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검색, 프렌치 뷰티의 10배… 이젠 ‘한국인이 쓰는 제품’ 산다
<8> 한국 화장품에 세계가 열광

넘버즈인의 ‘NAD+ 바이오 리프팅실 에센스’, 메디큐브의 ‘원데이 엑소좀샷 7500 세럼’…. 미국 패션·뷰티 전문지 ‘보그’가 지난 1월 가장 인기 있는 뷰티 트렌드로 꼽은 화장품에 한국 중소·중견 기업 제품이 대거 포함됐다. 미 뉴욕타임스가 최근 ‘최고의 세럼’으로 꼽은 화장품 5개 중엔 한국 기업 토리덴의 ‘다이브 인 세럼’, 한율의 ‘빨간쌀 에센스’가 포함됐다.
서울에서 인기를 끈 국내 화장품이 세계 시장으로 직행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코리아 글로우 업(예뻐지기)’을 검색하는 것은 이제 일상(日常)이 됐다. ‘코리아 스킨 케어’는 구글 트렌드에서 프렌치 스킨 케어의 9배, 재패니즈 스킨케어의 6배 이상 많이 검색(2026년 3월 29일~4월 4일 검색량 기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국내 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이 방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는 점은 피부 관리(22%), 헤어숍(20%), 메이크업(19%) 등 K뷰티(미용) 분야로 나타났다.
핀란드 출신으로 두바이에서 활동하는 유튜브·인스타그램 팔로어 229만명의 뷰티 인플루언서 자스민 사리오씨는 “4년 전쯤 온라인에서 새로운 스킨케어 루틴과 성분을 찾아보던 중 처음으로 K뷰티를 접했는데, 완전히 반해버렸다”고 했다. 작년 9월 그가 ‘성분에디터’에서 나온 콜라겐 마스크팩을 얼굴에 붙이는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만 5240만 번 조회됐고, 재작년 10월 올린 영상은 2200만명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

◇K컬처에 대한 관심이 K뷰티로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올리브영 명동 타운점과 홍대 타운점, N성수점의 외국인 매출 비율은 각각 95%, 89%, 83%였다. 지난 23일 명동 CJ올리브영 매장에서 만난 영국인 레이(29)씨는 “3박 4일 한국 여행 동안 올리브영 방문만 네 번째”라며 “외국인 대상으로 광고하는 제품이 아닌, 한국인들에게 진짜 인기 있는 제품을 잔뜩 샀다”고 했다.
작년 한 해 올리브영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제품과 외국인들이 구매한 제품은 70%나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사람들이 ‘진짜 한국인들이 쓰는’ 제품을 찾는 것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마스크팩뿐 아니라 클렌징폼, 토너 패드, 에센스 등 화장의 거의 모든 단계의 제품이 다 포함됐다”고 했다. 이에 힘입어 CJ올리브영은 내달 미국 LA 대형 상업지구에 현지 매장을 연다.
2010년 연간 8억~9억달러에 불과했던 한국 화장품 수출액 규모는 지난해 114억달러(약 16조6000억원)로 급성장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2025년 미국으로 화장품을 수출하는 국가 중 한국이 1위를 기록했다. 2025년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약 21억8000만달러로 2년 연속 역대 최대 수출액을 경신했다. 중국 ‘따이공(代工)’들이 서울 명동에서 마스크팩을 사재기하던 한류의 초기를 지나, 서울 성수동에서 뜬 제품이 전 세계에서 먹히는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변모한 것이다.
K뷰티를 전면에 내세운 작년 ‘서울콘’ 행사에는 전 세계 인플루언서 3500여 명이 몰렸다. 서울경제진흥원(SBA) 관계자는 “경제적 파급 효과만 1760억원”이라며 “K뷰티는 이제 세계 트렌드와 산업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 통한다
한국 화장품 산업은 대표적인 ‘레드 오션’(경쟁 포화 시장)으로 통한다. 국내 등록된 화장품 업체는 3만여 곳인데, 소비자로부터 선택받는 제품은 연간 200개가 채 안 된다. 1년에 60~70팀의 아이돌 그룹이 데뷔해 한두 팀만 살아남는 시장이나 마찬가지. 뷰티 전문 마케팅 기업 뷰스컴퍼니의 박진호 대표는 “최근 몇 년간의 K뷰티 내 경쟁은 K팝 아이돌 산업과 비슷하다”면서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K-뷰티계 ‘성공한 아이돌’이 되기 위해 업체들은 앞다퉈 신제품을 출시한다. 해외 브랜드의 경우 평균 3년에 한 번 신제품을 내놓는데 비해, K-뷰티의 경우 신제품 출시 주기가 평균 1달 정도다. 이 과정에서 콜라겐 생성을 돕는 PDRN, 화장품 흡수를 돕는 리들샷, 여드름 예방에 좋은 어성초 추출물 등 해외에선 생소한 제품들이 탄생했다. PDRN 앰플의 초기 주자인 ‘에클리스’의 김성근 대표는 “2021년 제품을 처음 출시할 당시엔 PDRN이 포함된 화장품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고함량으로 차별화를 주려고 했다”며 “최근 대만, 베트남, 캐나다 등으로 수출이 크게 늘었는데 대부분 PDRN 제품을 찾는다”고 했다.
◇“한국산·K뷰티는 품질 보증서 같은 것”
한국 화장품 업체들은 틱톡,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다. 미국의 흑인 뷰티 인플루언서 ‘미스 달시(MissDarcei)’가 한국 티르티르의 쿠션이 자기 피부 톤에 맞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리자, 한국 본사에서 즉시 색상을 30가지로 확장해 다양한 피부색을 커버할 수 있도록 한 사례도 유명하다. 외국인들에게 K뷰티를 알리는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80만 인플루언서 서대성씨는 “소셜미디어는 이미 K뷰티가 지배하고 있다”며 “패션이나 음식에 비해 화장품은 확실히 전파 속도가 빠르다”고 했다. 기초 화장품 제품들로 잘 알려진 ‘온그리디언츠’의 김유재 대표는 “한국에서 만들고 한국인이 쓴다는 것이 일종의 품질 보증서”라며 “북미, 유럽, 중동으로 수출처를 넓히며 글로벌로 뻗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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