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 미학의 대가’ 윤후명 작가 1주기… “천진난만 뒤에 서늘한 통찰 지니셨던 분”
유고 시집 ‘모루도서관’ 출간도

“윤후명 선생님은 우리에게 ‘천진난만’이라는 말을 곱씹게 합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그의 소설은 평생 헤매고, 방황하고, 우회로를 돌았구나. 돌아가실 때까지 땅의 질서에 완전히 익숙해지지 못한 채로 고향으로 가셨구나….”
구효서 소설가가 작년 5월 8일 세상을 떠난 시인이자 소설가 윤후명(1946~2025)을 추억하며 이 같이 말했다. ‘문체 미학의 대가’로 불렸던 윤후명 작가의 1주기를 맞아 그의 문학 세계를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집에서 1일 열렸다. 윤후명 작가 추모위원회와 한국현대소설학회가 공동 주최했다. 윤후명의 문학을 기억하고자 하는 문단 관계자 50여명이 모였다.
이날 개회사는 한국현대소설학회 회장인 김명석 성신여대 국문과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윤후명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장편소설 ‘둔황의 사랑’(문학과지성사)에 실린 작가의 말을 읽었다. “나는 실크로드의 벽화에 그려진 앵무새에서 언제까지나 변치 않을 사랑의 의미를 발견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 문학의 한 원류에서 나를 인도해 갈 비천상(飛天像)의 모습이기도 하리라고 나는 상상의 날개를 폈다.”

권현숙 소설가가 기억하는 윤후명 작가는 “취중에도 뼈 있는 한마디를 툭 던지지만, 웃을 때는 눈이 반달이 되는” 사람이었다. 구효서 소설가는 “그분께는 같이 웃고 떠들고 시시덕거리다가도 느껴지는 예사롭지 않은 섬뜩함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시와 소설, 두 장르를 오간 윤후명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권희철 문학평론가(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시에도 소설에도 잘 들어맞지 않는 무엇인가를 쓰기 위해서, 그러면서도 자신이 써야만 하는 것이 한번은 시라고 오해했다가 다른 한번은 소설이라고 오해했다가 하면서, 사실은 시도 소설도 아닌 것에 계속해서 도전해왔다”고 봤다.
최근 윤후명의 미발표 시 90여 편을 모은 유고 시집 ‘모루도서관’(문학과지성사)도 출간됐다. 시 ‘팔순에 이르렀다’는 제목에 비춰보아 작년에 쓴 시로 보인다. ‘어느덧 팔순(八旬)에 이르렀다니/ 그리운 모든 것 아직 그대로인데/ 이게 웬 일이냐고 새삼 돌아본다 (…) 나에게 왔다가 간 모든 것/ 인생의 페이지를 더듬는다/ 더듬는다, 더듬어 지지도 않는다 (…) 머언 무지개는 어디 있는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 오는 7일에는 윤후명을 기억하는 문인들이 모여 추모제 ‘사랑의 길’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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