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SNS 막아라” 세계 확산…韓도 “보호벽이냐, 장벽이냐” 논쟁

이옥진 기자 2026. 5. 2.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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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16세 미만 SNS 금지법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가운데) 최고경영자가 지난 2월 18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에서 열린 ‘청소년 SNS 중독 유해성’ 관련 재판에서 증언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AFP 연합뉴스

#1. “미성년자 SNS 금지 우리나라도 하면 좋겠네요. 성인 되기 전까지는 술·담배처럼 SNS도 금지!”(서울 지역 맘카페 회원) “한국도 아이들 휴대폰 중독, SNS 중독에 심각하게 대처해야 할 것 같아요.”(초등학생 자녀를 둔 맘카페 회원)

#2. “SNS를 금지시킨다고? 불법으로 볼게 그럼~ 40대 이후 인스타그램 금지령 기원함~”(10대 인스타그램 이용자) “이걸 왜 국가에서 막는지 모르겠네. 본인들은 과거에 학원 안 가고 매일 놀다가 성인 돼서 우리한테 다 금지시키는 거 보니까 열받네.”(중학생 틱톡 이용자)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이용을 둘러싼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 규제 도입과 검토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를 강조하는 부모 세대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청소년 세대 사이에서 인식 차가 뚜렷하게 드러나며, 세대 간 갈등 기류도 표면화하는 양상이다.

◇전 세계서 번지는 ‘디지털 셧다운’

해외에선 이미 강도 높은 규제가 현실이 되고 있다. 호주는 작년 말 세계 최초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했다. 인도네시아는 3월 말부터 만 16세 미만의 SNS 계정 생성을 금지했고, 브라질은 이들의 SNS 계정을 보호자 계정과 연동해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프랑스·노르웨이 등 다수의 유럽 국가도 SNS 이용 최소 연령을 13~16세 사이로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고, 일본도 플랫폼 사업자에게 연령에 따른 제한 기능을 적용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국회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 현재 14세 미만 SNS 가입 금지(윤건영 의원안), 16세 미만 일별 이용 한도에 대한 친권자 확인 의무화(조정훈 의원안), 19세 미만에 대한 정보 추천 알고리즘 금지(이연희 의원안)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 7건이 발의된 상태다. 주무 부처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도 의견 수렴에 나섰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지난 3월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최근 전 지구적으로 (청소년 SNS 규제) 관련 입법이 이뤄지고 있고 ‘남의 문제만은 아니다’라는 문제의식으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의의 배경에는 높은 이용률과 사용 시간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대 청소년의 SNS 이용률은 70.1%이며, 이 중 48.8%가 매일 접속하는 ‘상시 이용자’로 나타났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10대 이용률은 87.1%에 달했다.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분석 결과, 10대 이하 청소년이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SNS는 유튜브(일 평균 2시간 20분), 인스타그램(1시간 16분), X(1시간 6분) 순이었다(작년 4분기 기준). 세 SNS를 모두 이용하는 경우 하루 이용 시간이 4시간을 넘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19세의 43%, 3~9세 26%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과도한 스마트폰 이용으로 문제적 결과를 경험하는 상태)으로 분류됐다.

여론은 어떨까. ‘아무튼, 주말’이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4월 24일부터 29일까지 전국 10대 이상 15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16세 미만 SNS 금지법에 대한 찬성 응답이 반대보다 많았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찬성 비율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20대 44.3%, 30대 51.3%, 40대 63.7%, 50대 64.3%, 60대 67%로 집계됐다. 10대는 응답자의 64.7%가 규제에 반대했고, 찬성은 26.5%에 그쳤다. 초등학생 딸을 둔 학부모 황모(38)씨는 “아이들의 SNS 사용은 백해무익하다”며 “부모가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학생 김영호(가명)군은 “체험 학습이나 운동회, 축구 같은 활동도 줄었는데 SNS까지 금지하는 건 과도하다”며 “알코올 중독도 큰 사회적 문제인데, 술은 금지하지 않으면서 왜 SNS만 제한하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중독 심각하다” vs. “실효성 없다”

규제 찬성론자들은 청소년 SNS 사용의 해악이 이미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본다. 알고리즘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반복 노출해 사용 시간을 늘리고, 그 과정에서 우울감·불안 등 정신 건강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사이버불링(온라인상 괴롭힘), 가짜 뉴스, 불법 도박, 성적 유해 콘텐츠 등에 노출되는 위험이 일상화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외 연구는 청소년의 과도한 SNS 사용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경고한다. SNS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울 증상이 심화하고(미 UCSF), 학습 능력이 저하되며(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사이버불링 가해 행동이 증가한다는(광운대)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본지 설문조사에서도 청소년 SNS 규제에 찬성한 응답자의 59.9%가 ‘SNS 중독 예방’을, 55.2%가 ‘청소년 정신 건강 보호’를, 53.3%가 ‘유해 콘텐츠 노출 감소’를 이유로 꼽았다(복수 응답).

이러한 우려는 최근 미국 법원 판결에서 기업의 책임 문제로 이어졌다. 6세부터 유튜브를, 9세부터 인스타그램을 사용해온 20세 미국 여성이 SNS 플랫폼이 자신의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악화시켰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 배심원단은 기업이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메타에는 420만달러, 구글(유튜브 운영사)에는 180만달러의 배상이 결정됐다.

반대 측의 논지는 크게 두 가지, 청소년 권리 침해와 실효성 문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작년 말 방미통위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오늘날 한국 아동·청소년에게 소셜미디어는 관계 형성과 정보 습득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등 인권 단체 14곳은 2024년 8월 성명을 내고 “청소년의 통신의 자유, 문화적 권리와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규제 일변도의 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했다. 지음의 활동가 난다(활동명)는 “오늘날 온라인 환경은 타인과 소통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는 ‘삶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이는 청소년도 마찬가지”라며 “SNS의 해악은 연령과 무관하게 나타나는데, 그렇게 문제가 많다면 성인도 쓰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청소년 SNS 이용을 금지해 봤자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VPN(가상 사설망) 등을 통한 우회가 가능해 실질적인 차단이 어렵고, 이용자들이 게임 등 다른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소년 SNS 금지법이 과거 ‘게임 셧다운제’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소년의 심야 시간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게임 셧다운제는 2011년 시행됐는데, 도입 이전부터 논란이 이어져 2022년 폐지됐다. 본지 설문조사에서 청소년 SNS 규제에 반대한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43.4%가 ‘실효성 부족’을, 33.4%가 ‘정보 접근권 제한’을, 32.8%가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꼽았다(복수 응답).

◇일단은 ‘디지털 페어런팅’부터

이렇듯 청소년 SNS 규제를 둘러싼 공방은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 어려워 보인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플랫폼의 유해 콘텐츠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가정과 학교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청소년이 유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부모가 자녀의 미디어 이용을 지도하는 ‘디지털 페어런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니세프는 ▲SNS 사용 시간·장소 등에 대한 명확한 이용 규칙 세우기 ▲보호자 통제 기능 등 기술적 안전장치 활용하기 ▲자녀와 함께 온라인 활동을 하며 안전한 상호작용과 콘텐츠 판단 능력을 기르도록 돕기 등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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