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주주인 기업 대표, 연봉 셀프 인상 안 된다”
총회에서 의결권 행사 못해”
주주인 대표이사가 이사들의 연봉 총액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이사를 겸하는 자신의 보수도 올리는 행위는 위법하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같은 이유로 제기된 남양유업 주주총회 취소소송을 심리불속행으로 확정한 지 1년 만에 판단 이유까지 설시한 판례가 나온 것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4월 2일 비상장주식회사 주식 24%를 가진 원고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주주총회 취소소송(2025다219931)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24년 3월 주주총회에서 총주식 1만 주 중 76%를 보유한 대표이사가 이사들의 보수 한도액을 4억5,000만 원으로 정하는 데 찬성한 표결은 상법이 금지한 이해충돌(제368조 제3항)이라고 주장했다. 원고는 법무법인 율촌이, 피고는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대법원은 "주주인 동시에 이사인 자는 특별한 이해관계 있는 자로서 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피고 측은 "개별 보수를 정한 것이 아니라 전체 이사의 보수총액 한도만을 정했다"고 맞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보수한도액은 향후 개별 이사에 대한 구체적인 보수액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2025년 4월 대법원은 남양유업 감사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결의 취소소송(2025다210138)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고 승소를 확정했다. 보수 한도를 50억 원으로 정하는 안건에 찬성한 홍원식 전 회장은 당시 지분 과반을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이사였다. 이 판결은 보수 한도를 전체 이사의 합계로 정하면 특정 이사와 이해충돌이 없다는 통설을 뒤집은 것이었다.
대법원은 주주인 이사의 의결권이 "정족수 계산의 기초가 되는 발행주식의 총수에 산입되지 아니함이 타당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주주 의결권이 빠져 소수주주만 남더라도 정족수 미달이 아니라는 뜻이다. 상법상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의결에 참여해야 유효한 주주총회인데(제368조 제1항) 이에 대한 예외를 판시한 것이다.
권기대(사법연수원 30기)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는 "극단적으로는 99%의 지분을 가진 주주인 이사가 아니라 1% 지분을 가진 주주가 이사의 보수 한도를 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경영에서 배제된 소수주주가 대주주를 견제할 방법으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 심리는 상법 개정 전에 이뤄졌다. 원고 측이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를 주장하진 않았다. 다만 대법원은 이사의 보수는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의 이익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이미 판시했다(2016다241515).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이사의 보수를 정하는 상법 규정(제388조)은 "회사와 주주 및 회사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정"이라고 해석했다.
이상훈(27기)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이번 판결 취지가 주주충실의무에 맞게 확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의 연봉처럼 회사의 지출이나 손해와는 무관하지만 일반 주주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분할, 합병 등 사안에도 총수와 특수이해관계인의 의결권은 배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사문화된 상법상 특별이해관계 규정이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MOM(Majority of the Minority), 즉 소수주주 다수결제도 제안했다. 이사인 주주와 그 가족 등이 보유한 의결권을 빼고 소수주주끼리 회사의 중요 안건을 의결하는 제도다. 2024년 미국 델라웨어 형평법원은 테슬라의 CEO 보상패키지를 무효로 판결했다. 일론 머스크의 의결권이 배제되긴 했지만 소수주주에게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아 실질적 MOM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번 판결에도 미등기 임원의 보수는 사각지대다. 총수들은 그룹 내 여러 계열사에 이사가 아닌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대표이사보다 많은 급여를 가져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등기 임원의 보수는 주주총회를 거치라는 상법 규정은 없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와 논의해 1월 기업공시 서식을 바꾸는 수준에서 제도를 개선했다. 사업보고서 내 임원 보수 항목에서 영업이익, 총주주수익률을 함께 쓰게 했다. 기업성과에 비춰 임원 보수가 과한지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