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 미국 의회서 눈물의 증언 “북한서 개보다도 못한 인생 살았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6. 5. 2.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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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원 의원 만나 북한 실태 전해
영 김 의원 “인권 유린 용납 안 돼”
지난달 29일 미 연방의회 하원회관에서 영 김 의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증언한 탈북민들이 김의원 등과 함께 했다. /영 김 의원실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생전에 ‘김씨 정권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기꾼’이라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 우연히 라디오를 듣고 나서야 할아버지 말씀이 옳다는 걸 알게 됐죠.”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 의회 레이번 하원 의원회관. 지난해 비무장지대를 통해 탈북한 양일철씨가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다. VOA(미국의 소리)에 따르면 양씨의 할아버지는 아프리카 적도기니 주재 북한 대사를 지낸 외교관이다. 바깥세상을 경험한 할아버지의 위험천만한 발언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2018년부터 북한 주민들을 위해 자유 진영 국가들이 송출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북한의 실체를 알게 돼 할아버지 심정에 공감하게 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국민이 된 양씨를 비롯해 북한 정권의 탄압을 피해 탈출한 탈북민 11명이 영 김 공화당 하원 의원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다. 한국계인 김 의원은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을 맡고 있다. 참석자들은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정보 유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8년 탈북한 이재희씨는 열두 살에 가족 모두를 굶주림으로 잃었다고 한다. 북한 내 강제 노동 조직인 청년돌격대에서 8년간 혹독한 노동을 경험했다는 그는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고 “북한에 있으면서 개보다도 못한 인생을 산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1997~2007년 중국에서 여러 차례 강제 북송(北送)을 당한 이순실씨는 인신매매 피해를 겪어 지금도 딸의 생사를 모른다고 한다. 탈북 과정에서 세 살배기 딸과 압록강을 건넜지만 “딸이 150달러(약 22만원)에 팔렸다”고 증언했다. 의회 관계자는 “여러 탈북민이 증언 도중 계속 눈물을 쏟아내 회의장에 숙연함이 흘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탈북민들은 30일 상원에서도 비공개로 증언했다. 김 의원은 “김정은은 권력밖에 모르는 인물로 자국민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고, 핵무기를 증강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며 “주민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 유린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토론회는 미국 정치권에 북한 주민의 인권과 존엄성 증진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기 위해 매년 열리는 ‘북한 인권 주간’의 일환으로 열렸다.

지난 28일엔 의회 내 초당적 인권 기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주최하는 북한 인권 청문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한국 이재명 정부의 대북 방송 중단 등 대북 유화 조치를 비판했다. ‘탈북민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북한 인권 운동가 수잰 숄티 디펜스포럼 대표는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대북 정보 유입 활동에 대한 헌법적 책무를 저버리고 있어 북한 인권 운동 역사상 가장 도전적인 시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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