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중인 사건을 특검이 가져와 재수사… “공소취소 위한 치외법권”

유희곤 기자 2026. 5. 2.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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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기소 특검법 곳곳 독소조항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권하에서 제기된 조작 수사와 기소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며 지난달 30일 발의한 ‘조작 기소 특검법안’은 현행법을 무시할 정도로 여러 독소 조항을 갖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특검법의 핵심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됐거나, 기소 후 재판이 중단된 사건 8개를 모두 특검이 가져와 수사하거나 공소취소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1일 법조계에서는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은 과거 수사부터 현재 재판까지 모두 특검이 특별 관리해 없던 일로 만들겠다는 것” “특정인(이 대통령)을 위한 ‘치외법권(治外法權)’ 지대를 공식화하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래픽=김성규

①재판 중인 사건도 자동 이첩?

법안에 따르면 특검 수사 대상 사건은 총 12개이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대북 송금,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등 최근 국회가 국정조사에서 다룬 7개 사건에,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성남FC 제3자 뇌물·백현동 개발 비리·법인카드 유용 등 5개 사건이 추가됐다. 모두 검찰이 기소해 재판 중인 사건인데, 특검이 공소유지(재판)를 직접 담당할 수 있도록 했다. 특검이 관련 사건 이첩을 요구하면 검찰 등 기관장은 따라야 하고, 따르지 않더라도 15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이첩되게 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 중인 사건을 다시 수사한다는 것은 헌법상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처리된 사건은 다시 다루지 않는다)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 중인 사건을 법원 판단도 끝나기 전에 특검이 가져와 다시 수사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조작된 게 있다면 증거를 제출해 법정에서 다퉈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법은 또 12개 대상 사건과 관련한 증거 조작·인멸 및 고소·고발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다른 사건도 모두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별건수사를 합법화한 것이다. 현직 부장검사는 “이 대통령 수사나 재판에 참여한 검사는 탈탈 털어 보복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현직 검사도 “아무런 견제 장치도 없는 무소불위의 수사기관이 탄생하는 셈”이라며 “최대 180일 동안은 정부와 여당이 원하는 대로 칼을 휘두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②사실상 ‘李 공소취소’ 위한 법안

민주당 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특검은 이 대통령 관련 재판의 공소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공소취소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공소취소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가능한데, 특검법안에는 ‘이첩받은 사건의 공소유지(공소유지 여부의 결정을 포함한다) 업무를 수행한다’고만 돼 있다.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작년 5월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해 파기환송심이 중단된 상태다. 이 대통령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위증교사 사건도 2심에서 중단됐다. 대북 송금 사건과 법인카드 유용 사건은 1심 도중 멈췄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직접 수사하지 않은 특검이 검찰 사건을 넘겨받아 공소취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이는 이 대통령만을 위한 별도의 형사 절차를 새로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살아있는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하게 수사한다는 게 특검 도입의 취지인데, 이번 특검은 여권 스스로 과거 허물을 지우는 게 목표인 것 같다”고 했다.

③말 안 들으면 검사 대신 변호사

민주당은 역대 특검법에서 볼 수 없었던 ‘공소유지 전담 변호사’ 조항도 넣었다. 재판 중인 검사가 특검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업무에서 배제하고, 변호사 자격이 있는 특별수사관을 공소유지 전담 변호사로 지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형사 사건 재판은 검사가 전담한다는 기본 원칙을 부정하는 전례 없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말이 안 되는 사건을 수사하려다 보니 재판에서 검사가 비협조적일까 봐 이런 조항을 만든 것”이라며 “코드에 맞는 변호사를 앉혀 공소취소하려는 목적이 뻔히 보인다”고 했다.

④영장전담법관 보임, 다른 재판보다 우선 진행

이번 법안에는 특검이 수사한 사건을 맡을 영장전담법관을 지정하고, 다른 재판보다 우선해서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역시 “입법부가 사법부 인사권과 독립을 침해하는 3권 분립 위반이자 위헌적인 조항”이라는 지적이다. 한 로스쿨 교수는 “법원장만 특검 편으로 만들면 영장이 자판기처럼 원하는 대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법원이 쌓은 공정성과 형평성을 모두 무너뜨리는 조치이자,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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