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난류·고기압 이불 함께 덮친다… 올 여름도 극한 폭염

초여름 수준의 이상고온이 덮친 올 4월 서울의 평균 최고기온이 역대 셋째로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때 이른 4월 더위는 다가올 ‘극한 여름’의 전조로 해석된다. 게다가 올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한 1994년과 2024년의 원인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엘리뇨까지 겹쳐 더욱 혹독한 여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4월 평균 최고기온은 21.3도로 집계돼 전국에 기상 관측망이 설치된 1973년 이후 2024년(22.4도), 1994년(21.4도)에 이어 가장 높았다. 1994년과 2024년은 기록적인 더위를 기록한 해였는데, 수은주를 끌어올린 원인은 각각 ‘하늘’과 ‘바다’로 달랐다. 올해는 하늘과 바다가 함께 더위를 이끌 전망이다.
4월 한반도 주변 해역은 평년 대비 수온이 1~2도가량 높았다. 특히 동해(1.8~2도), 남해(1.5~1.9도)의 해수면 온도가 더 높은 양상을 보였고, 서해는 1.1~1.4도 정도 높았다.
원인은 대마난류(對馬暖流)다. 대마난류란 필리핀 부근에서 시작해 북상하는 큰 난류인 ‘쿠로시오 해류’의 한 갈래다. 일본 대마도 옆을 통과하기에 ‘대마난류’로 불린다. 대만 동쪽을 지나 동중국해를 가로지른 뒤, 대한해협을 통과해 주로 남해와 동해에 영향을 미친다. 서해에도 일부 영향을 준다.

대마난류는 적도 부근의 열에너지를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운반하는 핵심 통로다. 그런데 대마난류가 통과하는 동중국해의 해수면 온도가 올봄 유례없는 고온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올 3월 동중국해 해수면 온도는 평년 대비 1.44도 높아 1982년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단순히 바다의 표면만 뜨거운 것이 아니라, 수심 100m까지 열 함량 역시 평년보다 20%가량 높았다. 이에 대마난류도 평소보다 15~20% 높은 열에너지를 가진 채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있다.
이대로 여름이 되면 내리쬐는 햇볕에 증발되는 수증기 양이 늘어나 ‘찜통더위’가 생기고, 비가 내릴 땐 비구름대가 폭발적으로 커지며 ‘극한 호우’가 발생하게 된다. 습도가 높게 유지돼 열대야가 극심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올여름이 재작년 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더위 강도를 높일 ‘가중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 하반기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엘니뇨는 태평양 특정 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으로, 발생시 전 지구적으로 폭염을 유발한다. 이미 전세계 바다는 뜨거운 상태다.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올 4월 전세계 평균 해수면 온도는 21.08도로 역대 최고치였던 재작년(21.1도)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현재 전 세계 바다의 76%가 평년 보다 높은 온도를 유지 중이다.

여기에 더해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도 예년보다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기압이 이른 시기부터 한반도 상공을 차지하면 ‘고기압 지붕’이 생기면서, 대마난류가 끌고 온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는 ‘열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1994년 폭염의 원인이다. 당시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서 강력한 열돔을 형성해 지면을 달구면서 ‘대기’가 폭염을 주도했다. 두 고기압이 대기 상·하층에 겹쳐지는 현상은 여름에 흔히 일어나지만, 완전히 포개지듯 겹쳐지면서 극한 더위를 견인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현재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늦봄인 5월부터 한여름인 7월까지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바다는 한 번 열을 머금으면 해소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더운 바다’로 인한 더위는 빠르게 사라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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