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왜 스터디카페를 가나
집은 집중 안 되고 독서실은 답답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직장인 이모(34)씨는 요즘 회사에서 ‘재택 근무하는 날’로 정한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집 근처 스터디카페에서 업무를 본다. 이씨 직장은 서울 강남구다. 이씨는 “처음에는 집에서 일하는 게 편하고 좋았는데 갈수록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일을 못 끝내게 돼 피로감이 몰려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스터디카페는 이제 학생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들어 스터디카페를 업무 공간이나 자기계발을 위한 장소로 활용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직장인들이 스터디카페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적절한 긴장감’이다. 이들은 일반 카페가 대화 소음이나 음악 소리로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독서실을 찾자니 답답하고, 집에서 일을 하면 일과 휴식의 경계가 무너지는 게 문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집과 업무 공간이 분리되지 않는 생활이 계속되면 뇌가 온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만성적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다”며 “집에서는 편한 옷차림으로 휴식에 몰입하는 개인적 자아가 지배하기 쉽지만, 스터디카페 같은 공적 공간에서는 더불어 무언가를 한다는 ‘사회적 촉진 효과’가 생겨 효율이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스터디카페는 도서관 수준의 정숙함을 유지하면서도 와이파이나 콘센트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스터디카페 정기권을 끊었다는 한 직장인은 “개인 카페에서는 콘센트를 쓸 때 아무래도 눈치를 보게 되지 않느냐”고 했다. 학생들이 학교에 있을 시간대인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는 직장인이 학생보다 많은 곳도 있다. 서초구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스터디카페 관계자는 “예전에는 낮에 손님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직장인이 자리를 메워준다”며 “이용객의 80% 이상이 성인”이라고 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 속에 자기계발에 매진하는 ‘갓생(god+인생·계획적이고 부지런한 삶)’ 트렌드 역시 스터디카페가 직장인들로 붐비는 이유 중 하나다. 퇴근 후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거나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AI 활용법 등 실무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짠테크’ 열풍과 맞물려 부업을 위해 공부하는 이들도 늘었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식비 500~1000원 아끼는 것보다 영상 편집 기술을 배워 부수입을 올리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연근무제가 안착하고 자기계발이 생존 전략이 된 시대인만큼 스터디카페처럼 주거지와 사무실 사이 ‘제 3의 공간’을 필요로 하는 흐름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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