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겨도 만족 안해… 41세 MVP 된 비결”
이처럼 오랜 기간, 꾸준히, 최고의 기량을 보인 선수가 또 있을까. 프로배구 V리그 베테랑 한선수(41)는 2007년 대한항공에 입단해 18시즌 동안 국내 최정상 기량의 세터로 활약하고 있다. 한선수는 지난달 끝난 2025-26 시즌에 사상 최초로 세트 성공 2만회를 돌파했고, 대한항공의 통합 우승을 이끌며 정규리그 MVP(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2022-23 시즌에 이어 두 번째 수상으로 자신이 갖고 있던 최고령 MVP 기록(38세)을 갈아치웠다.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 대한항공 연수원에서 만난 그는 “우승을 목표로 했지만, (개인) 상은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우승도 하고 상까지 받으니 기쁨이 두 배였다”고 말했다.

한선수에게 2025-26 시즌은 의미가 남달랐다. 전년도에 그가 제 기량을 내지 못하면서 챔피언전에서 현대캐피탈에 왕좌를 내줬기 때문이다. 그는 “몸 상태도 안 좋았고, 팀 분위기도 어수선했다”며 “여태 배구하면서 가장 아쉬운 시즌이었다”고 했다. 브라질 출신 명장 헤난 달 조토 감독이 대한항공에 새로 부임했고, 한선수는 주장직을 내려놨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중시하는 헤난 감독의 지휘 아래 한선수는 시즌을 앞두고 근육량을 늘려 ‘벌크 업’을 했다. 그 결과 지난 시즌 그는 공격수들을 골고루 활용하면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토스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한선수는 부천 소사초 4학년 때 학교에 배구부가 새로 생기면서 배구에 입문했다고 한다. “스카우트된 건 아니에요. 키가 또래보다 작았거든요. 공부는 하기 싫고, 빵과 우유를 간식으로 준다고 해서 입단 테스트에 제가 찾아갔어요.” 세터를 하기 시작한 건 그가 6학년 올라갈 때 선배 세터가 졸업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한선수는 “어린 마음에 공격수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그래도 세터를 해보니 공격수들이 내 토스를 받아서 강한 공격을 성공했을 때 희열이 있다”고 했다.
프로 데뷔 당시엔 지금처럼 독보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김요한, 유광우 등 쟁쟁한 동기생들에게 밀려 2라운드 2순위, 전체 6번으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첫 시즌 출전 기회도 없어서 웜업존을 지키는 일이 많았다. 한선수는 “조급하거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며 “나도 코트에 들어가서 시합을 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선배 세터의 부상으로 기회가 찾아왔고, 그는 이를 놓치지 않고 실력을 뽐내며 당당히 리그 대표 세터로 발돋움했다.

그렇게 프로 무대를 누빈 게 18년. 한선수는 ‘롱런’의 비결로 “핑계를 대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이가 들었으니 당연히 젊을 때보다 분명히 감각이 떨어졌고 몸 만드는 일도 두 배로 힘들다”며 “그걸 나이 핑계 대면서 스스로 정당화하면 안 된다. 지금 몸으로 늘 같은 경기력을 내려고 더 노력하고 어떻게든 버텨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승을 여섯 번 해봤지만 이긴 경기도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다”며 “경기를 복기하면서 나의 아쉬웠던 플레이를 생각하고 개선점을 찾는다”고 했다.
그와 동년배로 V리그를 함께 주름잡았던 박철우(41)와 문성민(40) 등은 이미 현역에서 물러나 감독과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한선수는 “아직 은퇴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는 “뒷일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장 눈앞의 한 시즌만 집중한다”고 말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은퇴를 하면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가족과 함께 해외에 나가 지내면서 외국에선 배구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가르치는지 배우고 싶습니다. 지도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 아니지만, 선진 배구를 느껴보고 싶네요.”
한선수는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배구 대표팀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그는 “국가대표로 뛰면서 더 잘하려고 하고 성장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선수들에게 그런 게 있는지 모르겠다”며 “선수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열심히 뛸 수 있게 협회도 잘 도와줘야 하는데 지금은 여러모로 대표팀이 잘 굴러가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이나 코치가 할 수 없는 고참 선수의 역할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불러만 주면 내가 가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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