수막 설치·철거를 둘러싼 분쟁이 빈번해지면서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때 문제되는 행위가 일시적 행위에 그치는지, 아니면 업무수행의 일환으로서 계속성을 갖는지에 따라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면밀한 판단이 요구된다. 다만 이 판결에 따르더라도, 현수막 철거행위가 재물손괴죄에 해당할 수 있음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4. 공무집행방해죄와 업무방해죄의 구별 기준

​​​​​​​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도15459 판결

가. 사실관계
피고인은 수원시 구청 소속 공무직 근로자인 피해자가 노점상 단속 업무를 하면서 사진을 찍자 이에 항의하면서 피해자의 신분증을 빼앗고 팔목을 잡아 비틀어 위력으로 피해자의 노점상 단속업무를 방해했다고 봐 업무방해죄 등으로 공소제기됐다.

나. 사건 경과
1심은 피해자가 노점상을 단속하고 채증사진을 찍는 일은 법률상 보호가치 있는 업무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분증을 거칠게 가져가고 피해자의 채증 과정과 경찰 신고를 막기 위해 팔을 붙잡는 행위는 위력에 해당하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봐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피해자의 노점상 단속 업무는 도로관리청인 수원시가 공권력의 주체로서 도로를 무단 점용한 노점상에 대해 행하는 권력적 사실행위로서 사적 업무가 아닌 '공무'에 해당한다고 봐 이를 방해한 행위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항소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된 폭행의 점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다. 대법원 판결 요지
대법원은 "형법이 업무방해죄와 별도로 공무집행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공무에 관해서는 공무원에 대한 폭행, 협박 또는 위계의 방법으로 그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한해 처벌하겠다는 취지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로 의율할 수 없지만, 공무원이 아닌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행위는 업무방해죄로 의율할 수 있다. 그리고 형법상 공무원이라 함은 법령의 근거에 기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이에 준하는 공법인의 사무에 종사하는 자로서 그 노무의 내용이 단순한 기계적 육체적인 것에 한정돼 있지 않은 자를 말한다"는 법리를 설시했다. 수원시장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공무직 근로자로서 노점상 단속 지원 업무 등을 담당한 피해자는, 법령의 근거에 기해 지방자치단체 등의 사무에 종사하는 형법상 공무원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이 아닌 피해자의 노점상 단속 지원 업무는 공무집행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가 아니라 업무방해죄에서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라. 평석
이 판결은 공무집행방해죄를 규정한 입법 취지를 고려해 공무원이 수행하는 직무를 방해한 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허위 사실 유포, 위계, 위력의 방법으로 공무원이 아닌 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는 업무방해죄로, 폭행, 협박 또는 위계의 방법으로 공무원의 직무를 방해하는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양 죄를 독립적인 관계로 봤다. 이는 양 죄의 보호법익과 행위유형이 서로 다르고, 형법이 공무집행방해죄 외에도 다양한 공무방해행위 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의율할 수 없다는 대법원 2009도4166 전원합의체 판결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건주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안성훈 변호사(법무법인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